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3명 구성...환자별 맞춤 케어로 병원·시설 이송 ‘0%’
24시간 연중 전화 상담...빠른 대응으로 ‘돌봄 피로도’ 줄여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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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말기 치매 환자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평온하게 생애 마지막을 보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중증 환자는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로, 가족의 간병 부담이나 지역사회 연계 시스템 미비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결국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규모 예산 투입이나 의료 인프라 지원 없이, 최소 인력로 구성된 치매 완화의료 전담팀이 중증 환자를 돌보며 재가 임종까지 지원한 아일랜드의 모델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BMC Palliative Care’에는 아일랜드 코크대(University College Cork) 연구팀의 ‘효과적인 치매 완화의료(Dementia Palliative Care, DPC) 서비스’ 운영 방식을 심층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아일랜드의 한 지역에서 2000년대 초 자선기금으로 시작해 10년 후부터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치매 완화의료 전담팀의 서비스 모델을 분석했다.

서비스는 ▲개별화된 환자 중심 돌봄 ▲가족 간병인 지원 ▲의료 접근성 향상 ▲긴급 대응체계 구축 ▲지역 의료진과의 연계 ▲임종기 관리 및 사후 돌봄의 여섯 가지 핵심 활동으로 설계됐다.

이번 연구는 운영 인력과 환자 통계를 바탕으로 의료진 인터뷰(6명), 보호자 설문조사(10명) 등을 통해 이뤄졌다.

전담팀은 1주일간 근무 기준 ▲정신과 전문의(1일)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2.5일) ▲정신건강 간호사(전일제)로 구성됐다. 이들은 자원봉사자의 지원 없이 2019년 한 해에 지역사회 거주 말기 치매 환자 54명을 담당했다. 이 중 23명은 당해 신규 등록된 환자다.

전체 환자 가운데 50명은 재가 임종을 맞았다. 병원이나 호스피스 시설로 이송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다만, 절반 정도의 환자는 임종 전 며칠간 야간에만 지역 연계 호스피스 서비스 지원을 받았다.

환자 가족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서비스가 가족 전체에게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 중 80%는 ‘매우 만족’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 서비스에 공식적으로 정형화된 매뉴얼(protocol)이 부재했고, 팀원들이 재량권을 갖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담팀은 초반부터 환자 가족들과 신뢰를 쌓으며, 개별 상황에 맞춰 방문 일정이나 소통 방식 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해 맞춤형 돌봄 계획을 수립했다.

한 간호사는 인터뷰에서 “표준 지침서는 없다”며 “가정마다 다르기에 그때그때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팀원 간 위계 없이 평등한 소통 구조를 유지하며 정기 회의를 통해 각 사례의 이슈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요청 사항에 따라 방문 일정과 소통 방식을 자율적으로 조정했다. 응급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 의료진은 팀원 간 위계 없이 평등한 소통 구조를 유지하고, 정기 회의를 통해 각 사례의 과제를 함께 공유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전담팀은 환자에게는 소소할 수 있지만 가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삼킴장애로 유동식만 먹는 환자에게 평소 좋아하던 초콜릿을 주거나, 반려동물을 침대에서 함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 서비스의 또 다른 특징은 가족 보호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다. 전담팀은 가족이 간병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복지정보 제공, 수당 신청, 퇴원 조정 등을 실질적으로 지원했다. 아울러 급성기 증상에 대한 교육도 병행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다른 간호사는 “예를 들어 삼킴 기능 저하, 음식 거부, 과수면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했다”며 “이렇게 하면 가족들은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해하거나 고통과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팀원은 근무 시간 외 야간이나 주말에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보호자에게 24시간 연중 아무 때나 통화할 수 있는 직통 전화번호도 제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보호자는 “곤란한 상황을 겪거나 안심이 안 될 때 언제나 전화로 연락했다”며 “덕분에 밤새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팀원은 “서비스 요청 후 6주를 기다려야 한다면 보호자들이 더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보호자의 회복탄력성은 빠른 대응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집에서 임종한 환자는 입원 횟수가 적고, 불필요한 약물 투여가 줄었다”며 “통증·불안 등 고통이 빠르게 조절되고 가족들은 심리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느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같은 간호사가 케어를 주도하면서 의료진 간 정보 단절과 반복 설명 등 ‘돌봄 피로도’도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공식적 비용 분석에 따르면 이 서비스가 장기 요양이나 병원 응급 서비스보다 훨씬 저렴하다”면서도 “비용 효율성을 계량화하기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22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BMC Palliative Care’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Fox, S., Drennan, J., Guerin, S. et al. Describing the elements of an effective dementia palliative care service. BMC Palliat Care 24, 143 (2025). https://doi.org/10.1186/s12904-025-01701-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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