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박사, 양영순 교수...“Aβ올리고머-섬망 연관성” 밝혀
세계 최초 연구...과학저널 'Scientific Reports' 게재
용인효자병원 신경과 곽용태 박사와 순천향대 천안병원 양영순 교수팀은 18일 과학 저널 <Scientific Reports>에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의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MDS-OAβ) 혈중 수치가 높으면 수술 후 섬망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술 후 섬망(Postoperative Delirium, POD)은 수술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수술 직후 발생할 수 있는 급성 뇌 기능 장애로 의식, 주의력, 사고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고령 환자나 전신마취를 받은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며, 수술 후 24~72시간 이내에 발생한 사례가 많다.
고령자의 수술이 증가하면서 POD 발생률도 급증해 인지기능 저하, 회복 지연, 사망률 증가 등과 연관이 있다. POD 환자는 30일 내 사망률이 비POD 환자보다 7~10배 높으며 요양병원 전원도 2~3배 많다.
POD와 알츠하이머병(AD) 사이 연관성은 의심은 되나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는 가운데 연구팀은 전신마취 수술 후 POD가 발생한 환자와 발생하지 않은 환자의 혈장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AβO) 수치를 비교해 알츠하이머병과 POD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AβO 수치는 MDS-OAβ(Multimer Detection System-Oligomeric Amyloid-β)를 사용해 측정했다.
연구팀은 POD 발생 여부에 따라 MDS-OAβ 수치가 차이 나는지 확인했고, POD의 중증도와 MDS-OAβ 수치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70세 이상 총 104명의 적격 참가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3일 동안 매일 섬망 검사를 했다. ApoE4 대립유전자에 기반한 성향 점수 매칭 후 최종 분석에는 POD가 있는 환자 31명과 POD가 없는 환자 31명을 비교 분석했다. POD 발생 시 즉시 K-DRS-98(섬망 평가도구)과 MDS-OAβ 검사를 시행했다. POD가 발생하지 않은 환자는 수술 후 3일째 동일한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POD 발생 환자들은 혈중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의 수치가 비POD 환자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섬망 증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 Aβ42, Aβ40 등 단량체(monomer) 기반의 바이오마커는 POD와 연관성이 없었지만, 이번 연구의 혈액검사에서 치매의 생체표지인 AβO를 측정함으로써 더 민감하고 병태생리적으로 관련된 바이오마커로 POD와 AD 병태생리(신경염증, 시냅스 기능 이상 등) 간 연관성을 발견했다. 마취약이 AβO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하게 했다.
이 연구로 POD는 고령 수술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병리(AβO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AβO는 기존의 Aβ42, Aβ40보다 POD 병태생리를 반영하는 데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향후 수술 전후 MDS-OAβ 변화 추적을 포함한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곽용태 박사는 “이번 연구는 수술 후 섬망과 혈액 내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MDS-OAβ) 수치 간의 연관성을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이며, 섬망은 치매 악화와도 관련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지만 그동안 예측할 수단이 없었다"며, "이 연구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섬망 발생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며, 향후 대규모 다기관 전향적 연구를 통해 섬망 예측과 예방 전략 수립으로 이어지는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논문
Yang, Y. S., Jung, K. J., & Kwak, Y. T. (2025). The relationship between postoperative delirium and plasma amyloid beta oligomer. Scientific Reports, 15(1), 13147. https://doi.org/10.1038/s41598-025-97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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