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미비 속 시민사회가 제안한 '실행 가능한' 조례안
전국 250개 단체 참여…지역 맞춤형 돌봄 체계 위한 설계도 마련
정부가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의 현장 정착을 앞두고, 시민사회가 지역 중심 돌봄 체계 마련을 위한 전국 표준조례안을 제시했다.
25일, 한국사회연대경제 돌봄특별위원회는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지역사회 돌봄통합지원 표준조례안>을 공개했다. 조례안은 각 지역에서 진행 중인 시민사회의 조례 제정 활동을 바탕으로 마련했다.
지역 여건과 자원을 반영한 표준조례안은 현행 돌봄 제도의 분절성을 극복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이고 통합적인 돌봄 모델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정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
지역 간 격차 크고, 전달체계 미비...시행령만으로는 현장 대응 한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를 중심으로 만성질환, 1인가구 증가, 지역 간 인프라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돌봄 수요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 요양, 복지, 주거 서비스는 여전히 분절적으로 제공돼 통합적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4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을 제정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본격 시행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원 대상이 고령자와 중증 장애인 중심으로 제한돼 있고, 민관 협력 구조나 지역별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채 지자체에 행정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행정 절차를 담은 실행 설계도
이번에 공개된 조례안은 실행 가능한 모델로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각 지자체가 돌봄 대상자를 어떻게 발굴하고, 어떤 방식으로 개인별 계획을 수립·시행할지, 사례관리는 어떻게 할지 등 실제 행정 절차가 포함돼 있다. 이른바 지역 실행 모델을 조례의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다.
특히 도시, 농촌, 도농복합 등 다양한 지역 유형에 맞춰 조례 일부 조항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했다. 재정 여력이 부족하거나 아직 준비가 미흡한 지자체도 점진적으로 조례를 적용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돌봄...공공성과 자율성 함께 설계
조례안은 민관 협력과 주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데도 방점을 뒀다. 마을공동체와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참여를 보장하고, 주민이 돌봄의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돌봄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생애를 관통하는 공동의 과제’라는 철학이 조례 곳곳에 반영돼 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와 은평구, 경기도 부천시, 대전 대덕구, 광주 광산구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관련 조례를 제정했거나 입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전체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실제 조례를 마련한 곳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표준조례안은 더 많은 지자체가 제도 시행 전 준비에 나설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연대경제 돌봄특별위원회 임종한 위원장은 “돌봄의 공공성과 지역 자율성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중앙정부-지방정부-시민사회가 함께 설계하고 실천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이번 조례안이 통합돌봄의 제도적 기반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돕는 실질적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