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레비오 ‘Lumipulse G pTau217/β-Amyloid 1-42’ 상용화 시동
민감도 91.7%, 특이도 97.3%...치료 옵션 선택 시 다른 검사와 병행해야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 퍼블릭 도메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 퍼블릭 도메인

혈액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기술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문턱을 넘었다.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의 패러다임이 새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그간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검사는 연구 환경과 일부 임상 현장에서 보조적으로 활용됐으나, 환자에게 동반된 질환이나 인종적 특성 등이 바이오마커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돼 왔다.

FDA는 이번에 허가한 검사법이 선별검사나 단독 진단검사로는 쓰일 수 없다고 사용 범위를 제한했지만, 향후 혈액검사가 널리 상용화되면 절차적 간소화와 함께 접근성 확대로 알츠하이머병 진단 과정이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에 적용할 수 있는 혈액 검사법 ‘루미펄스(Lumipulse G pTau217/β-Amyloid 1-42 Plasma Ratio)’의 시판을 허가(clearance)했다고 밝혔다.

이는 FDA가 허가한 최초의 혈액검사 기반 알츠하이머병 체외 진단기기로, 질병의 징후나 증상을 보이는 55세 이상 환자들의 조기 진단에 사용된다. 이번 FDA 허가는 혁신 의료기기 지정(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 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FDA 홈페이지
FDA 홈페이지

일본의 후지레비오 진단(Fujirebio Diagnostics)이 개발한 루미펄스는 주요 병리 특징인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Aβ Plaques) 축적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이 검사법은 혈장에서 발견되는 인산화 타우(pTau217)와 아밀로이드 베타(Aβ 1-42)의 농도를 측정한 뒤, 두 단백질 수치의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스캔이나 요추 천자를 통한 뇌척수액(CSF) 검출법이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상대적으로 고비용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특히 PET 스캔의 경우 환자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혈액검사는 간단한 혈액 채취만으로 진행돼 침습성이 낮고,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FDA는 510(k) 시판 전 신고(Premarket Notification, PMN) 절차를 통해 루미펄스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510(k)는 새 기기가 기존에 허가된 제품과의 실질적 동등성을 입증할 경우 간소화된 심사를 통해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FDA는 루미펄스가 기존 뇌척수액 기반 ‘Lumipulse G β-amyloid Ratio(1-42/1-40)’와 기능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했다.

후지레비오 로고
후지레비오 로고

검사 신뢰성 측면에서도 FDA의 합격점을 받았다.

FDA에 따르면 인지 장애 환자 49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루미펄스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의 91.7%(민감도)는 PET 스캔이나 뇌척수액 검사 결과에서도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검출됐다.

반대로 음성 반응을 보인 환자의 97.3%(특이도)는 다른 검사에서도 플라크가 발견되지 않았다. 전체 대상자 중 ‘판정 불가(indeterminate)’ 결과를 받은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다만 FDA는 루미펄스의 위험성으로 ‘거짓 양성(false positive)’이나 ‘거짓 음성(false negative)’과 같은 오류 가능성을 한계로 지적했다.

거짓 양성의 경우 오진에 따른 불필요한 치료와 비용 부담, 부작용 위험 등이 이어질 수 있다. 거짓 음성 결과는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로 유도할 수 있고,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경험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FDA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 등의 치료 옵션을 결정할 때, 루미펄스를 단독으로 사용하지 말고 다른 임상 평가나 추가 검사와 병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마틴 마커리(Martin A. Makary) FDA 청장은 “알츠하이머병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65세 이상 인구의 10%가 질환을 앓고 있다”며 “2050년까지 그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번 검사법처럼 새로운 의료 제품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셸 타버(Michelle Tarver) FDA 의료기기 및 방사선보건센터(Center for Devices and Radiological Health) 책임자는 “이번 허가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있어 중요한 도약으로, 미국 환자들이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 더 쉽고 더 접근성이 향상된 방식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몬테 윌츠(Monte Wiltse) 후지레비오 진단 CEO는 “그동안 효과적이고 접근성 높은 최소 침습적 진단법이 부족해 진단이 늦어지거나 부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진단 도구의 가용성을 높이고 조기에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할 추가 검사법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가 발간한 ‘2025 Alzheimer's Disease Facts and Figure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99%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에서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79%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나 일상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전에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미국인의 91%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95%는 초기 증상을 경험할 때 간단한 의학적 검사를 받고 싶어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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