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노인간호학회 춘계학술대회 “초고령사회와 노인돌봄 대응 전략”에 190여 명 몰려
돌봄통합 해법 모색...“돌봄은 특정 전문가 영역이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
27일,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진리관에서 열린 ‘2025년 한국노인간호학회 춘계학술대회’는 초고령사회가 맞닥뜨린 돌봄의 현실을 점검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전략적 대응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학회는 “초고령사회와 노인돌봄 - 도전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열렸으며, 현장에는 190여 명의 실무자, 연구자, 정책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를 보였다.
조은희 회장, “현장과 연구, 제도 사이의 실마리를 만들겠다”
한국노인간호학회 회장 조은희 연세대 간호학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이번 학회에서 발표되는 내용과 토론들이 단순한 연구 결과나 이론이 아닌, 돌봄 현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는 특히 건강보험연구원과의 연계로 장기요양과 통합돌봄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담을 수 있게 돼 의미가 깊다”며 학회가 단지 학술단체를 넘어서 정책적 실천을 도모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노인돌봄의 모범을 만들어 내기를 희망했다.
장성인 원장, “분절된 제도, 구조적 비효율…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장성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원장은 축사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17년, 초고령사회가 도래한 지금 제도 전반에 걸친 새로운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특히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단절, 보건과 복지의 영역 분리, 지역 간 돌봄 격차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제도 설계 차원에서 통합을 전제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병원-지역-요양시설을 아우르는 연속적 돌봄 체계 구축과 보건의료 인력 전문성 강화를 정책 과제로 제시하며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국민건강보험의 발전을 기원했다.
박영란 교수, ‘초고령사회, 현황과 문제점’
“재건축이 필요한 노인복지 현장, 디지털 전환이 핵심 과제”
박영란 강남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는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지난 30여 년간 노인복지 현장에서 체감해 온 문제의식과 시급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복지관과 보건소 등 돌봄 현장이 여전히 ‘영수증에 풀 붙이는’ 아날로그 행정에 머무는 현실을 지적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복지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사회 돌봄은 이미 제각각의 자리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는 서로 만나야 할 때”라며, 박 교수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간의 협력, 기술과 제도의 연계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며, 한국은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위기의 골든타임”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저소득 독거노인의 증가, 노인의 여가 준비 부족,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등 노년기 삶의 불균형 문제도 지적됐다. 박 교수는 “시니어 산업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기술과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공공성과 연계한 제도 설계를 제안했다. “건강·경제·사회적 고립이라는 노인의 3대 고통을 줄이기 위해 통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접근”을 강조하며, “이제는 돌봄의 조력자와 플랫폼, 디지털 기술이 연결되는 ‘재건축된 복지관’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장숙랑 교수, 'Aging in Place 실현을 위한 통합돌봄 전략'
“퇴원 후 돌봄, 누가 책임지나… 한국형 통합돌봄에 필요한 것들”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의 패러다임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하며, “건강 불평등은 단지 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격차·사회적 고립·인프라 부재가 얽힌 복합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WHO와 EU가 제시한 ‘통합돌봄’ 국제 체제를 소개하며, “제도는 달라도 결국 노인이 어디에 살든지 제공받는 서비스 수준은 같아야 한다”는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퇴원 후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전환기 의료 체계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퇴원 환자는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가는 현실이 기본 옵션인 것에 대해 “퇴원 시점부터 지역과의 연계를 준비해야 하는데, 현재는 퇴원이 확정된 후에야 연계가 시작된다”며, “시간도 자원도 부족해 제대로 된 돌봄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 돌봄의 핵심으로 ‘재택 간호 통합센터’의 설치 필요성을 제시하며, 간호사 주도의 ‘캐어 코디네이션’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간호사가 1차 보건의료인으로 인정받고,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아우르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간호법 개정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끝으로 “그동안의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며, “한국형 통합돌봄의 시작은 제도 설계가 아니라, 퇴원하는 어르신 한 명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오후 기획 세션에서는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연구실의 장기요양 대상자 건강관리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권진희 실장, '장기요양 노인의 영양 관리 현황과 과제'
“장기요양 노인의 ‘영양 관리’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이끈다”
권진희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연구실 실장은 “장기요양 노인의 영양 상태는 삶의 질은 물론 입원율과 사망률, 나아가 제도의 지속 가능성까지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노인복지 정책에서 ‘영양 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 실장은 “입소 어르신의 상당수가 음식을 씹는 것과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증도에 따라 영양 불량률도 높아진다”며, 최근 연구에서 재가 노인의 16.7%, 시설 노인의 약 30%가 영양 결핍으로 진단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50인 이상 시설에만 영양사 배치를 의무화한 현행 기준과 급식 위탁 시 영양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시설에서는 영양사가 없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위탁 급식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한 끼 식사 제공일 뿐 노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영양 관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복지 급식관리지원센터 등 지역 인프라가 있음에도 현장의 활용도는 낮은 편이며, 영양 평가도 간호조무사나 사회복지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일본이나 독일처럼, 시설 규모나 급식 방식과 무관하게 영양사를 두고, 영양 케어 매니지먼트에 수가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며, 영양 관리의 주체 명확화, 전문 인력 배치 강화, 적절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씹고 삼키는 것조차 힘든 어르신에게도 마지막까지 ‘먹는 즐거움’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돌봄”이라고 전했다.
이정석 연구위원, '재가 수급자 의료간호 요구와 정책 방향'
“분절된 서비스, 가족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이정석 건강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수급자 1,480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정보 분석을 통해 장기요양 수급자의 복합적 간호·의료 요구를 설명했다. “방문간호 이용률은 여전히 2.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어르신이 원해도, 갈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건강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요양보호사 혼자 병원 동행이 불가능한 독거노인의 현실과 재가 수급자의 40%가 2년 내 사망하거나 시설에 입소하는 비율을 언급하며, 간호 중심의 재택의료 확산을 강조했다. “장기요양 수급자 중 36%가 가족이 병원 대리 처방을 받고 있으며, 주야간보호센터 간호사 비율은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해선 중증도와 필요도에 따라 간호 중심 서비스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간호사-간호조무사 간 역할 구별의 명확화, 방문 간호사 교육 훈련 강화, 방문간호 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수급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가 간호 공급 모형을 제공하고 인력을 확충해, 방문진료 의사와 방문간호 기관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정민영 제주 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 '치매 관리의 단계적 접근'
“MCI 증가, 치매 관리 패러다임 전환해야”
정민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치매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불가피하며, 이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돌봄 부담, 사회적 비용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소폭 감소했으나,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MCI) 유병률이 증가한 점을 짚으며 이에 대한 선제적 대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연간 치매 관리 비용이 국가 전체적으로 24조 원에 달하고, 치매 가족의 절반 가까이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현실을 공유하며 사회적 지원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무국장은 “치매안심센터가 조기 검진율과 대국민 인지도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전문 인력(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 부족, 지역별 서비스 질의 불균형, 유관기관 간 서비스 연계 및 정보 공유 미흡, 프로그램 표준화와 후속 관리 필요성 등 현장의 한계점과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치매안심센터가 모든 노인 사업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현장 관계자들의 참여가 미흡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 사무국장은 제4차 국가치매종합관리계획(2021~2025)에 따라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G7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치매 환자의 ‘존엄성을 잇는 돌봄’과 ‘가족 돌봄 지원’ 분야에서 개선할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특히 노인간호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과 역할 확대를 통해 실효성 있는 치매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학 교수, '고령친화 주거환경의 이해와 적용'
“공간은 삶을 지지하는 마지막 자산”
이영범 경기대 건축학 교수는 “낙상과 같은 사고 대부분은 집에서 발생한다. 집수리를 통해 예산 10분의 1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주거환경 개선을 구조적 복지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가 예산은 한정돼 있고, 정책은 늘 뒤에 반응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성남시 중원구의 ‘야쿠르트 아줌마 모델’ 사례를 소개하며, “복지사는 부족하지만, 공동체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거·복지·돌봄의 파편화된 정책을 연결할 통합 공간 복지 개념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삶을 지지하는 '인생 보조’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하며, 지역사회에서 노인, 특히 치매 겪는 이들이 존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이 교수는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오래된 노후화된 공공 임대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1층 부분을 거주 불편 해소를 넘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형태로 재구성해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SH공사의 ‘공간 닥터’ 시범사업을 언급하며 공간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노후 공공임대아파트의 유휴공간을 주민 맞춤형 공간으로 개선하는 등의 시도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치매 환자들이 생애 마지막까지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주거 모델로 “주거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과 같은 협동조합형 모델이 노인 주거에 더욱 확산해야 한다”며, “굳이 아파트 형태가 아니더라도 도심 내 노인 주거 문제 해결에 있어 건축학적, 사회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합돌봄의 현실적 효능감, 간호의 재구성에서 시작
2025년 한국노인간호학회 춘계학술대회는 ‘통합’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로 노인돌봄의 현안을 제시했다. 돌봄 현장의 구조적 한계와 역할 분담 문제가 언급됐고 그 중심에 ‘간호’가 있다. 돌봄의 ‘통합’은 단순한 구호나 미래 과제가 아니다. 방문간호 이용률은 2.7%에 머물고, 많은 주야간보호시설에는 간호 인력이 부재하며, 의료·영양·돌봄 정보를 연계할 수 있는 기반 또한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학회는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직시하고, 간호사가 돌봄의 설계자이자 조정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학회에서 제시한 분석과 제안들이 현실적인 효능감으로 나타나는 제도 개선과 정책 설계로 이어져, 통합돌봄의 기반을 다지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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