세계 23개 기관, 3만 5천 샘플 분석한 ‘신경퇴행 단백체 지도’ 전면 공개
조기 진단·신약 개발 기반 마련
고령화로 치매 유병률이 급증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 연구기관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로 혈액 단백질 기반의 치매 조기 진단과 신약 개발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전면 공개했다.
국제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하버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등 세계 23개 기관이 참여한 ‘글로벌 신경퇴행성 단백체 컨소시엄(GNPC, Global Neurodegeneration Proteomics Consortium)’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AD), 파킨슨병(PD), 전측두엽치매(FTD), 루게릭병(ALS) 환자를 포함한 총 3만 5천 개의 혈장·뇌척수액(CSF) 샘플을 분석해 질환별·공통 단백질 특징(Protein Signature)을 시각화한 단백체 지도(Proteomic Atlas)를 구축했다.
질환별 단백질 특징…AD·ALS·FTD 등 분자 차이
GNPC 연구의 핵심은 신경퇴행성 질환마다 혈액 및 CSF 내 특정 단백질 발현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데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는 면역 반응 및 리소좀 기능 관련 단백질이, ALS 환자에서는 신경 재생 및 뉴런 구조 관련 단백질이 특이적으로 발현됐으며, 전체 질환군을 아우르는 질병 중증도(Severity)와 연관된 공통 단백질 군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질환별 단백질 발현 차이와 질병 중증도와 관련된 횡단적(교차 질환) 단백질 특징을 동시에 제시했다며, 이는 질병의 분자적 이질성과 공통 병리 기전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단백체 지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단백질 특징은 질병의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생물학적 지표로 활용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
치매 고위험 유전자 ‘APOE ε4’ 보유자의 단백체 변화도 관찰
APOE ε4 유전자형 보유자는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질환 유형과 무관하게 이 유전자형을 가진 참가자 전반에서 면역 반응 관련 단백질 발현 변화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는 유전자형과 단백체 표현형 사이의 연관성을 실증한 사례로, 혈액 기반 정밀의학의 확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발견이다.
ADDI 플랫폼 통해 전면 공개…한국 연구자도 활용 가능
GNPC 연구팀은 이번에 구축한 단백체 전체 데이터를 알츠하이머병 데이터 이니셔티브(ADDI, Alzheimer’s Disease Data Initiative) 플랫폼을 통해 전면 공개했다. 국가 제한 없이 누구나 가입·접속할 수 있으며, 국내 연구기관과 바이오기업도 자유롭게 다운로드 및 분석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논문은 또한 표준화된 고밀도 단백체 분석(SomaScan 플랫폼)을 통해 질환군 간 단백질 발현 차이를 유의하게 식별했으며, 조기 진단·질병 단계화·치료 반응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단백체 기반 바이오마커 후보군도 제시했다.
빌 게이츠와 전 세계진이 본 GNPC 연구의 의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GNPC 연구 결과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플랫폼 ADDI를 후원하는 빌 게이츠는 “피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GNPC는 세계 과학자들이 협력할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빌 게이츠는 GNPC 연구가 혈액 기반 조기 진단 시대를 앞당길 과학적 이정표이자 국제 공동 연구의 모범적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해외 연구자들과 전문 매체들은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의 전환점”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생명과학 전문 매체 <Genetic Engineering & Biotechnology News(GEN)>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백질 데이터셋 중 하나가 주요 신경퇴행성 질환의 생물학적 기반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베타 뇌연구소(BBRC)의 페데리카 아나스타시(Federica Anastasi) 박사는 “이번 컨소시엄은 개방형 과학과 국제 협력이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정밀 치료 연구를 진전시키는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치매 조기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
이번 연구는 기존의 영상 및 뇌척수액 기반 진단 한계를 보완하며, 비침습적인 혈액 검사만으로도 조기 진단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단백체 기반 분석이 아직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ADDI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공개 데이터는 임상 및 연구 현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자원으로 평가된다.
Source
Imam F, Saloner R, Vogel JW, et al. The Global Neurodegeneration Proteomics Consortium: biomarker and drug target discovery for common neurodegenerative diseases and aging. Nature Medicine, Published online July 15, 2025. http://doi.org/10.1038/s41591-025-03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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