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더스대 연구팀 실태조사...행동 지원 계획 ‘항상 도움’ 21% 불과
4명 중 3명 ‘비약물적 교육’ 하루도 못 받아...1~2명이 환자 16명 돌봐
호주 노인 요양시설에서 행동심리증상(BPSD)을 보이는 치매 환자의 관리 지침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일선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울러 BPSD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문 교육과 필수 자원인 인력·시간 확보가 미흡해 맞춤형 돌봄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40만 명의 호주 치매 환자 중 약 18만 8,000명이 주거형 노인 요양시설(Residential Aged Care, RAC)을 거주지로 삼고 있다. 특히 치매 환자의 약 90%가 질병 진행 단계에서 언어·신체적 공격성이나 기물 파손, 성적 행동 등 BPSD를 겪으면서 거주자의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간병인의 부담도 가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환자의 BPSD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보다 ‘긍정적 행동 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 PBS)’ 등 비약물적 중재가 우선 권고되지만, 여전히 ‘화학적 억제’인 약물치료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호주 요양법은 억제적 조치를 사용하는 임상의들에게 맞춤형 행동 지원 계획 수립을 의무화했으나 구체적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종사자들이 BPSD 대응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체계적인 전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플린더스대(Flinders University) 연구팀은 전국 노인 요양시설 종사자 43명을 대상으로 치매 환자 돌봄 경험과 요청 사항을 파악하는 설문을 통해 현재의 BPSD 대응 실무 체계와 가족 협력 현황, 개선 과제를 조사했다. 대상자들은 2주간 평균 18명의 치매 환자를 담당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치매 환자에 대한 공식 행동 지원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답했지만, 이에 대해 ‘항상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은 ‘가끔’이라고 답했고, ‘드물게’ 유용하다는 비율도 28%에 달했다.
반면, 계획 수립 과정에 ‘항상’ 또는 ‘가끔’ 참여한다고 밝힌 종사자들도 56%에 그쳤다. 나머지 44%는 ‘전혀’ 또는 ‘거의’ 관여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계획 수립 책임자는 간호사(38%)가 가장 많았으나 대부분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들 중 17%는 작성 주체조차 몰랐다.
이번 설문에 응한 종사자 중 평균 44.5%가 치매 환자의 BPSD를 경험했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공격성(96%) ▲반복 행동(92%) ▲배회(88%) ▲신체적 공격성(75%)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처하기 어려운 증상으로는 신체적 공격성(28%)을 1위로 꼽았다. 이러한 행동을 방지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대부분은 행동 지원 계획에 제시된 예방법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약물 투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종사자들의 교육 이수 상황도 제한적이었다. 최근 3년간 행동 지원 관련 비약물적 교육을 1일 이상 받은 비율은 25%에 그쳤고, 69%는 그 이하였다. 44%는 효과적인 방법을 ‘잘 식별할 수 있다’고 답했으나, 실제 시행에 대한 자신감에 대해선 ‘다소 있다’거나 ‘보통’으로 평가한 비율이 높았다.
가족 구성원과의 협력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한계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95%는 가족이 어느 정도 행동 지원 계획에 동참한다고 답했다. 종사자들은 “가족이 환자 성향·기억·강점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개별화된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가족들은 치매와 행동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 시간 제약, 참여 의지 결핍, 의견 불일치 등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효과적인 행동 지원의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는 ‘지식·기술’과 ‘시간·인력’의 결여를 꼽았다. 응답자의 60%는 ‘경험이 부족하고 숙련되지 않은 직원’을 문제로 지적했다. ‘직원이 모자라 12~16명의 치매 환자를 직원 1~2명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호소했다. 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지속적 교육’과 ‘충분한 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제기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디멘시아(Dementia)’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Fisher A, Reschke K, Shah N, Cheung SC, O’Connor CMC, Piguet O. Behaviour Support for People Living with Dementia in Residential Aged Care: A Cross-Sectional Survey of Staff Experiences and Support Needs. Dementia. 2025;0(0). doi:10.1177/1471301225136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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