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유효성, 전체군과 유사한 경향”...한국인 CDR-SB 수치, 통계적 유의성 부족
본지 확인 요구에 “업체 자료 보호요청에 비공개”...정보 공개로 보건당국 신뢰 높여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유경 식약처장 /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유경 식약처장 /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의 임상 3상 연구에서 한국인 하위그룹 분석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교시험이 면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가교시험 면제의 근거를 제시했지만, 핵심 의혹인 ‘통계적 유의성’에 대해서는 ‘영업상 비밀침해’를 이유로 비공개 처리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5월 식약처로부터 수입 품목 허가를 받은 레켐비는 같은 해인 11월 말께 국내에 공식 출시돼 올해 대형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시판에 앞서, 대한치매학회는 레켐비의 한국인 하위그룹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부작용과 효능을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는 레켐비의 별도 가교시험을 실시하지 않는 대신 임상 3상에서 발췌한 한국인 결과를 가교자료로 평가했다. 가교시험이란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국내에 도입할 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시험을 뜻한다.

 

외국임상자료 등에 대한 검토 및 가교시험 결정방법
외국임상자료 등에 대한 검토 및 가교시험 결정방법

 

‘가교 평가에 대한 심사자 의견’ 항목에서 한국인 대상 유효성 분석 결과, 18개월 차에 위약군과 비교해 치료군에서 1차 및 주요 2차 임상 변수의 감소가 지연됐고, 아시아인 그룹 및 전체군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관찰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차 평가 변수인 임상치매척도 총점(CDR-SB)의 위약군 대비 감소율은 전체군 27.1%, 한국인 25.2%로 “유사했다”고 표현됐다.

특히 ‘임상에 대한 심사자 의견’ 항목에서는 전체군에 대해 18개월 차 CDR-SB의 기준선으로부터의 변화에서 위약군과 치료군 사이에 조정된 평균 치료 차이가 –0.451이며,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P=0.00005) 차이”라며 P값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인 데이터의 통계적 유의성을 따질 수 있는 P값은 보고서에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에 지난해 11월 ‘2024 아시아태평양 노인정신의학 학술대회(ASPAC 2024)’에서 왕성민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한 아시아 및 한국인 하위그룹 분석 결과에서는 한국인 데이터의 P값이 포함됐다.

 

레켐비 임상 3상 한국인 하위그룹 연구 1차 평가지표 결과 : CDR-SB / 왕성민 교수 발표 자료
레켐비 임상 3상 한국인 하위그룹 연구 1차 평가지표 결과 : CDR-SB / 왕성민 교수 발표 자료

 

왕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CDR-SB 분석 결과 한국인과 아시아인 그룹은 치료군에서 위약군 대비 각각 25.2%(-0.55, p=0.16683), 18.8%(-0.35, p=0.10443)로 차이를 보였으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식약처의 허가보고서에서 전체군과 한국인의 CDR-SB 감소율이 유사하다는 결론은 통계적 유의성 부족으로 입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디멘시아뉴스>는 식약처에 가교시험 면제 사유, 가교자료설명서 공개, 보고서 내 한국인 집단의 CDR-SB 관련 P값 누락과 통계적 유의성 확인 등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질의했다.

그 결과, 가교시험 면제 사유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포함된 다국가 임상시험 자료에서 발췌한 한국인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를 통해 한국인과 타민족 간 차이가 없음을 입증한 경우로서 한국과 타지역 간의 민족외적 요인의 차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에 P값 등이 빠진 이유에 대해 “다국가 임상시험의 전체 임상 결과와 한국인에 대한 임상 결과를 비교해 평가했을 때, 한국인에서 안전성·유효성은 전체군과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며 “자세한 사항은 공개된 의약품 품목허가 보고서를 참고”하라고 답변했다. 식약처는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해명보다 ‘경향’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어 논란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답변
식품의약품안전처 답변

 

하지만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에는 ‘법인 등 영업상 비밀침해’를 근거로 공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가교 자료 일체(가교자료설명서 및 통계적 유의성 등)의 경우 해당 업체의 자료 보호요청으로 비공개함”이라고 밝혔다.

비공개 근거 조항으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 및 약사법 제88조(제출된 자료의 보호) 제1항을 적용했다. 본지가 요청한 청구 내용이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 처음 시판되는 항아밀로이드 계열 항체 치료제가 국민의 건강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가교시험이 면제된 약물의 임상 결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명확히 검증하고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며 보건당국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으로 보인다.

영국의 건강보험 비용 지출 감독 기구인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는 레켐비의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면서 연령별 하위그룹 결과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과 검증이 부족하고 표본 크기가 작다”며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기록했다.

식약처 등 보건당국에서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와 관련해 통계적 유의성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고가이면서 임상적 유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 레켐비의 투여를 고민 중인 국내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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