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키선라, 비용 효과성·재정 부담에 NHS 급여 등재 무산
에자이 “환자 돌봄 외면한 결정...NICE 평가 과정 전면 재검토” 요구
영국 보건당국이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최종적으로 불허하자 제조사인 에자이(Eisai)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에자이(Eisai EMEA)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의 결정에 깊이 우려한다”며 “초기 알츠하이머병 의약품에 대한 평가 프로세스의 즉각적인 전면 재검토를 당국에 긴급히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날 NICE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와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에 대한 평가위원회 최종 심의 결과, 영국 국민건강보험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비용 지출을 정당화하기에 두 신약의 이점이 너무 작아(too small to justify the additional cost) 건보 급여 적용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약물은 지난해 영국 의약품 및 의료제품 규제청(MHRA)으로부터 ApoE4가 없거나 1개만 보유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한정해 쓰일 수 있도록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NICE는 이들 약물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가 작고 의료 재정에 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담아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5월까지 제약사들의 추가 자료를 받아 세 차례 협의를 이어갔지만 기존 입장이 유지됐다.
NICE는 “NHS에서 승인하려면 치료 진전뿐만 아니라 의료 자원과 납세자의 돈이 잘 쓰일 수 있어야 하나 이들 약물은 그렇지 않다”며 신약의 비용 효율성(Incremental Cost Effectiveness Ratio, ICER) 문제와 재정적 부담을 우려했다.
에자이 측은 즉각 반박했다.
에자이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치료 이점보다 비용에 지나치게 치우쳐 내려졌다”며 “NICE가 평가에 적용한 가정에 따르면, 레켐비를 NHS에 무료로 제공하더라도 승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에자이의 EMEA 지역 회장이자 CEO인 게리 헨들러(Gary Hendler)는 “알츠하이머병은 영국 최대 사망 원인이며, 관리 비용이 2040년까지 연간 900억 파운드(한화 약 166조 원)로 두 배 증가할 것”이라며 “보건당국이 조기 단계 환자를 식별하고 관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30개 이상의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개발 중이며, 이 중 60%가 초기 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NICE의 평가 프로세스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을 평가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자이 측은 NICE 평가 과정의 문제점으로, 가족 돌봄 제공자에 대한 영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점과 환자 1인당 치료 비용 산정의 부정확성을 들었다.
닉 버진(Nick Burgin) 에자이 EMEA 사장이자 COO는 “NICE는 건강 관련 삶의 질 평가에 EQ-5D를 사용했지만, 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데 따른 정서적·사회적 부담을 과소평가한다”며 “앞으로 출시될 신약들이 적절히 평가받고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즉각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샤이드 초우드허리(Shaeed Chowdhury) 에자이 영국 & 아일랜드 의료 책임자는 “환자 단체들은 NHS를 통해 일부 환자가 신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형 접근(Managed Access)’을 요구해 왔지만, 2년간 NICE의 평가 과정을 거치고도 체결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혁신 의약품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관리형 접근 기금인 ‘혁신 의약품 기금(Innovative Medicines Fund)’이 지금까지 소수 의약품에만 사용된 점 또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에자이는 즉시 이의제기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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