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다룬 ‘2025 치매 보고서, 현재와 미래’ 분석
‘레카네맙’의 과도한 기대 우려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치매 문제를 다룬 방송과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치매를 전문적으로 파고들며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 전달의 사명감으로 언론의 역할을 펼쳐 온 디멘시아뉴스로서는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물론 그만큼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많은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은 안타깝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로 인한 고통은 인구 고령화로 어느 가정에나 불쑥 찾아온다. 이에 건강과 의학 정보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에서 치매를 주제로 주목할 만한 방송을 했다.
5월 28일 방송한 KBS <생로병사의 비밀> 953회 ‘2025 치매 보고서, 현재와 미래’ 편이다. 유튜브에 오픈된 방송 내용은 알츠하이머치매가 보고된 지 120년이 지난 현재의 치매 연구는 어디까지 왔는지,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로 허가된 ‘레카네맙’이 국내에서 처방을 시작한 의료 현장 모습과 디지털 치매 치료제 등의 현황 등이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치매 코호트 연구와 최신 치매 관련 진단과 연구를 소개하며 조기 진단 기술과 발병 예측 가능성을 담았다. 현재까지 연구된 효과적인 치매 예방법을 알려주며 치매 정복의 시기가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소개했다.
생로병사의 비밀, 치매 편이 전하는 의미와 가치
우선 이 방송은 2025년 우리 사회가 100만 명 치매 시대를 맞아 국가적 준비가 시급한 면을 잘 강조해 주었다. 치매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딸의 사례를 보여주며 당사자가 겪는 심적인 고통과 그 현장으로 시청자를 초대해서 치매 가족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체험하게 해주었다. 사랑하는 엄마의 기억 상실이 가져오는 고통을 진솔하게 다루었고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삶의 존엄성과 직결된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점이 치매 치료제 부분일 것이다. 치매 가족인 모녀의 사례에 이어서 치매가 어떤 병인지 설명한 뒤 ‘레카네맙’을 혁신적인 치료제로 소개했다. 방송 내용만으로는 ‘레카네맙’이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개발돼 치매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메시지로 전해졌다. 기존 치료제가 증상 완화에 그쳤다면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를 통한 근원적 치료 시도로 환자에게 실질적 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과학적 진보 약물로 강조했다. 한편으로 약값이 지나치게 비싼 점이 안타깝고 부작용 위험도 제시해 레카네맙 치료의 복잡성을 언급해 주기도 했다.
또한 치매와 장내미생물 간 연관성, 내독소 이론 등 최신 연구를 소개하며 치매 연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렸고, 미생물-장-뇌 축 연구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소개하며 치매 가족에게 ‘치료 불가능 병’이라는 관념에서 과학 발전으로 치료 희망을 강조했다. 광주의 대규모 치매 코호트 연구가 발병 전 조기 진단 가능성과 APOE ε4 유전자 연구의 진전을 소개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장기 추적 연구를 기반으로 예방과 치료 전략이 세워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삶, 감정을 소개하며 희망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점은 칭찬할 만하다. 현재로서는 치매 문제를 과학과 사랑, 시간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를 전인적으로 접근함으로 치매를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방송 내용의 문제점과 한계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과 한계가 분명히 보이기도 했다. 우선 ‘레카네맙’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부각했다.
신경과 전문의가 진료실에서 직접 환자에게 레카네맙 투약을 권하는 장면이 나오고, 스튜디오에서 전문가가 아나운서 질문에 레카네맙을 설명하면서 아주 고무적이고 효과적인 약으로 언급했다. 부작용이 있지만 0.7~3퍼센트로 소개하며 심한 부작용은 0.7, 경미한 부작용은 3퍼센트에 불과한 데다 특히 아시안은 부작용이 아주 적었다고 덧붙이니, 방송을 본 치매 가족은 레카네맙 투약 대상자로 적합하다면 꼭 맞아야 하는 신약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약값이 1년에 4천만 원인데 비싸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는 표현은 중요한 약이니 건강보험 급여화하거나 부모를 위한 효심으로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약이란 의미로 전달됐다.
알려진 바대로 레카네맙은 근본적인 치료를 완결해 주는 약이 아닌,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병증 진행을 27% 더디게 하는 효과를 지녔다. 레카네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 없이 시판을 허가했다. 레카네맙처럼 중요하고 부작용 우려가 분명한 신약이 해당 절차를 생략하고 허가돼 안전성 문제가 석연치 않은 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다.
또한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나 한국인 대상의 가교시험은 실시하지 않은 점이 디멘시아뉴스 단독 보도로 밝혀졌다. 한국인의 유전적·생리학적 특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자이 측이 한국인 대상 가교시험을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아시안 전체 통계로 추론할 뿐 한국인 환자에게 안전성, 약물 반응, 부작용 발생률 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 “한국인 대상 데이터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유효성과 안전성 보장 불가”라는 우려를 견지하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없는 점이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레카네맙은 부작용 우려로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유럽, 영국,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레카네맙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매우 신중하며 제한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계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권고하기보다 투약을 늘리는 현실이다. 치매 가족의 답답함이 반영되면서 의료계는 뇌출혈과 뇌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 위험에 대해 엄격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레카네맙을 권장하는 모습이다. 제보에 따르면 <생로병사의 비밀>을 보고 치매 환자들이 레카네맙을 투약해 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논란이 많은 약을 <생로병사의 비밀>은 긍정적으로 부각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과 함께 치매 가족의 경제적 부담과 접근성 문제를 충분히 다루면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라는 점을 보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과학적 근거’와 ‘책임 있는 의료’의 민감한 접근 필요
<생로병사의 비밀>은 치매 치료제 개발과 새로운 과학적 접근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사회적 희망과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그러나 가족 돌봄 경험과 사례를 소개했으나, 돌봄 스트레스, 사회적 지원 부족, 제도적 한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깊게 다루지 않아 치매 환자 가족들이 겪는 총체적 고통과 사회적 문제로서 치매를 조명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희망의 약’이라는 이름 아래 섣부른 기대를 부각하기보다 철저한 임상 근거와 안전성 확보가 먼저다.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신약 도입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전문가들의 신중한 평가가 절실하다. 또한 치매 돌봄의 현실은 재가 케어와 시설 케어,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처우, 보호자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간병 문제 등 다층적이고 민감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 편의 방송에 모든 문제를 담기 어려운 주제인 치매는 개인과 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그 길에 ‘과학적 근거’와 ‘책임 있는 의료’가 반드시 함께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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