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앞두고 사회적경제 현장과 연결고리 모색
사회적협동조합·자활센터·주민 참여 모델 등 성과와 과제 공유
돌봄은 복지의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

서울시 통합돌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과제 포럼 시작 전 참석자와 함께한 응원 퍼포먼스 / 황교진 기자
서울시 통합돌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과제 포럼 시작 전 참석자와 함께한 응원 퍼포먼스 / 황교진 기자

 

10월 1일, 서울사회연대경제 돌봄네트워크(이하 서사봄넷) 출범식과 연계해 열린 ‘서울시 통합돌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과제’ 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사전 신청자만 125명에 달했고, 현장에는 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자활센터, 복지기관 등 사회연대경제 현장의 주체들이 대거 참여해 다양한 주제 발표와 토론을 공유했다.

출범식에서는 서울시의회 이상훈 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통해 “서사봄넷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소중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낭독된 출범 선언문은 “돌봄이 시장의 돈벌이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현장에 큰 울림을 남겼다.

인사말과 주제 발표 연자들 및 지정 토론자 단체 사진 / 황교진 기자
인사말과 주제 발표 연자들 및 지정 토론자 단체 사진 / 황교진 기자

포럼은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민 이사장은 “내년 3월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을 앞두고 사회연대경제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포럼의 취지를 밝혔다.

 

돌봄을 잇는 손길, 사회연대경제가 만든 길

기조 발제자로 '서울시 통합돌봄의 비전과 과제'를 전하는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 / 황교진 기자
기조 발제자로 '서울시 통합돌봄의 비전과 과제'를 전하는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 / 황교진 기자

기조 발제자로 나선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는 서울시 통합돌봄 정책의 현황과 제도적 기반을 짚었다. 그는 “8,786억 원이 투입되는 서울시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계획과 7개 자치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돌봄이 시장화되는 위험 속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회연대경제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돌봄통합지원법 제4조가 규정한 주민 참여 기반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환기하며, “주민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작은 기업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회연대경제 역할과 과제'를 발표하는 김기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소장 / 황교진 기자
'사회연대경제 역할과 과제'를 발표하는 김기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소장 / 황교진 기자

이어서 주제 발표 첫 연자로 김기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소장은 “통합돌봄은 행정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통합돌봄을 위해서는 지역자원의 결합과 활용이 필요하다”며, “돌봄 거버넌스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주체가 사회연대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화폐와 타임뱅크 같은 자원 순환 모델, 주민 참여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구체적 방안으로 제안하며 “돌봄 경제가 협력과 공생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 요양, 돌봄 연계 성과와 과제'를 전하는 유여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 / 황교진 기자
'의료, 요양, 돌봄 연계 성과와 과제'를 전하는 유여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 / 황교진 기자

주제 발표 두 번째 연자인 유여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살림의료사협) 전무는 주민 참여형 의료돌봄의 구체적 사례를 공유했다. 살림의료사협은 의원·치과·한의원, 데이케어센터, 방문진료, 방문요양, 시니어 일자리를 결합한 통합 모델을 은평구에 뿌리내려 안정적으로 정착·운영해 오고 있다. 유 전무는 “주민들은 ‘끝까지 나답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며, "서로돌봄카페, 케어B&B, 건강이웃 일자리 같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은평구 주민들의 존엄을 지키는 돌봄을 구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치매 환자들도 지역 안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단순히 시설이나 제도적 장치의 문제가 아니라, 익숙한 이웃과 일상 속에서 존엄을 지키며 지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사회연대경제의 과제라는 것이다. “치매여도 편안히 지낼 수 있는 마을,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돌봄 공동체”라는 유 전무의 메시지는 현장에 깊은 울림으로 큰 호응의 박수를 끌어냈다.

'자치구 네트워크의 경험과 과제'를 발표하는 인정현 노원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자치구 네트워크의 경험과 과제'를 발표하는 인정현 노원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세 번째 연자인 인정현 노원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노원구의 민관 거버넌스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건강안심주택 개소를 계기로 시작된 네트워크가 자활, 먹거리, 보건의료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묶어 ‘노원돌봄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 없이는 통합돌봄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며, “노원구 사례는 자치적 네트워크가 통합돌봄 성공의 핵심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나온 돌봄의 언어들

서울시 통합돌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 왼쪽부터 인정현 노원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유여원 살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전무, 김기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소장,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 좌장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이종환 관악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센터장, 고은주 울림두레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송영숙 사회적협동조합 강북나눔돌봄센터 이사장, 이경주 강북지역자활센터 센터장, 이정민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장지원팀 선임매니저 / 황교진 기자
서울시 통합돌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 왼쪽부터 인정현 노원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유여원 살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전무, 김기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소장,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 좌장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이종환 관악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센터장, 고은주 울림두레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송영숙 사회적협동조합 강북나눔돌봄센터 이사장, 이경주 강북지역자활센터 센터장, 이정민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장지원팀 선임매니저 / 황교진 기자

지정 토론 시간에는 다양한 현장 주체와 지원 기관의 목소리를 보탰다.

이종환 관악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노원구 사례처럼 자치구 단위에서 돌봄 네트워크가 촘촘히 작동해야 한다”며, “지원센터가 행정과 현장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자리 잡아야 돌봄통합지원법의 취지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고은주 울림두레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마포구 ‘서봄하우스(서로 돌봄 하우스)’ 운영 경험을 소개하며 “주거와 돌봄을 결합한 실험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거가 안정돼야 돌봄도 안정된다”며, 사회연대경제가 이러한 모델을 더 확산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영숙 강북나눔돌봄센터 이사장은 “요양·돌봄 현장은 여전히 시장 논리에 밀려 있다”며, “사회적경제 조직이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주체로 자리 잡지 않으면, 서비스의 질도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경주 강북지역자활센터장은 “돌봄 현장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암묵지’가 있다. 축적된 경험이 사회연대경제의 강점이며, 이를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정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장지원팀 선임매니저는 “서울시도 현장 주체들과 함께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정책이 탁상에서 머물지 않고 돌봄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장을 돕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돌봄은 권리, 사회연대경제가 답하다

이번 출범식과 포럼은 돌봄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전략과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은 사회연대경제 기반의 돌봄 모델이 주민의 필요에서 출발해 제도 안팎에서 실험을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며, “사회연대경제 없이는 통합돌봄도 없다”는 공감대를 나눴다.

특히 사회연대경제는 ▲돌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주체 ▲지역자원을 묶어내는 거버넌스의 허브라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현장에서는 “돌봄은 더 이상 복지의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며, 사회연대경제는 이를 제도와 연결하는 필수 축”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새롭게 출범한 ‘서울사회연대경제 돌봄네트워크(서사봄넷)’가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과 제도를 잇는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역사회 기반의 다양한 모델들이 어떤 성과와 과제를 보여주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양한 주제의 논의를 통해 사회연대경제가 통합돌봄의 미래를 지탱할 핵심 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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