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 명 혈액 분석, 200여 단백질이 치매와 연관 확인
말초 경로 주목… 조기 진단·치료제 개발에 새 가능성
뇌 안에만 머물던 치매 연구, 혈액과 장기로도 눈 돌려야
알츠하이머병은 오랫동안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고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진행되는 병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Nature Aging〉 9월 10일 자에 발표된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는 치매의 시각을 넓히는 새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러시대학교 메디컬센터, 에모리대학교·조지아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ADRC), 바이오-허메스 연구 컨소시엄, 일본 에자이(Eisai) 주식회사와 일부 대학 연구진이 참여한 이 연구는 인지 정상 노인부터 경도인지장애(MCI), 알츠하이머병 환자까지 총 2,139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6천여 종의 단백질을 한꺼번에 살펴본 결과, 치매가 뇌 안에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뇌척수액이나 부검 조직에서 단백질 변화를 찾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번 연구는 혈액이라는 ‘몸 전체의 창’을 통해 치매와 관련된 단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석 결과, 200개가 넘는 혈액 단백질이 아밀로이드 축적과 관련이 있었으며, 일부는 인지 기능 저하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특히 시냅스(신경세포 연결), 면역 반응, 대사 과정, 세포 외 기질(ECM, Extracellular Matrix 세포 바깥을 지탱하고 세포 신호를 주고받게 하는 단백질 구조망) 같은 뇌 밖 경로가 눈에 띄었다. 연구팀은 “치매 진행에 혈액과 장기 등 말초 신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치매 위험 유전자인 APOE ε4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10여 개 단백질은 아밀로이드와 인지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관을 보였다. 이는 특정 유전자의 영향을 넘어서 혈액 신호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결과는 치매가 뇌와 온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행되는 복합 질환임을 다시금 확인해 준다. 따라서 앞으로는 혈액 기반 조기 진단법이나 말초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자들은 “혈액 단백질은 비교적 쉽게 검사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치매를 이해하는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Source
Afshar S., Dammer E. B., Bian S., Bennett D. A., Mohs R., Beauregard D., Dwyer J., Hales C. M., Goldstein F. C., Parker M. W., Trammell A. R., Watson C. M., Golde T. E., Seyfried N. T., Roberts B. R., Manzanares C. M., Lah J. J., Levey A. I., Johnson E. C. B. (2025). Plasma proteomic associations with Alzheimer’s disease endophenotypes. Nature Aging, Published online September 10, 2025. DOI: 10.1038/s43587-025-009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