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 잇는 보호자 중심 솔루션 개발...행정 업무 간소화부터
리마인드케어·기억마을로 치매 생태계 연결...커뮤니티 활성화도

(왼쪽부터) 큐컴버스 박성수 이사, 이재혁 대표, 임연재 이사 / 김진현 에디터
(왼쪽부터) 큐컴버스 박성수 이사, 임연재 이사, 이재혁 대표 / 김진현 에디터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호자는 어디에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라 당황합니다. 환자의 상태나 상황에 맞는 개입이 필요하지만, 의료·복지 등 제도적 지원이 제때 이어지지 않아 단절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큐컴버스는 치매 관리 전 주기의 분절적인 서비스를 잇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비슷하다. 의료 인프라 공백과 정보 신뢰성 부족, 복잡한 행정 절차, 재정적 고통, 제한된 서비스 접근성 등의 문제가 공통으로 지적된다. 특히 돌봄 과정을 가족 보호자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정신적·신체적·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환자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와 가족, 의료, 돌봄, 행정 영역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치매 관리 플랫폼’ 개발에 나선 청년 스타트업에 관심이 집중된다.

의료·복지 잇는 보호자 중심 솔루션 개발...행정 업무 간소화부터

큐컴버스(Cucumbers)는 지난해 5월 LG전자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팀으로, 이재혁(28) 대표가 개발자인 임연재(28)·박성수(27) 이사와 공동 창업했다. LG전자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성남산업진흥원, 강원 BRIDGE 바이오·헬스케어 등의 사업 지원을 받고 있다.

큐컴버스 팀은 창업 초 치매 관리 생태계 전반에 걸쳐 3개월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 핵심 문제를 파악했다. 이재혁 대표는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대상이 보호자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치매가 진행될수록 보호자의 부담과 책임이 커지는 상황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 진단 후 적절한 시점에 의료·복지 서비스가 개입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정작 보호자들이 제도나 절차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중 치매관리주치의 사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시범 운영 중인 치매관리주치의는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신경과·정신과 전문의나 치매전문교육을 이수한 의사로부터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주치의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내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복지 서비스나 비약물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일선에서는 복잡한 절차나 자료 작성 과다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의 참여가 기대보다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4월 기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치매관리주치의 참여 환자는 총 4,341명으로 집계됐다.

큐컴버스는 국내 유일의 치매관리주치의 솔루션인 ‘리마인드케어(Remind care)’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리마인드케어는 의료진 대상 플랫폼으로, 특히 번거로운 업무로 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행정적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억마을 앱 이미지 / 큐컴버스 제공
기억마을 앱 이미지 / 큐컴버스 제공

리마인드케어·기억마을로 치매 생태계 연결...커뮤니티 활성화도

환자·보호자와 치매안심센터(이하 센터)를 이어주는 솔루션인 ‘기억마을’의 개발도 마쳤다. 이 솔루션은 보호자가 언제 어디서든 센터 등록·신청을 비대면으로 마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에는 보호자가 센터를 방문해 상담받고 서류도 직접 제출해야 했지만, 기억마을을 이용하면 신청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문서를 앱에서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어 반복적인 방문과 대기를 피할 수 있다.

센터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센터 측에서는 기억마을을 통해 단순 서류 관리, 전화 안내 등 중복적인 업무에 쓰이던 시간을 줄이고, 환자·보호자 서비스의 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어 출시 직후 솔루션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억마을은 보호자가 돌봄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항목들을 한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전 프로세스를 앱 안에 통합했다. 보호자는 각 과정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확인해 누락 없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단순 체크 과정이 아니라, 앱에서 신청한 프로세스를 끝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공제 신청이나 치료비 지원 등 항목을 선택하면, 필요한 서류를 자동으로 생성·발급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큐컴버스는 이와 더불어 치매 관리 전 주기에 걸쳐 표준화된 통합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또한 기억마을 내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하고, 결제와 같은 돈 관리나 후견 업무, 관제 등 환자·보호자에게 중요한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큐컴버스 박성수 이사, 임연재 이사, 이재혁 대표 / 김진현 에디터
(왼쪽부터) 큐컴버스 박성수 이사, 임연재 이사, 이재혁 대표 / 김진현 에디터

이 대표는 “환자와 보호자는 어떤 의료진이나 돌봄 종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질까지도 크게 달라진다”며 “기존의 들쭉날쭉한 의료·복지 서비스 수준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도록 치매 관리 전 주기를 깊이 들여다 보면서 솔루션 전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치매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며 “큐컴버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끈기 있게 나아가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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