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환자 58.8% 자택 복귀...일반 병동 37.5% 그쳐
병동 환경도 치료에 영향...치매 환자 맞춤형 공간 확대 필요
치매에 특화된 병동 환경이 환자의 자택 복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자병원 신경과 곽용태 박사 및 순천향대천안병원 양영순 교수 연구팀은 기존의 일반 병동(General Ward, GW)과 비교해 ‘치매 전문 병동(Specialized Dementia Ward, SDW)’에서 치료받은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증 치매 환자들은 흔히 초조, 불안, 공격성과 같은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in Dementia, BPSD)을 경험한다. 증상이 심각해 가족이나 간병인이 집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면,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입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존 폐쇄 병동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으로, 치매 환자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치매 환자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간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형 병동으로 옮겼을 때 낯선 공간이나 소음 등으로 혼란을 겪거나 섬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개방형 병동 역시 약물이나 억제대를 더 자주 사용할 경우, 행동심리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비약물적 요법으로 치매 치료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환자에게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2017부터 2019년까지 국내 노인전문요양병원에 입원한 알츠하이머병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관찰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 중 40명은 일반 병동에, 51명은 치매 전문 병동에 입원했다. 두 병동은 같은 건물에 있지만 층이 다른 공간에 위치했다.
이번 연구에 도입된 치매 전문 병동은 반개방형 접근법을 채택했다. 환자들은 병동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배회를 막기 위해 병동 출입구에 간단한 숫자 코드를 입력하도록 설계됐다. 식사, 커뮤니티 등 공동 공간을 마련해 사회적 교류도 촉진했다.
환경 치료(milieu therapy) 개념도 도입했다. 환자가 친숙한 사진이나 물건을 배치하는 등 개인화된 공간을 조성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행동 증상이 심각한 환자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관찰실도 별도로 마련했다.
그 결과, 치매 전문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58.8%가 자택으로 복귀한 반면, 일반 병동 환자는 37.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p=0.049)
입원 기간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관찰됐다. 치매 전문 병동의 평균 입원 기간은 3.2개월로, 일반 병동 환자(4.9개월)보다 더 짧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p=0.078)
이 외에도 인지 기능, 일상생활 수행 능력, 행동 장애 평가에서 일부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또한 두 그룹 모두 입원 후 항정신병 약물 사용량이 감소했으나, 그룹 간 차이는 미미했다.
연구팀은 일반 병동 그룹에서 다른 시설로 옮긴 환자(6.9개월)가 집으로 돌아간 환자(4.6개월)보다 더 오래 입원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일반 병동이 치매 환자를 단기적으로 치료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실상 장기 요양 시설의 역할을 담당하거나 보호자의 전원 결정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치매 전문 병동 그룹에서는 자택 복귀 환자와 전원 환자의 입원 기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치매 전문 병동이 환자의 행동심리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후향적 소규모 연구로, 간병인에 대한 설문조사나 인터뷰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 치매 전문 병동의 비용 효과성 분석을 통해 시설 투자 대비 입원 기간 단축 및 간병인 부담 감소 효과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임상적 개선 외에도 재입원율이나 인지 변화, 간병인 복지 등 퇴원 후 결과에 대한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5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Personalized Medicine’에 실렸다.
Source
Yang, Y.; Huh, K.; Kwak, Y.T. The Influence of a Specialized Dementia Ward on the Treatment of Alzheimer’s Disease Patients. J. Pers. Med. 2025, 15, 82. https://doi.org/10.3390/jpm15030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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