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치매안심센터, 조기 검진부터 가족 지원까지 ‘안심’의 돌봄 플랫폼으로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특별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지…. 이런 상담 전화가 하루 평균 100통이 옵니다. 대면하기 어려운 분들께는 전화 상담으로, 개입이 필요한 분들은 사례관리로 연결하고 있어요.”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 홍종석 팀장의 말이다. 조기진단과 함께 치매 진단 이후 막막함을 줄이는 것이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디멘시아뉴스는 강동구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신용숙 부센터장, 홍종석 팀장, 양창석 자원봉사단장을 만나 치매안심센터의 실질적 역할과 지역 돌봄의 현실을 들어보았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양창석 자원봉사단장, 신용숙 부센터장, 홍종석 사회복지사 / 이석호 기자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심’ 하며 살 수 있도록

강동구의 60세 이상 인구는 132,411명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화율은 19.2%로 높은 편이다. 치매 인구는 7,443명으로 60세 이상 중에 6.11%로 추산하고 있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직원은 하루 약 150~200건의 상담을 진행한다. 치매안심센터가 지향하는 ‘안심’은 지역 주민이 겪는 치매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일상에서 문제없이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다.

전국 256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중점을 둔 사업은 조기 검진이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의 경우 2024년 기준, 연간 약 9천 건의 검사를 수행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검진 수요는 매년 증가해 왔다.

“센터는 치매 진단기관은 아닙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입니다.” 신용숙 부센터장은 센터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현재 센터장직은 강동성심병원 김여진 신경과 교수가 맡고 있으며, 신 부센터장은 센터의 전반적인 운영과 기획, 예산, 인력 조정, 중앙 및 광역기관과의 연계를 총괄하고 있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만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 부센터장은 조기 검진 체계, 치매 가족 자조 모임 운영, 중증도별 맞춤 프로그램, 자원봉사자 연계 등을 꼽았다.

 

신용숙 부센터장 / 이석호 기자

 

조기 검진은 지역 연계의 출발점

강동구는 지역 고령화로 치매 고위험군이 증가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조기 검진을 중요한 출발점으로 본다. “치매 진단을 받은 분 중 센터에 직접 찾아오시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센터가 먼저 나가서 선별검사를 하고, 진단과 등록까지 연계하는 구조입니다. 검진이 많다는 비판도 있지만, 실질적인 서비스 제공은 등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 부센터장은 조기 검진을 통해 정상군도 추적 관리할 수 있으며, 치매 예방 및 초기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매 진단자 발굴은 공공보건의 진입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최초 ‘치매가족지원센터’ 운영

센터의 또 다른 강점은 ‘치매가족지원센터’다. 이 곳은 치매안심센터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가족의 정서적 지지와 자조모임, 휴식, 정보 교환의 허브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치매 환자를 돌본 가족은 잠깐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절실해집니다. 이때 가족을 대신 돌봐주는 요양보호사를 연결해 ‘휴일 단기 돌봄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요. 연 64시간, 자부담 없이 제공되는 서비스로 많은 보호자가 감사해하며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센터는 치매 가족을 위한 1:1 상담, 힐링 프로그램, 집단 상담, 미술·음악치료 등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치매 가족이 환자를 돌보느라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다양한 통로를 마련했다.

 

조기 검진 모습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조기 검진 모습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치매 인식 개선 캠페인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가정 방문 맞춤형 사례관리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가정 방문 맞춤형 사례관리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예산 삭감, 인력 감축으로 인한 어려움

올해 전국의 치매안심센터는 전년 대비 큰 폭의 예산 삭감을 겪었다. 이는 치매안심센터들의 인건비 감축과 사업 축소로 이어졌다. “사업비가 줄면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이고 근무 인력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단검사만 연 9천 건인데, 이를 감당할 행정 인력이 없으면 결국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맙니다. 우리는 ‘사람’으로 돌보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 감축은 곧 돌봄의 축소를 의미합니다.”

조호물품 지원과 배회 예방 장비 보급도 사업비 부족으로 줄었다. 특히 배회 감지기는 보호자들의 요구가 많은데도 예산 부족으로 보급이 어려운 상태이고 조호물품도 원하는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절실하다.

 

전화 200통의 응답, 치매안심센터의 하루

치매 입문 안내서 《치매는 처음이지?》를 쓴 16년 차 사회복지사 홍종석 팀장은 “치매 진단을 받고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센터는 그런 문의 하나하나에 필요한 답을 정성껏 드리려고 노력합니다”라며 치매안심센터의 일상을 전했다.

상담과 사례관리를 담당하는 홍 팀장은 많게는 하루 150~200건에 달하는 문의를 소화하며 치매 검사와 연계된 상담, 노인장기요양보험, 실종 예방 및 조호물품, 치료비 지원 등 다양한 민원에 응답하고 있다. 초기 치매 진단자와 경도인지장애 대상자의 인지재활 프로그램, 가족 대상 상담 프로그램 운영도 맡고 있다. 필요할 경우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서비스도 병행한다. “치매안심센터는 진단 후 필요한 서비스가 연결되는 관문이자 마중물입니다. 단순히 치매 유무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삶을 함께 설계하는 일까지 아우릅니다.”

홍 팀장은 “올해부터는 등록 치매 환자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사례관리를 전 직원이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이 치매 인식 개선 교육을 제공하는 ‘기억친구리더봉사단’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치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강동구치매안심센터의 강점을 소개했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 기억다방에서 진행한 인터뷰, 우측 끝이 홍종석 사회복지사 / 이석호 기자

 

인지중재 프로그램과 다양한 가족 지원 계획

강동구치매안심센터는 경증 치매 환자를 위한 비약물 인지중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센터 내 치매 환자 쉼터는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덜고, 환자의 사회적 교류와 기능 유지에 초점을 둔다. “치매가 있더라도 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쉼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접근입니다.”

치매 가족을 위한 지원도 다양하게 계획돼 있다. 자조모임, 가족교실, 맞춤형 상담, 힐링 프로그램, 치매가족카페 운영 등을 통해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자기돌봄 기술을 익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홍 팀장은 “가족교실 참여자들은 부양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치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함께 갖게 됩니다. 돌봄 과정에서 ‘혼자라는 느낌’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덧붙였다.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한 따뜻한 동행

2015년부터 강동구치매안심센터와 인연을 맺은 양창석 자원봉사단장은 성당 기도 모임과 봉사활동을 통해 치매안심센터를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직장 생활 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장애인 돌봄 봉사를 이어왔고,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치매 인식 개선 강의와 간담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양 단장은 센터 입구에서 민원인 안내를 맡고 있었다.

“치매는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며,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입니다. 저는 여러 곳에서 치매 인식 개선 강의를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수강생이 “우리 어머니를 다시 봐야겠어요”라고 말한 순간 양 단장은 “제가 전한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바꿨다는 걸 느꼈다”며, “그게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 대상으로 치매 인식 개선 강의 중인 양창석 자원봉사단장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지역 주민 대상으로 치매 인식 개선 강의 중인 양창석 자원봉사단장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진단 이후 삶을 함께 설계하는 지역 동반자

끝으로 신용숙 부센터장은 치매안심센터가 진단 이후의 삶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치매 환자가 지역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민관 협력과 자원 연계를 확대하는 데 있어 센터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돌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예산과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센터에 오신 많은 분이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세요. 언론이 치매안심센터의 존재와 역할을 더 많이 알려주시고, 가족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신 부센터장은 디멘시아뉴스에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지원 통로로 기능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조명을 당부했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전경 / 강동구치매안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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