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치매선별검사, 이대로 괜찮은가?
획일적인 치매선별검사, 이대로 괜찮은가?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3.12.13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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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선별검사 실효성 있는가? 윤리적 문제는?
치매안심센터 현장에서 본 조기검사의 현실과 개선점

 

퍼블릭 이미지

 

2009년부터 생애전환기 건강진단(만 44세와 만 66세로 신체적•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각종 질환과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검진)으로 기존 66세 외에 70세와 74세 노인에게도 치매선별검사를 실시했다. 이 개편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가속화되는 인구 노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치매예방과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사전 발견 및 관리를 강화해 국민건강 수준 향상과 의료비 절감이라는 건강검진의 목적을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지난 9월 7일 국립암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우리나라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제23회 보건의료포럼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건강검진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비효율적인 검사 항목 구성에 따른 재정 낭비를 제기했다.

과거 건강보험료 가입자 대상으로 시행한 일반 건강검진에서 2007년부터 영유아 검진, 생애전환기 검진, 암 검진 등 국가 주도 건강검진이 확대됐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나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이 진행하는 의료급여 대상자 검진, 노인 건강진단, 치매조기검진, 청소년 건강진단, 근로자 건강진단 등과 더불어 민간검진까지 난립하면서 검진 중복 현상이 불거졌다.

과도한 검진으로 인해 수검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행여 잘못 진단됐을 경우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져 오히려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곧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건강보험 재정 낭비와 직결된다. 전문가들이 과도한 검진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편,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조기검진사업은 치매와 치매 고위험 노인의 조기발견을 위해 선별검사, 진단검사, 감별검사로 나눠 진행하는데 그 대상은 만 60세 이상 모든 노인이다(저소득 주민 우선 검사). 또한 60세 미만으로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조기검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검사대상에 포함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인지기능장애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인지기능장애검사란 포괄적인 인지기능에 대해 평가하는 검사로, 주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를 선별하기 위해 시행한다.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될 경우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받는다. 이를 통해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고, 인지훈련이나 재활을 통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발생을 억제하는 목표를 수행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인지기능장애를 포함해 건강검진자료를 국가와 지자체에 제공한다. 일선 보건소와 전산으로 연계해 치매의 조기진단 및 치료를 위해 검진 결과 인지기능 저하 의심자에게 분기별로 ‘인지기능 검사결과 안내문’을 보내고, 별도로 수검자가 문의할 경우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무료로 치매 정밀 검진을 받도록 치매상담콜센터를 안내하고 있다.

개인의 인지기능 저하증 정보를 공유하고 치매 치료와 관리에 효과를 거두려면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특히 치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 및 사후관리가 실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관건이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만 60세 이상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조기검진을 시행해 그 숫자를 짚어내는 것에 따르는 후속 조치와 치료·관리의 실효성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미국과 영국 등 서구는 다르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해 치매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인지기능 선별검사로 치매 조기진단을 권고하지는 않는다.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의학 저널 <JAMA Network>의 2020년 사설에서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 포스(United State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노인 인지장애검사의 이점과 해로움을 평가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노인의 인지장애 선별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사설에서 65세 이상 무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인지검사의 이점과 해로움을 평가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해, 치매에 대한 부담과 인지 장애 예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선별검사는 아직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영국도 치매에 관한 광범위한 ‘조기’ 진단을 권장하지 않는다. 치매선별검사가 치매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식별하는 정확도에서 아직은 불완전하기에, 영국은 치매선별검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별검사를 65세 100명에게 시행한 뒤 이 중 18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으나, 실제 치매 증상은 6명이고, 1명의 환자는 증상이 있음에도 음성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검사를 받은 사람의 상당수는 ‘거짓 양성’, 소수는 ‘거짓 음성’으로 오인될 수 있다(출처: Brayne, C., & Kelly, S. (2019). Against the stream: Early diagnosis of dementia, is it so desirable? BJPsych Bulletin, 43(3), 123-125. doi:10.1192/bjb.2018.107).

그렇다면 우리나라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조기진단을 위해 만 60세 이상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인지기능의 감퇴 가능성을 두고 조기진단으로 빨리 치료, 관리할 목적이라지만, 그 실효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시행해 숫자 파악에 열을 올리는 데 치중한다면 의학적·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획일적인 치매선별검사로 치매 조기진단 사례에 관한 득(미래 대비)과 실(스트레스, 사회적 낙인 등)에 대한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질문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치매안심센터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해 서울 모 치매안심센터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원 의견을 청취했다.


전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발표 후 치매안심센터의 치매조기검진(치매선별검사)에 대해 현장에서 일하는 견해에서 긍정적인 면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긍정적인 부분은, 치매안심센터의 접근성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치매에 대한 사회 인식이 아직은 부정적인 면이 많지만, 보건소라는 공공기관에서 무료로(혹은 본인부담금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으로 감면 혜택) 치매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고령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편이다. 현재 치매 완치가 어렵다면, 조기 발견 후 사회적지지 체계를 만들어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접근하기 편한 곳에서 2년에 1회 혹은 1년에 1회 치매선별검사를 받는 것은, 무서워서 병원 방문을 꺼리는 고령자에게 검사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부정적인 부분은, 치매선별검사의 1인당 소요시간이 약 10~15분 정도다. 점차 증가세인 고령자의 치매검사에 안심센터 직원 대부분이 거의 모든 업무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2021년 법 개정으로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운전면허 갱신에 치매검사를 받아야 한다(3년에 1회). 이 때문에 운전을 꼭 해야 하는 고령자들이 강제적인 치매검사에 불만을 치매안심센터에 쏟아붓는다. 심지어 욕까지 하는 분이 많다.

이처럼 치매안심센터 직원이 치매선별검사에 투입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인력 투입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주민센터와 공원에서 치매검사를 하는데, 공간의 한계상 정확한 검사보다는 빠르게 끝내는 방안을 택하기도 한다.”

치매안심센터가 조기 검진 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한다는 분석이 있다. 치매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는 데 안심센터의 핵심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치매선별검사는 고령자의 치매 위험인자를 발견하는 기초검사라는 측면에서 지역사회가 선호하는 사업이다. 치매안심센터의 치매검사 업무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물론 치매에 관한 관심과 인식개선의 결과로 검사받으러 오시는 분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는 지역사회의 치매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주민을 위한 총체적인 치매 안전망 구축에 그 설립 목적이 있다. 치매환자 발굴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의 조기검진 중점사업으로 치매환자 발견율은 폭발적으로 높아졌지만 이에 대해 후속 조치는 따라주지 못하고 진단 후 방치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의 1순위 목표는 치매의 예방이나 진단에 주목적이 아닌, 치매가 있어도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케어매니지먼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치매로 진단받은 후 보호자가 알아서 관련 복지시스템과 치매에 관한 공부를 하거나, 치매 환자 본인이 아무런 지지기반 없이 혼자 병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현실을 탈피해야 한다.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지지 체계를 공급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는 선별검사에 치중하기보다 치매 사례 관리사업과 치매파트너(자원봉사자) 양성사업, 치매안심마을사업, 관계기관 종사자의 역량강화 지원사업으로 맞춤형 토털케어가 가능한 중심기관으로 체계를 잡아야 하겠다. 스크리닝 업무 중심의 현재로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무증상 고령자 전체 검진과, 고위험 집단이나 경도인지장애가 분명한 대상의 선별 검진 중에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판단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고령자 중 고위험 집단에게 치매검사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75세 이상 독거노인 혹은 후기고령자 중심의 치매검사라고 할 수 있다. 효율성 부분에서 좋다고 본다. 다만, 치매 검사를 원하는 희망자에 대해서는 검사받을 수 있는 길을 계속 열어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경도인지장애의 가능성이 있는 노인에게 선별검사를 권유하는 것은,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경도인지장애의 가능성이 있는 노인이라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도 풀어야 할 문제다.

치매조기검진사업의 바람직한 모델은 치매 검사를 현재 독감검사와 같이 지역사회 1차 의료기관(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의료진, 혹은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증한 의원)에서 하고,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독거노인 및 노인 부부, 거동 불편 노인, 저소득 노인과 같이 취약 노인을 중심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거다. 향후 재택의료사업이 활성화되면 이런 취약 노인에게도 의료기관이 개입하고,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치매 환자의 케어메니지먼트를 중점으로 후속 대응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간의 과정을 거쳐 현재 치매안심센터가 나아갈 방향은?

“치매안심센터가 현재와 같은 단순 서비스 제공기관(치매선별검사, 조호물품 및 치료비 지원 등)이 아닌, 복합적인 필요를 가진 치매 당사자와 가족을 위해 총체적인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코디네이터로서 기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 모두가 치매 예방 및 검사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매는 조기 발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치매에 대한 관심이 곧 치료의 시작이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현재 상태를 검사받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만, 만 60세 이상 모든 노인을 검사받게 하고 증상이 있는 숫자를 가려내는 데서 멈춰 있다면 그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 256개의 치매안심센터가 검사에 치중하느라 사후 관리에는 여력이 없다면, 증상을 확인받은 치매 노인은 개인 질병 정보만 오픈한 모양새가 된다.

또한 치매는 그 원인과 경과가 다른 만큼 60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공통된 조기진단 방법으로 치매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노인 집단에 관한 여러 지표와 높은 치매 유병률을 고려하면 치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현재 치매의 진단, 원인 치료, 대증 요법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발전하고 있고 신경과학 분야의 발전은 가속화될 것이다. 치매를 조기에 진단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으나, 모든 노인에게 전 인구 선별검사(Population Screening)를 시행하는 것은 좀더 정확한 진단률 확보와 진단 후 사후조치에 대한 세심한 방책이 마련된 이후가 효율적이다.

이런 후속 조치가 정립돼 실행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의료 공개는 언제해야 할지 어느 곳까지 자세히 알려야 할지, 어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과 답이 우선돼야 한다.

증상이 경미한 치매의 경우, 진단을 공개하는 것이 개인에게 이로운지 여부는 논쟁 중이다.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고 해로운 것을 알리는 것에 관한 윤리 지침 또한 아직 논의 중이다. 실제로 치매 환자는 정보를 거의 묻지 않으며 의사는 충분한 치료법을 제공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의 지식은 해로울 뿐이므로 치료 관계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획일적 치매선별검사에서 윤리적으로 어디까지 오픈할 것인가, 검사 결과의 신뢰도는 완벽에 가까운가, 증상에 따른 후속 조치는 세분화돼 있는가, 질문해야 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효율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응없이 숫자만 확보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안 되는 임시 방편이요 재정 낭비다.

환자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검진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제23회 보건의료포럼에서 “국가검진을 논할 때 검진 기준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려는 목적인 건지, 아니면 단순히 건강관리를 위한 건지 방향이 결정돼야 하는데 앞으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치매선별검사야말로 진단과 예방 그리고 건강관리의 정밀한 복합 시스템과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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