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눈물로 조기 진단
알츠하이머병, 눈물로 조기 진단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2.14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퇴행성 뇌 질환, 비침습 진단으로 유효성 제시
퍼블릭 도메인
퍼블릭 도메인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조기 진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로 고령에서 발병하기에 노화로 착각하기 쉽고, 진단 검사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알츠하이머병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인지 저하의 진행을 늦추는 신약이 개발된 상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최대한 일찍 발견해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극복 방법이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콜린성 신경세포의 사멸,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 이상 등이 거론된다. 과거에는 부검을 통해 뇌에서 직접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침착을 조직검사로 확인해야 가능했다.

진단 기술의 발달로 뇌척수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측정해 진단할 수 있으며, ‘아밀로이드 PET’를 통해서도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뇌의 변화를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뇌척수액을 이용한 검사는 검체를 얻기가 쉽지 않고,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시간과 비용(PET-CT 1회 촬영 시 130만~150만 원)이 필요하다. 뇌척수액 검사를 위해서는 숙련된 의사가 요추천자를 해야 하고, 검사를 받은 후에는 몇 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정상 노인에게도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혈액이나 콧물, 소변, 타액으로 암 등 질병을 진단·모니터링하는 ‘액체생검’이 각광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혈액 검사법이 일부 상용화돼 있기도 하다. 혈액이 아닌 ‘비혈액성 액체생검’에 대한 연구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눈물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진단이 있다.


지용우 연세대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은 2017년부터 7년째 연세대 공대,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치매 등 뇌 질환을 안과 액체로 진단하는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작년 1월에 지 교수 공동연구팀은 각종 신경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인공수정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시력 개선 목적으로만 사용하던 인공수정체에 진단 감지 능력을 탑재해 눈을 통해 안과 질환뿐 아니라 퇴행성 뇌 질환 등 각종 신경질환의 바이오마커를 검출해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1월 9일, 지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하는 면역분석법을 개발한 후 이를 이용해 눈물 속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눈은 뇌신경의 일부이고 세포·조직학적으로 뇌와 매우 유사하다. 즉 뇌신경의 병변들이 눈에서도 같게 나타날 수 있다. 눈 안을 채우는 방수는 시신경과 시세포들을 직접 접촉해 병적 변화를 반영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안구를 부검했더니 방수가 접촉하는 망막·포도막 등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의 침착이 관찰됐다. 눈물은 눈표면 및 눈물샘에 존재하는 삼차신경의 변화를 반영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PET-CT 촬영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뿐 아니라 눈물샘에서도 증가가 보고됐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눈물 검체 기반 생체표지자 발굴 및 저비용·고감도의 센싱 플랫폼 개발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먼저 대표 환자군에서 생체표지자 후보 물질을 탐색 및 선정하기 위해 고분해능 질량 분석기를 이용한 단백체 동정 분석을 실시하고, 이후 유효한 물질을 고감도로 검출하는 센싱 플랫폼을 개발해 눈물 샘플을 검증했다.

임상 눈물 샘플을 대상으로 면역분석법(SNAFIA)을 시행한 결과 정상(HC), 경도인지장애(MCI), 알츠하이머병(AD) 순서의 질병 진행 단계에 따라 CAP1 단백질의 존재를 나타내는 형광 신호 값(Fluorescent Signal)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 용인세브란스병원
눈물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모식도 / 용인세브란스병원

 

연구 결과, 대표 환자군에서 검출한 생체표지자 후보 물질인 Adenylyl Cyclase-Associated Protein 1 (CAP1)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 생체표지자로서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눈물 샘플을 대상으로 면역분석법(SNAFIA)을 시행한 결과 질병 진행 단계에 따라 CAP1 단백질의 존재를 나타내는 형광 신호 값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경도인지장애 집단과 알츠하이머병 집단에서 곡선하면적(AUC) 값은 각각 0.762, 0.971로 정상 집단에 비해 유의미했다. 또한 연구팀은 인지기능검사(MMSE) 결과와 센싱 플랫폼 분석 결과 사이에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 센싱 플랫폼과 눈물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의 비침습적 진단의 유효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IF 16.6)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센싱 플랫폼은 선정된 바이오마커만을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나노(10억분의 1) 크기 구조체 기반의 면역분석법으로,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증폭된 형광 신호를 방출하기 때문에 극소량의 눈물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정상군(14명), 경도인지장애군(15명), 알츠하이머병군(10명)의 눈물 샘플을 활용해 해당 면역분석법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경도인지장애군과 알츠하이머병군에서 정상군 대비 각각 76.2%, 97.1%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지 교수는 12일 “39명의 눈물 샘플 대상으로 면역분석법을 통해 얻은 형광 신호값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등 알츠하이머병 진행 단계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 정확도 70%대는 선별 검사 목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 교수는 “단순 건망증인지 알츠하이머 질환인지 감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고비용의 MRI나 PET-CT를 찍기보다는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눈물과 방수에서 알츠하이머병 관련 바이오마커들은 유사하나, 완전히 같지는 않다. 눈물에서 포착되는 CAP1 단백질도 방수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에 국한된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파킨슨병 등 다른 뇌질환자들의 눈물을 분석한 결과 각 질환 특이적 바이오마커들을 찾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