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요 클리닉, Neurology에 발표…“수면 패턴 변화가 경고 신호”
한국, OECD 최단 수면국…치매 예방, ‘수면 관리’가 관건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이 불면증과 치매 발병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장기 추적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논문은 신경과학 분야 권위지 <Neurology> 9월 10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를 이끈 디에고 Z. 카르발류(Diego Z. Carvalho) 교수팀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고령자 2,763명을 대상으로 중위 5.6년(절반 이상이 5.6년 넘게 추적된 것) 동안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만성 불면증이 있는 경우 인지 점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가파르게 감소했고, 치매가 발병할 위험은 불면이 없는 사람보다 약 40% 높았다. 연구진은 “수면은 단순한 생활습관 변수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병리학적 변화와 긴밀히 연결된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히 평소보다 수면 시간이 줄었다고 보고한 불면증 환자군에서는 뇌 MRI에서 백질 고신호병변(White Matter Hyperintensity)이 두드러지게 많았고,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도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단백질 축적이 확인됐다. 반면, 수면 시간이 늘었다고 보고한 환자군은 같은 불면증 환자라도 백질 손상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수면 패턴의 변화 자체가 조기 뇌 손상의 지표가 될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점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수면제를 먹느냐 안 먹느냐에 따라 치매 위험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 현재 흔히 처방되는 수면제가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오히려 앞당긴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불면증 치료는 필요하지만, 약만으로는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생활습관 개선 등 다른 방법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통해 수면과 치매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 관계(bidirectional relationship)’임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평가한다. 즉, 젊을 때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뇌 신경망의 회복과 발달을 저해해 치매 위험을 높이고, 반대로 치매가 진행되면 수면 구조가 더 무너져 악순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OECD 최단 수면 국가, 치매 위험 고조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는 환자는 2010년 약 33만 명에서 2022년 70만 명을 넘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불면증 환자가 전체 수면장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수면학회의 조사에서는 국내 성인의 약 20~30%가 만성 불면을 겪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또한 OECD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회원국 중 최하위권, 사실상 최단 수면국 수준에 속하며, 이는 OECD 평균(약 8시간 27분)보다 30분 이상 짧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보고서에서도 한국인의 실제 평균 수면 시간이 약 6시간 58분으로 조사돼, 국제 비교뿐 아니라 국내 조사에서도 ‘수면 부족 사회’임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짧은 수면과 불규칙한 생활패턴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중년기 수면 관리가 노후 치매 예방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수면 관리와 치매 예방을 연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
Source
Carvalho DZ, Kolla BP, McCarter SJ, St Louis EK, Machulda MM, Przybelski SA, Fought AJ, Lowe VJ, Somers VK, Boeve BF, Petersen RC, Jack CR, Graff-Radford J, Varga AW, Vemuri P. Associations of Chronic Insomnia, Longitudinal Cognitive Outcomes, Amyloid-PET, and White Matter Changes in Cognitively Normal Older Adults. Neurology. 2025 Oct 7;105(7):e214155. doi: 10.1212/WNL.000000000021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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