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예방클리닉 전문가가 말하는 ‘조기발병 치매’의 특징과 예방법
국내 6만 명 이상 65세 미만 치매 환자…현행 정책 사각지대 놓여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은 여전히 낯설다. 그런 질환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여긴다. 4일, 일본 의료 포털 ‘메디컬닥(Medical DOC)’은 뇌신경외과 전문의 무라카미 유타 박사의 설명을 바탕으로, 조기발병 치매(Early-onset dementia)의 주요 특징과 초기 증상 그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소개했다.

무라카미 유타 박사는 2011년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 의학부를 졸업해 뇌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했으며, 2022년부터 도쿄예방클리닉의 원장을 맡고 있다.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조발성 치매 관련 이미지 / 생성형 AI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조발성 치매 관련 이미지 / 생성형 AI

 

치매는 고령층의 질환이라는 인식이 여전하지만, 실제로는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조기발병 치매’ 환자도 적지 않다.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치매 상병자 수는 총 103만 524명으로 이 중 65세 미만은 6만 8,964명, 전체의 6.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조기발병 치매가 전체 치매의 5~10%를 차지한다는 주요 연구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치매가 시작되면,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40~50대에 발병하는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며 감정적·경제적 부담도 크다.

의학계에서는 조기발병 치매의 원인을 유전, 외상, 환경 요인 등 다양한 요소에서 찾고 있다. 이 가운데 무라카미 박사는 특히 머리에 반복적인 충격을 받은 이들, 가족 중 치매 병력이 있는 사람, 금속 노출이 많은 환경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온 이들이 상대적으로 조기발병 치매 발병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복싱이나 미식축구 같은 접촉성 스포츠에 오랜 기간 참여했거나, 산업 현장에서 알루미늄·수은·납 등에 노출된 이들은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발성 치매 바로알기 카드뉴스 /  질병관리청

 

일반적으로 치매의 대표 증상으로 ‘기억력 저하’를 떠올리지만, 조기발병 치매는 초기부터 그렇게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말이 어눌해지거나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그거”, “이거” 같은 지시어를 반복해 사용하고, 긴 문장을 이해하거나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 먼저 관찰되기도 한다. 또한 사물의 위치나 거리를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성격과 행동 패턴을 보이는 예도 있다. 예컨대 반복적인 행동을 계속하거나 무기력하고 감정 기복이 커진다면,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닌 인지기능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

병이 점차 진행되면 배우자나 자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을 살아 있는 것처럼 여기며 말을 꺼내는 등 현실 인식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의 위치나 주변 사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서 불안을 호소하고, 통제가 어려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식사나 기본적인 일상 활동에 대한 의욕이 점점 사라지면서 침대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말기 증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시기에 찾아오는 조기발병 치매를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습관 개선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머리 외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통사고나 스포츠 활동 시 보호장비를 철저히 착용하고 과격한 접촉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뇌는 수면 중 뇌척수액의 흐름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수면의 질이 낮으면 이 노폐물 제거 기능이 저하되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깊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은 중요한 예방 요소다.

무라카미 박사는 “일상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느끼고도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우울한가 보다’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층은 치매를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말이 어눌해지고, 성격이 바뀌거나 사물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일상의 작은 이상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0% 내외인 알츠하이머병은 치료가 어렵고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와 예민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치매가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노력, 치매에 관한 바른 정보 확산을 뒷받침해야 한다.

 

조발성 치매 바로알기 카드뉴스 /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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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조기발병 치매환자 서비스 제공 체계 고도화 연구>(2024)에 따르면, 조기발병 치매 환자는 평균적으로 진단까지 1년 이상이 걸리며, 이후에도 의료 및 돌봄 서비스에서의 공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치매 정책이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이들은 진단과 지원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녀 양육, 경제활동, 사회 참여 등 다양한 삶의 과제를 동시에 감당하고 있는 조기발병 치매 환자들은 고령 환자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조기 선별 시스템 구축, 다영역 연계 서비스 도입, 가족 돌봄자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 나아가 별도의 통계 구축은 물론, 현행 법·제도에서 조기발병 치매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들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참고 문헌

중앙치매센터.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4.
중앙치매센터. 조기발병 치매 환자 서비스 제공 체계 고도화 연구 최종보고서. 2024.
Medical DOC. “若年性認知症の予防法とは?物忘れや判断力の低下は脳の老化かも?【脳神経外科医が解説】. https://medicaldoc.jp/search/?search=Early-onset+demen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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