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사망자 임종 전 적극 치료, 10년 새 2배로 증가
노인 85% ‘고통 없는 죽음’ 원하지만 73% 병원서 생 마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존엄한 죽음’을 향한 환자 및 가족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최근 10여 년 동안 임종기를 병원에서 고강도 치료로 버티며 생애 마지막을 보내는 사례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7일 ‘2023년 장기요양 사망자의 사망 전 1년간 급여이용 실태 분석’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하 장기요양) 인정자 16만 9,943명의 사망 전 1년간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 급여이용 실태를 분석하고, 이를 2014년 연구 결과(2008~2012년 사망자)와 비교했다.
또한 지난달 건강보험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장기요양 노인 코호트 1차 추적조사(이하 장기요양 노인 코호트)’를 바탕으로 ‘좋은 죽음’에 인식과 ‘생애말기 장소’, ‘연명의료 선호’에 대해 함께 살펴봤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장기요양 사망자의 최초 등급 인정 이후 임종까지의 기간은 평균 3.84년이며, 85~94세 여성 노인의 비율이 높았다. 사망 전 1년간 진료 질환으로는 고혈압이 78.4%로 가장 많았고, 치매(68.7%)와 고지혈증(59.3%)이 뒤를 이었다. 또 사망자의 15.1%는 암으로 숨졌다.
특히 2023년 장기요양 사망자의 임종 전 1개월간 적극적 치료(Aggressive Care) 수진률이 75.5%로 2014년 37%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강도 의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적 영양공급이 14.9%에서 38.0%, 전산화단층영상진단(CT)은 14.6%에서 31.7%로 각각 큰 폭으로 늘었다. 초음파검사는 0%에서 15.3%로, 수혈도 0.2%에서 15.1%로 급증했다.
이 기간 평균 급여비용은 ▲중환자실(ICU) 219만 6,330원 ▲체외생명유지술 194만 4,584원 ▲혈액투석 158만 1,006원 순이었다.
이는 임종기 치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와 병원 중심의 의료 관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인들 가운데 85.4%는 ‘고통 없는 임종’을, 84.7%가 ‘가족에게 부담 없는 임종’을 원했다. 또 절반 이상인 53.9%는 ‘집에서 맞는 임종’을 희망했다.
장기요양 노인 코호트 조사에서도 돌봄 수급 노인의 67.5%(재가 61.0%)가 자택을 임종 장소로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임종은 의료기관에서 72.9%가 이뤄졌으며 ▲요양병원(36.0%) ▲종합병원(22.4%) ▲상급종합병원(13.7%) 순이었다. 자택에서의 임종은 14.7%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지난 2008~2014년 사망자 통계치(22.0%)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계획 수립 비율은 2023년 13.1%에 그쳤고, 실제 연명의료를 중단한 비율은 7.6%에 불과했다. 이 중 56.5%는 사망 직전 한 달 내에 급하게 작성됐다.
연구팀은 “임종 과정에 있는 인정자가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의사를 담당 의사와 상의해 연명의료계획서로 남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장기요양 서비스 진입 단계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작성자가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운영 의료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중심의 임종이 불가피한 현재 구조에서 장기요양 제도 내 임종케어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도 지적했다. 연구팀은 “재가나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임종케어 과정에 의사와 간호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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