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커 양성이라도 증상 없으면 알츠하이머병으로 분류하면 안 돼
무증상 위험군이 대다수...치매 예방 목적으로 치매치료제 남용 증가 우려
임상적으로 인지 기능은 정상이지만 바이오마커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이들에게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새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위험 평가와 진단 평가는 다르다는 것.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 임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위험군이 대다수인 가운데 무분별한 바이오마커 검사로 질병을 진단하는 데 따른 심리적·사회적 부담 증가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올해 초 알츠하이머협회(AA)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과 상충하는 결과로 이목이 쏠린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국제실무그룹(International Working Group, IWG)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 CTAD)’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지난 1일(현지 시간)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바이오마커(Biomarker)는 생물학적 과정이나 병리적 과정, 치료적 개입에 대한 약리적 반응 지표로, 객관적으로 측정되고 평가되는 특성을 뜻한다. 뇌척수액(CSF)의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비(比)와 인산화 타우(p-tau217)를 통해 바이오마커의 측정값을 구할 수 있다. 2018년 이후 바이오마커 발견에 근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연구나 임상 시험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Aβ42/Aβ40)나 타우와 같은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고, 이를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에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앞서 AA는 올해 초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정의를 임상적 증상에 기반한 것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며, 인지 정상인이 바이오마커 양성이라면 질병으로 진단될 수 있다고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특성상 다양한 상호 작용과 복잡성을 고려하면 생체 내 병리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바이오마커 신중론'도 제기돼 왔다.
최근 개발된 항아밀로이드 항체 약물의 경우 바이오마커 제거에 효과를 보였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WG는 AA의 새로운 진단 기준과 달리 인지 장애의 유무를 기준으로 바이오마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더라도 인지 기능이 정상이라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IWG의 새 가이드라인은 바이오마커에 따른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대해 임상-생물학적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즉, 바이오마커를 임상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마커 양성이라는 생물학적 기준뿐 아니라 임상적으로 인지 장애 증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WG는 바이오마커는 양성이지만 인지 기능은 정상인 이들에 대해 '무증상 알츠하이머병 위험군'으로 분류하며 새로운 용어 정의도 내놨다.
무증상 알츠하이머병 위험군은 “특정 바이오마커 프로파일과 관련해 불확실하거나 결정되지 않은 위험으로 인지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인지 정상인”이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인 바이오마커 프로파일로 “내측 측두엽 영역에 국한된 타우 병증이나 뇌 아밀로이드증, 양성 인산화 타우(p-tau) 체액 바이오마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지 장애로 진행될 평생의 위험성은 바이오마커 음성인 이들보다 증가하지만, 임상적 진행을 결정짓는 비율과는 거리가 멀다”며 “이들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IWG는 아밀로이드 바이오마커 양성인 65세 남성의 평생 알츠하이머병 치매 위험도는 21.9%로 추산됐고, 이는 음성인 비슷한 연령대의 개인보다 1.7배 더 높은 수준이라는 보고도 인용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정상 아밀로이드 바이오마커가 발견된 인지 정상인 중 6년간 경도인지장애(MCI)로 진행된 사람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알츠하이머병을 핵심 바이오마커 하나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고 제안한 AA의 기준을 적용하면 진단받은 환자의 임상적 예후에 큰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前) 증상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는 “진행 위험성이 거의 결정적이고 매우 높은 특정 바이오마커 패턴이 나타난 인지 정상인”이라고 분류했다.
이와 관련한 바이오마커 프로파일의 예로 ▲임상 알츠하이머병의 평생 위험도가 거의 100%에 가까운 침투성 상염색체 우성 유전적 변이(APP, PSEN1, PSEN2) ▲다운증후군 환자 ▲APOE ε4 유전자의 동형접합형 보인자 ▲아밀로이드 PET, 타우 PET과 같이 임상적 알츠하이머병 위험성이 매우 높은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꼽았다.
특히 IWG는 인지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 뇌척수액, PET, p-tau217 등의 바이오마커 검사를 일상적으로 받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마커 양성 결과로 인지 기능이 정상인 사람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분류되거나 무증상이 평생 이어질 경우 개인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료진의 개입 없이 소비자가 직접 온라인 등으로 바이오마커 검사를 실시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도 클 것으로 예상했다.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가 대중화되면 인지 기능이 정상인 사람이 생물학적 질병 정의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는 경우도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검사 결과 바이오마커 양성으로 나온다면 인지 저하 예방을 위해 항아밀로이드나 항타우 약물에 대한 사회적 압력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다만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증상이 있는 사람의 위험성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보조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인지 장애가 없이 바이오마커 양성이 나오면 위험 상태로 간주해 2차 예방 치료에 대한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짚었다. 더불어 태스크포스는 치매 예방을 위한 뇌 건강 서비스처럼 무증상 위험군과 전증상군을 위해 실용적인 솔루션을 고안하는 데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인지 정상인에 대한 연구 방향에 대해서도 ▲생활 방식 위험 요소와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평가해 인지 장애 및 치매 발생에 대한 각각의 독립적 가중치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장기 추적 관찰 종단 연구 ▲알츠하이머 병리 및 인지 장애 발생률을 줄이는 기타 위험 감소 전략에 대한 약물 효능을 테스트하고 치료적 위험-이익 프로파일을 평가하는 개입적 임상 시험을 제언했다.
이번에 발표된 새 가이드라인은 같은 날 국제 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JAMA Neurology)’ 온라인판에도 실렸다.
Primary Source
Dubois B, Villain N, Schneider L, et al. Alzheimer Disease as a Clinical-Biological Construct-An International Working Group Recommendation. JAMA Neurol. Published online November 1, 2024. doi:10.1001/jamaneurol.2024.3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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