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츠하이머’,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영츠하이머’,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 양인덕 기자
  • 승인 2023.12.04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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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발성 치매, 전체 환자의 10% 상회
사각지대에 놓인 초로기 치매의 대책 마련 시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추세가 유독 가파른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현재 100만 명 선인 치매환자가 2050년에는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추산했다.

일반적으로 치매 유병률은 나이와 비례하지만, 젊다고 해서 결코 방심할 순 없는 문제다. 최근 65세 미만 연령층에서 조발성 치매(Early-Onset Alzheimer's Disease)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영츠하이머(젊음 ‘Young’과 알츠하이머 ‘Alzheimer’의 합성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9년도 기준, 전체 환자의 10.7%가 60세 이전에 나타나는 조발성(초로기) 치매로, 그 비중은 해마다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3일 인기 강사 김창옥(50세)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50살이 된 후 뭘 자꾸 잊어버려서 병원에 다녀왔다. 자꾸 잊어먹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숫자를 잊어버렸는데 숫자를 기억하려고 하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가 전화번호, 집이 몇 호인지도 잊어버려 뇌신경센터를 갔고, 검사가 필요하다고 해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었다. 검사 결과를 받았는데 알츠하이머가 의심된다고 하더라”며 "12월에 결과가 나오면 알츠하이머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맞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 채널마다 김창옥 씨가 알츠하이머로 강의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폭주하자, 김창옥 씨는 29일 서울의 한 교회 강연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알츠하이머로 확진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름난 소통 전문가로서 평소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기에 그의 알츠하이머 의심 증세 언급은 조발성 치매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파장을 일으켰다.

 

‘김창옥쇼 리부트’에서 강연하는 김창옥 씨 / tvN 방송 화면 갈무리
‘김창옥쇼 리부트’에서 강연하는 김창옥 씨 / tvN 방송 화면 갈무리

 

◆ 노년기보다 증상 진전 빨라 조기 대처 절실

조발성 치매의 원인은 노년기 치매와 유사하게 알츠하이머, 혈관성, 전·측두엽 치매 등의 순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 증상 또한 양자 간에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발성 치매는 노년기 치매에 비해 유전적 영향이 두드러져서 그 경과가 더욱 공격적이고 증세의 진전도 빠른 편이다. 특히 전·측두엽 치매의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증상 발현으로부터 6~11년 정도며, 진단 판명 이후로는 3~4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발병 1년 만에 말기증세로 치닫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규명된 징후는 아니지만 요즘 ‘디지털 치매’도 청소년기를 중심으로 뇌기능 감퇴와 함께 집중 조명되고 있다.

발병 원인이 무엇이든 조발성 치매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만큼 노년기 치매와 견줘볼 때 환자 스스로 인지하거나 수긍하기가 한층 더 어렵다. 실제로 단순 건망증이나 간헐적 우울증이려니 임의로 간주했다가 뒤늦게 치매로 판명되는 사례를 임상현장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최종 진단 시점이 노인성 치매보다 19개월가량 지체된다는 조사 결과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조발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에 비해 의료비가 훨씬 많이 소요된다. 서울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도 서울시 65세 미만 치매환자군의 연간 의료비(773만 원)가 65~74세(350만 원)와 75세 이상(557만 원) 환자군보다 많았고, 연평균 진료비의 증가 폭(12.3%) 또한 여타 연령대(65~74세 3.1%, 75세 이상 0.6%)보다 컸다. 게다가 발병 연령상 사회·경제적 활동이 왕성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치료 과정에서 수반되는 가계소득 감소나 가사 공백 등도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환자현황 관리 및 돌봄 체계 정비 시급

그러므로 정부는 현행 보건의료 체계상 조발성 치매가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해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간 보건당국은 ‘치매관리법’에 따라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운영해 왔지만, 조발성 치매와 관련해서는 제도적 맹점이 감지된다.

우선 치매안심센터와 일선 의료기관의 연계가 허술하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간한 <조기발병 치매환자 특화프로그램 개발연구>를 보면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은 환자가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미등록되는 문제점이 드러난다. 예컨대 2020년도 기준, 질병분류기호로 파악된 조발성 치매환자(2만112명)와 전국치매안심센터 등록환자(7745명)의 수는 서로 큰 격차를 보인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집계상 최근 5년간(′18년 7월~′22년 6월)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조발성 치매환자는 2만1501명이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자료에서는 7개월(′22년 1월~7월)만에 그 수진 인원이 1만5696명에 달했다.

다음, 치매안심센터의 서비스 프로그램도 조발성 치매환자에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치매 예방과 증상 및 가족 부담 완화를 시행 취지로 한 쉼터교실은 2021년도 기준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중 153개소(59.8%)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조발성 치매환자에 특화된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안심센터는 39개소(15.2%)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조발성 치매와 환자에 대한 돌봄 인력의 이해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중앙치매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국 치매안심센터 직원의 대다수(97.9%)가 치매 관련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지만, 조발성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적은 없다고 답변한 직원도 상당수(78.4%)다.

한편, 조발성 치매와 관련해서 대전 소재 신경과의원 개업의 P씨는 보건의료 정책상 미비점을 지적하며 “그간 노년기 증상에 초점을 둔 우리의 치매 관리 기조는 ‘대체적’으로 타당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발성 치매와 더불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증가추세가 뚜렷한 현실을 계속 방치하면 결국 노년기 치매 관리마저도 버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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