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의약품 컨소시엄, 올해 2월 결정 유지
“제약사가 제시한 비용 효과성 추정치 너무 높아”

SMC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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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 국민건강서비스(NHS Scotland)의 약물 평가 자문기구인 스코틀랜드 의약품 컨소시엄(Scottish Medicines Consortium, SMC)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에 대해 치료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SMC는 스코틀랜드에서 사용될 신약이나 치료제에 대해 제약사가 제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적 유효성, 안전성,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NHS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다.

이번 결정은 SMC가 올해 2월 내린 결정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에 제조사인 에자이(Eisai) 측은 신속 재심사 절차(Fast Track Resubmission Process)를 통해 재도전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MC는 "레켐비의 재신청을 환영하며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모든 근거를 검토했으나 여전히 스코틀랜드 NHS에서의 레켐비 사용을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약물의) 제한적인 임상적 효과가 환자와 가족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더해 제약사가 제시한 비용 효과성 추정치도 지나치게 높다”고 덧붙였다.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 / 바이오젠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 / 바이오젠

앞서 영국 의약품·의료제품 규제청(MHRA)은 지난해 8월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위험 요인이자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ApoE ε4 동형접합자(두 개 보유)를 제외한 환자에게만 레켐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 역시 레켐비와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에 대해 여러 차례 재심의를 거쳤음에도 SMC와 같은 이유로 결국 사용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NICE는 이들 약물의 ‘증분 비용 효과비(Incremental Cost Effectiveness Ratio, ICER)’가 너무 높아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제약사 측은 이의제기를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단체인 스코틀랜드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 Scotland)의 앨리슨 맥킨(Alison McKean) 정책 연구 담당 국장은 “SMC가 레켐비 사용을 권고하지 않은 결정은 엄청나게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신약이 평가될 때마다 규제 기관에서는 회사가 제공한 효과와 비용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 평가 과정은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이라며 “새로운 치매 치료제가 엄격한 비용 효과성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국제 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 ADI)의 파올라 바르바리노(Paola Barbarino) CEO는 “오늘의 결정은 스코틀랜드 내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며 “안전성이 최우선이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시간에 민감한 퇴행성 질환”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스코틀랜드 내 치료 옵션 부족은 건강 격차를 심화시키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의료 관광으로 내몰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위험평가위원회(PRAC)는 에자이 독일법인(Eisai GmbH)이 제출한 ‘시판 후 안전성 연구(Post-authorisation Safety Study, PASS)’ 계획의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BAN2401-G000-505)는 유럽경제지역(European Economic Area) 내에서 진행되는 전향적 관찰 등록 연구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레켐비의 사용 실태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사후 감시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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