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D 환자, 치매 증상이 급성 악화됐거나 더 나빠질 수 있어
1년 뒤 사망할 확률 2배...항정신병 제제보다 비약물적 치료 우선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석호 기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석호 기자

 

치매 환자는 이미 인지 저하를 앓고 있으니 흔히 나타나는 섬망(delirium) 증상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섬망(Delirium Superimposed on Dementia, DSD)은 치매 증상이 급성 악화된 결과이거나 더 나빠질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도 볼 수 있어 주의 깊게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 노인정신의학 학술대회(ASPAC 2024)’에서 ‘섬망의 약리학적 관리 : 오해와 진실(Pharmacological management of delirium: Myths and realities)’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보고했다.

섬망은 급격하고 변동이 심한 인지 장애로 주로 주의력과 인식 기능에 영향을 준다. 증상이 치매 환자가 경험하는 환각, 망상, 초조 등의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과 비슷해 섬망과 치매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 섬망이 있는 70세 이상 입원 환자 중 최대 40%는 기존에 인지 장애나 치매를 앓았다는 보고도 있지만, 섬망이 있다고 해서 치매로 진단받는 건 아니다.

섬망의 진단과 선별을 위한 바이오마커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특히 저활동성 섬망 환자는 증상을 식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DSD 진단에서는 환자의 인지기능이나 행동 관련 병력을 가족이나 간병인으로부터 확보해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섬망 환자는 섬망이 없는 환자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12배 더 높고, 치매 환자는 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4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DSD 환자의 경우 섬망이 악화돼 1년 뒤 사망하는 위험은 섬망만 있거나 섬망이 없는 치매 환자보다 2배 더 높다고 보고됐다. 또 DSD 환자는 입원 기간 연장이나 재입원, 인지 저하 가속화 등의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섬망은 노쇠나 장기 요양, 입원 및 수술, 약물 등 환자의 건강 상태나 환경적 요소로 발생하며, 중환자실(ICU)에 있으면 발생률이 최대 80%에 달한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ICU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섬망이 발생하진 않는다. 오 교수는 “ICU 체류 자체가 아닌 질병, 의료적 중재, 일주기 리듬 교란 등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탈수, 낙상, 억제대 사용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도파민 과잉, 신경염증 등이 병리적 원인으로 추정되나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DSD의 치료·관리는 섬망과 다르지 않다. 해외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다학제적이고 비약물적 처방을 먼저 권고한다. 입원 기간에는 환자를 의자에 앉히거나 병동에서 걷게 하는 등 이동성을 확보해 주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항정신병 약물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며, 단기간에 저용량만 쓰는 것을 권장한다.

한편, 오 교수는 이번 발표를 통해 섬망에 대해 잘못 알려진 인식들도 소개했다.

그는 “환자가 사람, 장소, 시간에 대해 지남력이 있다고 해서 섬망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섬망은 증상이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활동성 섬망 환자를 그냥 쉬게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러한 환자들에게서 낙상, 욕창, 폐렴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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