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80%, 평균 3.8개 만성질환 동반...통증·당뇨·배뇨장애가 수면 방해
간병인 가족도 함께 수면장애 겪는 악순환 발생...가족 간병인 지원책 필요

pexels.com
pexels.com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수면장애의 주된 원인이 인지 저하가 아니라, 동반된 만성질환(Long-term Conditions, LTCs)의 복합 증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가족 간병인이 피로하거나 건강이 나빠져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환자뿐만 아니라 본인도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질 리빙스턴(Gill Livingston)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 산하 의료기관을 통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17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환자의 만성질환이 수면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약 80%는 평균 3.8개의 만성질환을 추가 진단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연구는 치매 환자의 수면장애 개선을 위한 비약물 중재 프로그램인 ‘DREAMS START(Dementia Related Manual: Strategies for Relatives)’ 임상시험에 참여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DREAMS START는 빛 노출이나 신체 활동, 수면 습관 개선 등 다양한 비약물 요법을 가족 간병인에게 교육해 치매 환자의 수면장애를 완화하는 중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와 가족 간병인 모두에서 수면의 질을 향상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에 참여한 치매 환자들은 평균 5.6개의 만성질환(최대 10개)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주요 질환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관절염 ▲통증 ▲불안·우울 등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환자의 만성질환이 치매 증상과 상호작용해 수면장애를 더 악화시키고, 이는 가족 간병인의 부담을 높여 중재 프로그램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흔한 수면 방해 요인은 통증과 야간 배뇨 문제였다. 예를 들어 관절염으로 통증이 심해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았고, 반복적인 배뇨로 가족 간병인이 밤중에 환자를 씻기거나 침구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했다.

당뇨 환자의 경우 야간에 저혈당이나 공복감으로 음식을 찾아 집안을 돌아다니는 일이 흔했고, 이에 따른 낙상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가족 간병인 대다수는 이러한 신체 증상을 치매에 따른 행동 장애로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고, 통증 완화나 배뇨 문제 등 치료 가능한 증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간과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치매 환자가 신체적으로 불편한 점을 스스로 정확하게 인식하거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특성과 맞물려 증상을 더 악화할 위험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진통제 사용을 둘러싼 딜레마도 존재했다. 일부 가족 간병인은 의료진의 권고에도 약물 부작용이나 중독을 우려해 진통제 사용을 주저하거나 자의적으로 중단했다. 그 결과,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야간 각성이나 불면 등 수면장애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이러한 수면장애는 가족 간병인 본인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체력이 떨어지거나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DREAMS START 로고
DREAMS START 로고

DREAMS START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환자의 만성질환 상태가 장벽이 되기도 했다. 시력 저하로 중재 치료법을 사용할 수 없거나, 관절통으로 활동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가족 간병인 스스로 당뇨, 암 등 본인의 질환이 피로감에 시달리며 프로그램 실행을 어렵게 하는 부분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수면장애는 단순히 인지 저하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만성질환과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고려하고, 통증·배뇨 등 증상에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매 환자에게 적절한 진통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가족 간병인의 피로와 건강 문제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루이소체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통증 관리를 위한 앱 기반 중재를 결합하거나, 무선 EEG 헤드밴드와 같은 비침습적 기술 기반 중재도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26일(현지 시간) 노인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BMC Geriatrics’에 실렸다.

 

Source

Rapaport, P., Bhojwani, A., Webster, L. et al. Long-term health conditions and their impact on people with sleep disturbances and dementia. BMC Geriatr 25, 376 (2025). https://doi.org/10.1186/s12877-025-06045-x

관련기사
저작권자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