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차별주의를 넘어 시니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비즈니스 성공 전략 모색
기술은 따뜻하게, 돌봄은 똑똑하게
숟가락부터 아바타까지, 고령친화 산업의 최전선 보고
치매 극복의 새 지평...조기 진단 기술과 시니어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초고령사회로 겪는 문제 해결과 시니어 산업 고도화는 빠르게 대응해야 할 중대한 현안이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던졌고, 이에 응답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 시도가 국내외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5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레하홈케어 전시회 둘째 날에 열린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레드 세미나’에서는 기술, 디자인, 정책, 감성이라는 키워드로 구성한 발표자들이 각자의 현장 경험을 공유하며 시니어 비즈니스의 현황을 전달했다. 6명의 연자는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과 시니어 헬스케어 산업의 현실과 전망에 초점을 맞췄다.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세미나가 열린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 황교진 기자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세미나가 열린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 황교진 기자

 

박영란 교수: 시니어 비즈니스, 에이지즘 극복과 소비자 당사자주의가 핵심

'에이지테크(Age Tech) 시대, 시니어 비즈니스 동향과 전략'에 대해 발표하는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박영란 교수 / 황교진 기자
'에이지테크(Age Tech) 시대, 시니어 비즈니스 동향과 전략'에 대해 발표하는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박영란 교수 / 황교진 기자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박영란 교수는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인으로 ‘에이지즘(연령 차별주의) 극복, 고령 친화 산업의 진화, 그리고 소비자 당사자주의(Advocacy)’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한국 사회가 노인을 '노인'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시니어', '실버', '중장년' 등 다른 용어를 선호하는 현상이 에이지즘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불안감에서 비롯되며, '액티브 시니어'와 같이 경제력을 갖춘 특정 연령대의 시니어만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음을 언급하며, 실제 액티브 시니어의 범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노화에 대한 이해가 단순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요양원에서도 성공적인 노화와 액티브 에이징이 가능하도록 관점이 바뀌고 있음을 강조했다. WHO의 고령 친화 도시 지표를 예로 들며, 개인이 노력하는 것을 넘어 환경을 고령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령 친화적인 제품 및 서비스 설계에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사용성이 중요하며, 시니어 소비자들의 실제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 변화에 대한 전략적인 욕구도 충족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박 교수는 시니어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노년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시니어 소비자들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똑똑한 소비자 만들기 운동'을 제안하며, 시니어들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 부족을 해소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 유럽, 미국의 장수 기업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로드스칼라(Road Scholar), 매이더(Mather), 에이에이아르피(AARP, American Association of Real Possibilities), 패이스(PACE, Program of All-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 등 해외 성공 사례들을 제시했다. 한국은 고령화 위기 상황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단축하여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에이지테크(Age-Tech) 대신 노인을 위한 기술을 의미하는 제로테크(Gero-Tech) 학회가 존재함을 언급하며, 노인을 위한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첨단 기술이 개발되어도 현장 수용성이 낮은 현실을 지적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와 사회 서비스 현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카즈히로 사이토 솜포케어 웰빙사업부: 일본의 실천은 ‘함께 살기’에서 시작

'일본 요양산업 실증 사례'를 발표하는 솜포케어의 카즈히로 사이토 / 황교진 기자
'일본 요양산업 실증 사례'를 발표하는 솜포케어의 카즈히로 사이토 / 황교진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요양 서비스 기업 솜포케어(SOMPO Care) 웰빙사업부의 카즈히로 사이토는 일본의 에이징 산업 구조와 스마트홈 중심의 돌봄 모델을 소개했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율이 30%에 육박한 국가로, ICT를 활용한 일상생활 보조 및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

사이토는 ‘액티브 시니어’ 개념을 강조하며, “단순한 케어를 넘어 활력 있는 노후를 설계하는 것이 시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고령자 개인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단위의 기술 접목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 한국의 노인 보건 정책 설계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하방룡 교수: 중국, 스마트 양로 산업에 국가 역량 총동원 중

'중국 스마트 양로사업 발전 및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는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하방용 교수
'중국 스마트 양로사업 발전 및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는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하방용 교수

 

중국인으로 일본 히로시마대학에서 유학하고 현재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연구교수인 하방용 교수는 중국의 고령사회 대응은 ‘정부 주도 스마트화’로 요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정책과 산업 동향을 조망하며, 장기요양보험 시범사업, 산업단지 조성, 세금 감면 및 금융 지원, 디지털 돌봄 시스템 등 체계적인 접근을 소개했다.

특히 헬스케어, 스마트 기기, 양로 부동산, 관광 요양 융합 모델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고령자 가족을 주요 고객으로 보는 관점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은 광대하면서도 정부 정책 변화에 민감하므로, 한국 기업이 진출하려면 공공 협력 기반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한결 ㈜세모녀 대표: 할머니를 사랑한 손녀 사업가, 어르신의 치아를 지키는 숟가락

(주)세모녀 이한결 대표의 고령 친화 식기 및 생활용품 제작 브랜드 '봄마음' 이야기 / 황교진 기자
(주)세모녀 이한결 대표의 고령 친화 식기 및 생활용품 제작 브랜드 '봄마음' 이야기 / 황교진 기자

 

시니어비즈 사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29세의 창업자 (주)세모녀 이한결 대표는 할머니의 치아 부상 사고를 계기로 고령 친화 숟가락 개발에 나서 만든 브랜드 ‘봄마음’의 창업 과정과 성과를 발표했다. 봄마음의 테이블웨어는 단순한 식기가 아닌, 정서와 생활을 연결하는 제품이다. 1,600여 명의 어르신을 인터뷰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80개 이상의 디자인 수정을 거쳤고, 의료용 실리콘, 손에 익는 곡선 구조, 15cc 고정 수량 설계 등 디테일을 극대화했다.

봄마음 제품은 치매 어르신은 물론 편마비 환자, 어린이 등 다양한 연령대에서도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고, 명품 식기로서의 인증도 받아 국내외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스테인리스 수저로 치아가 파절되는 사고에서 시작해 노인을 위한 수저를 개발한 감성적 동기로 시작한 사업이 월 3억 원 매출을 달성하게 한 사업 성과는 세미나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변계풍 이스트소프트 상무: AI 휴먼은 시니어의 친구이자 동료

'AI 아바타와 함께하는 시니어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발표하는 변계풍 이스트소프트 상무 / 황교진 기자
'AI 아바타와 함께하는 시니어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발표하는 변계풍 이스트소프트 상무 / 황교진 기자

 

이어서 시니어 비즈 사례 발표로 이스트소프트의 변계풍 상무가 AI 휴먼의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전달했다. 이스트소프트는 기존의 보안 솔루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시니어 케어 분야에서 AI 휴먼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변 상무는 “AI 아바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서적 동반자이자 정보 제공자”라며,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의 실제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태진아, 국악인, 아나운서 등 유명인을 AI 아바타화하여 친숙하고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김해시 경로당 80여 곳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특히 인지 퀴즈, 건강 운동, 식단 관리 기능은 매우 높은 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시니어 맞춤형 대화 서비스 ‘AI 말벗’은 간병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정서적 케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솔루션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건호 단장: 치매 조기 진단 및 헬스케어 산업화로 미래 준비

'지역사회 노인코호트 기반 시니어 메디헬스케어 산업화 전략'을 발표하는 이건호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단장 / 황교진 기자
'지역사회 노인코호트 기반 시니어 메디헬스케어 산업화 전략'을 발표하는 이건호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단장 / 황교진 기자

 

마지막 연자로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의 이건호 단장은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시니어 헬스케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향후 5년 이내 60세 이상 인구가 1,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은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특히 치매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치매는 중증 인지 장애를 의미하며,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워지는 단계에 해당한다. 문제는 무증상 단계(Preclinical Stage)가 15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인데, 이 단계에서 질병 진행을 파악하고 개입하는 것이 치매 극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혈액 검사로 90% 이상의 정확도로 무증상 단계에서 치매 위험을 찾아낼 수 있는 진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조기 진단과 개입을 통해 뇌 손상 진행을 지연시키고, 중증 장애 단계로의 이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치매 1, 2등급 환자의 60%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1인당 연간 3,200만 원의 국가 장기요양보험 예산이 투입되는 등 막대한 재정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예방 및 지연 기술 개발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치매 정밀 검사를 하고 있으며, 이는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PET-CT 검사 또는 뇌척수액 검사를 포함한다. 특히 혈액 바이오마커 기술의 발전으로 조기 위험군을 파악하고 MRI, 아밀로이드 PET-CT, 뇌척수액 검사, 유전체 분석 등을 통해 생물학적 위험 요인과 환경적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단장은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내 치매예방관리센터를 거점으로 2013년부터 연간 2,500명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3년간 약 2만 3천 명의 어르신이 참여했으며, 이 중 1만 3천 명 이상이 무료 정밀 검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개인별 정밀 의료 데이터는 전 세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연구단은 1만 8천 건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AI 닥터 및 생성형 AI 파트를 개발해 수요 기업의 임상 실증에 최적화된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통상 3년 이상 소요되는 임상 시험 과정을 1년 이내로 단축시키고, 비용을 2분의 1로 절감하며 성공률을 2배 높이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시니어 헬스케어 산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뇌 독소 가설을 통해 치매 발병의 새로운 원인을 제시했다. 뇌척수액에서 발견되는 LPS(박테리아 염증 유발 성분)가 뇌 염증을 유발하고 신경세포 사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치주염 원인균인 P. gingivalis(Porphyromonas gingivalis 잇몸 질환[치주염]의 주요 원인균)가 알츠하이머병 사망자의 뇌에서 90% 이상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구강 건강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이는 마이크로바이옴 공유와도 연관이 깊으며, 한국의 발효식품과 농산물 섭취 농촌 노인들의 분변 분석을 통해 항염증 효과가 있는 균들을 찾아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기술이 초고령사회 해법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세미나는 단순한 기술력 현황 공유 자리가 아니었다. 각 발표자는 기술, 디자인, 정책, 정서라는 키워드로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작은 숟가락 하나, 따뜻한 목소리 하나가 시니어의 삶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기술로 초고령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따듯하게 해결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해법임을 제시했다.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세미나가 열린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세미나 사무국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세미나가 열린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  2025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세미나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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