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후 비의료적 돌봄 연계 미흡...연속성 없는 분절적 구조 탓
인종·성별에 따라 지원 격차 달라...취약계층 지원 체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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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치매 환자들이 진단 후 오히려 사회적 돌봄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치매 환자가 돌봄을 더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진단 직후 ‘돌봄 공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인종과 성별에 따라 지원 격차가 벌어지면서 누구나 공평하게 지속 가능한 돌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화중과기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홍콩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5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HRS(Health and Retirement Study) 데이터를 활용해 치매 진단 전후 사회적 지원의 연속성(discontinuity of social support)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치매 확진군 1,261명과 함께 인종, 성별, 나이, 조사 시기 등을 기준으로 매칭해 인지 저하가 의심되는 비진단군 1만 2,604명을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또한 치매 진단 후 신체 기능 장애에 상응하는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돌봄 공백(unmet social support)’으로 정의했다.

이때 신체 기능 장애는 기본적인 일상생활 활동(Basic Activities of Daily Living, BADL)과 도구적 일상생활 활동(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 IADL)으로 평가됐다. BADL은 ▲옷 입기 ▲방 가로질러 걷기 ▲목욕 ▲식사 ▲침대 오르내리기 ▲화장실 이용 6가지이며, IADL에는 ▲따뜻한 식사 준비 ▲식료품 구매 ▲전화 사용 ▲약 복용 ▲돈 관리 5가지가 포함됐다.

평가에서는 각 활동에 대해 가족이나 지인, 공식 간병인 등으로부터 실질적 도움을 받았는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적 요구와 실제 지원 간 불일치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대조군보다 신체 기능 장애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IADL에서는 돌봄 공백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전화 사용에 대해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어려움을 겪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돌봄 부족은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았으며, 대조군보다 지원 격차가 완만하게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종별로 보면, 히스패닉계 그룹의 BADL 돌봄 공백이 가장 크게 늘었다. 특히 식사 보조가 필요한 경우에 돌봄 공백이 가장 컸다. 흑인 그룹에서는 화장실 이용 보조에 대한 공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 집단은 IADL 전반에서 돌봄 공백이 컸고, 전화 사용에 대한 지원이 더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은 화장실 이용과 IADL 전반에서 돌봄 공백이 컸다. 반면 여성의 경우 침대 오르내리기와 같은 BADL 항목에서는 돌봄 공백이 오히려 감소했지만, 전화 사용 등 IADL 항목에서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치매 진단 후 사회적 지원 체계가 적절하게 연계되지 않는다”며 “진단을 돌봄 연계의 출발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단 후 환자의 기능 저하 수준이 빠르게 악화되지만, 가족과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지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와 더불어 ▲의료기관과 지역 돌봄 서비스 간의 분절적 구조 ▲공식·비공식 돌봄 제공자 간 연계 부족 ▲사회경제적 자원의 한계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진단 직후를 돌봄 계획 수립과 지원 서비스 개입의 핵심 시점(critical window)으로 삼아야 한다”며 “인종·성별·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접근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BMC Medicine’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Zhang, H., Underwood, B.R., London, S. et al. Discontinuity of social support among US adults with cognitive impairment before and after the confirmed diagnosis of dementia: a matched ambidirectional cohort study. BMC Med 23, 428 (2025). https://doi.org/10.1186/s12916-025-0426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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