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E4 유전자가 없거나 1개만 있는 환자에만 투여 가능
유럽선 반대로 레켐비 승인...키선라, 재심 청구 ‘고전’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가 경쟁 약물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를 제치고 먼저 호주 진출에 성공했다.
호주 연방의약품관리국(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TGA)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일라이릴리(Eli Lilly)가 개발한 키선라(350mg/20mL)의 ARTG(Australian Register of Therapeutic Goods) 등록을 공식 승인했다.
이에 따라 키선라는 호주에서 경도인지장애(MCI)나 경증 알츠하이머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받은 최초의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로 기록됐다.
반면 에자이(Eisai)·바이오젠(Biogen)의 레켐비는 올해 3월 TGA로부터 재심사에서도 승인이 거부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으로 키선라에 ‘최초’ 타이틀을 내줬다.
앞서 TGA는 지난해 10월 레켐비의 효능이 ‘안전성 위험(safety risks)’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에자이 오스트레일리아(Eisai Australia Pty Ltd)가 재심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두 약물의 ApoE4 유전자 조건이 결과적으로 동일했으나 TGA의 결정은 엇갈렸다.
TGA는 재심 과정에서 ApoE4 유전자가 없는 환자(비보유자)에 한정해 레켐비의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하며 대체 적응증을 제시했지만, 에자이 오스트레일리아가 이 제한적 조건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에자이의 린 크레이머(Lynn Kramer) 최고 임상 책임자(COO)는 당시 성명을 통해 “TGA가 ApoE4 비보유자로 제한하는 협소한 범위의 적응증을 제안했다”며 “이는 모든 잠재 적격 환자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이들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TGA는 키선라에 대해서는 ApoE4 유전자가 1개만 있거나 전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조건부 승인하면서 문을 열어줬다. 이는 에자이 측이 제안했던 조건보다 완화된 것으로, ApoE4 유전자 1개 보유자까지 치료 대상에 포함한 결정이다.
TGA가 키선라에 관대한 조건을 적용한 만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경우 레켐비도 행정심판 절차를 거쳐 곧 문턱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키선라가 레켐비보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발생률이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레켐비의 호주 승인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에자이 측은 호주에서 레켐비의 행정심판 재심 청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EU)에서는 상황이 반대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올해 3월 약물 사용자문위원회(the Committee for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 CHMP)의 권고를 받아들여 키선라의 시판 허가를 거부했다.
EMA는 “키선라가 ApoE4 비보유군에서도 위험보다 이점이 충분히 크지 않다”며 시판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에 릴리는 EMA에 즉각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반해 레켐비는 재심을 통해 ApoE4 유전자가 없거나 하나만 있는 환자에 한해 지난달 유럽 시판 승인을 받아내며 반전을 이끌었다.
키선라는 이번 호주 허가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총 14개국에서 승인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레켐비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승인을 받은 것에 비해 진척이 더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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