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신약 9%, 임상시험 11% 증가...3상 약물 31개, 시험 48건
74%가 질병 표적...초기 단계 연구 급증, 전년比 1상 규모 80% 확대
최근 위축된 글로벌 연구개발 여건에서도 올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지난해보다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상 1상 시험이 급증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프리 커밍스(Jeffrey Cummings) 미국 네바다대 뇌건강학과 교수팀의 ‘알츠하이머병 약물 개발 파이프라인 보고서(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pipeline: 2025)’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신약 138개가 총 182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평가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신약(127개) 개발은 약 9% 늘었고, 진행 중인 임상시험(164건)도 약 11% 증가해 알츠하이머병 분야에 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커밍스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의학도서관(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이 관리하는 글로벌 임상시험 등록사이트인 ‘ClinicalTrial.gov’를 분석해 현재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신약 파이프라인 동향과 방향성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보고서는 운동이나 생활습관 개선, 인지행동치료, 간병인 중재, 보충제, 식품 등의 비약물적 치료법에 대한 시험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줄기세포 치료와 중재가 없는 바이오마커 시험도 포함하지 않았다.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약물 31개를 평가하는 임상 3상이 48건 진행 중이다. 2상에서는 약물 75개에 대한 86건, 1상은 약물 45개를 평가하는 48건이었다. 이 중 16건은 이전 임상에 사용된 약물의 장기 연장 시험이다.
임상 1상에서는 전년도 약물 수(25개)와 시험 수(26건)보다 각각 80% 이상 증가하며 초기 탐색 단계에서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용어인 ‘질병 조절 치료법(Disease-modifying Therapie, DMT)’을 ‘질병 표적 치료법(Disease-targeted Therapie, DTT)’으로 변경했다.
이는 현재 개발 중이거나 승인된 치료제 대부분이 아밀로이드 베타(Aβ)나 타우(Tau) 단백질 등의 병리적 표적에 직접 작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DTT가 치료 목적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 용어라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임상적 저하를 늦추려는 의도로 알츠하이머병 병리의 특정 측면을 변화시키는지, 아니면 시험의 기준선에 있는 증상을 완화하려는 의도인지에 따라 치료 목적이 다르다”며 “DTT는 열망의 결과보다는 의도에 따라 약물을 명명하는 관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 병리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은 증상적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시험과 다르다”며 “증상 유발 물질에 대한 시험은 소규모 대상으로 비교적 기간이 짧고 바이오마커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반면, DTT의 생물학적·임상적 영향을 입증하려면 일반적으로 더 많은 참가자와 긴 시험 기간, 더 큰 바이오마커 의존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DTT는 파이프라인 중 74%인 102개를 차지하며 전년(76%)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DTT는 생물학적 제제와 저분자 약물로 구분된다. 이 중 저분자 약물은 60개(59%)로 절반이 넘었고, 항체나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가 42개(41%)로 보고됐다.
증상 유발 물질은 인지 기능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과 신경정신과적 증상(Neuropsychiatric Symptoms, NPS)을 개선하기 위한 물질로 나뉜다. 인지 개선을 목표로 하는 치료제는 20개(14%), NPS를 완화하는 약물은 15개(11%)였다.
또한 전체 치료제 중 33%(46개)는 기존 약물을 새로운 적응증으로 확장한 약물(repurposing)로 파악됐다. DTT 저분자 약물 중 43%, NPS 완화제의 절반 이상인 53%가 이에 해당됐다.
치료 표적과 작용기전도 다변화되고 있다. 연구팀이 ‘CADRO(Common Alzheimer's Disease Research Ontology)’ 체계를 기반으로 약물의 작용 경로를 분석한 결과, 15가지 병리 기전을 겨냥한 약물이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경전달물질 수용체가 22%(30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아밀로이드 베타 18%(25개), 신경염증·면역경로 17%(24개), 타우 11%(15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장-뇌 축, 일주기 리듬, APOE·지질 대사 등도 포함됐다.
병용 요법은 전체 시험의 11%(20건) 정도다.
바이오마커 활용도 확산되는 추세다. 전체 시험의 57%(104건)가 바이오마커를 대상자 선별 기준으로 사용했고, 27%(50건)는 주요 평가 변수로 설정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3상 파이프라인 중 75%가 바이오마커 기반 설계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혈장 p-tau217과 Aβ42/40 비율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총 5만 109명의 대상자를 모집 중이며, 이 중 67%(3만 3,752명)는 3상에 필요한 인원이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Translational Research & Clinical Interventions’ 최신호에 실렸다.
Source
Cummings JL, Zhou Y, Lee G, et al. 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pipeline: 2025. Alzheimer's Dement. 2025; 11:e70098. https://doi.org/10.1002/trc2.70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