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 너무 작아”...세 차례 협의에도 기존 입장 못 뒤집어
“NHS, 상당한 자원 투입해야...다른 치료 제한할 수 있어”
영국 보건당국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에자이(Eisai)의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를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건강보험 비용 지출을 감독하는 독립 기구인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은 심의위원회 검토 결과, 국민건강보험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비용 지출을 정당화하기에 두 신약의 이점이 너무 작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NICE는 이번 결정에 대해 “약물들의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 NHS를 통해 지원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영국 의약품 및 의료제품 규제청(MHRA)은 지난해 8월 레켐비에 이어, 두 달 뒤인 10월 키선라의 허가를 연달아 승인했다.
하지만 NICE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통해 약가를 비롯해 추가 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두 약물의 건강보험 적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제약사들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지난달까지 세 차례 협의를 이어갔지만, 비용 효율성(Incremental Cost Effectiveness Ratio, ICER) 추정치가 NHS 재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해 기존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특히 NHS에서 새로운 치료제를 도입할 때 일정 기간 추가 데이터를 모으면서 조건부 사용을 허용하는 ‘관리형 접근(Managed Access)’ 방식도 논의됐지만, 의료 자원 투입량을 고려하면 재정적 부담이 너무 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ICE는 이번 최종 권고안에서 “제출된 모든 근거 자료를 검토해도 높은 비용에 비해 충분한 이점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신약들은 경증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병으로의 진행을 4~6개월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약물 구매·투여의 전체 비용이 높은 반면 효과는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HS에서 약물 사용을 승인할 수 있으려면 치료의 진전뿐만 아니라 의료 자원과 납세자의 돈이 잘 쓰일 수 있어야 하지만, 이 약물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헬렌 나이트(Helen Knight) NICE 의약품 평가 책임자는 “신약 평가에서 새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추가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결과를 얻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했다”며 “알츠하이머병으로 경도 인지 장애나 경증 치매를 앓는 사람들과 간병인들에게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위원회는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도나네맙과 레카네맙의 이점이 미미하고 효과에 대한 장기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NHS가 치료에 투입돼야 할 상당한 자원에 대해 승인할 경우 환자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다른 필수 치료와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제약사의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내달 23일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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