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관리법 시행 5년째, 법 만든 목적 잊은 건 아닌가
치매관리법 시행 5년째, 법 만든 목적 잊은 건 아닌가
  • DementiaNews
  • 승인 2017.05.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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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건의료 관련 법 가운데 개별 질환에 대해 별도 법으로 관리하는 예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1년 치매에 대해 개별법령을 제정해 특별히 관리토록 한 것은 치매의 고통이 사회적 부담이 되고 있으며, 국가의 각별한 정책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드러낸 사례로 상징된다.
 
치매관리법 제정은 인구의 고령화로 치매환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치매로 인한 의료비가 환자 증가 수준보다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치매의 예방 및 치매관리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해 치매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사회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 법제정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 치매관리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치매관리에 관한 사업을 시행하고 지원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 놓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도 명시했다. 
 
특히 종합병원 중 ‘중앙치매센터’를 지정해 치매연구사업 계획 수립, 치매환자 진료, 치매전문 교육ㆍ훈련, 치매 관련 통계 수집ㆍ분석 등 법률로 정한 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치매관리법에 근거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12월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치매환자들에 대한 건강보험과 국가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제 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제3차 치매관리종합대책은 그동안 공급자 중심의 치매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예방, 진단·치료·돌봄서비스 통합 제공, 치매환자 가족 부담경감, 연구·통계 등 인프라 확충 등 4가지 분야에 있어서 수요자 관점의 정책과제 위주로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지난 2008년 제1차 치매관리종합대책(2008~2012)에 이어 2012년 마련한 제 2차 종합계획(2012~2015)까지는 수요자 입장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둬 치매환자와 가족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치매관리법이 제정된지 5년이 지났고 3차 종합계획까지 수립됐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치매관리대책이나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예방 및 관리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여전히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은 환자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겨져 있다. 치매를 앓던 노인이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힘든 나머지 치매에 걸린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려 하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치매관리법 제정 이후 국가적으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조기검진사업과 의료비 지원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돌봄 인프라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매환자만 대규모로 발굴하고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현재의 병원 중심체계를 전환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검진사업으로 양산된 치매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머지않아 우리 사회의 모든 의료자원을 노인 환자의 병원 뒷바라지에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를 개선하려면 치매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 치매관리법의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 보다 정교한 치매관리종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종합대책을 수립한 이후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꼼꼼하게 평가할 수 있는 후속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치매관리종합대책 과제의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부실하거나 실행력이 낮은 대책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채 그저 대책을 수립하는 데만 골몰한 꼴이었다.  실제로 1차 및 2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은 추진 과제와 전략 목표는 구성했지만 각 전략 목표의 수행과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성과목표나 성과지표는 구성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정기적인 사업성과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치매관리 정책 시행 후 그 성과를 조사해 효과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 정책을 보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나마 복지부는 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정책 분야별 주요지표를 선정하고 5년 후 변화된 모습을 목표치로 설정해 관리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치매관리법 제정 취지를 살리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14년 발간한  '치매관리사업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관리사업의 예산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중앙정부 부담분 516억원, 지방자치단체 부담분 269억원으로 총 785억원에 불과했다.

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보면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연구와 기술개발 등을 제외한 서비스 관련 예산 기준으로는 연평균 650억원을 투입하는 수준이다. 치매 환자 1인당 환산해보면 연간 10만원에도 못미칠 정도다.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예방 및 관리 체계와 통합적인 치매돌봄 인프라 구축을 통해 ‘치매안심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려면 복지부가 관련 예산 확보에 팔을 걷어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 2012년 8월 치매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치매 관리‘에 국가 개입을 본격화 한다고 선언했으니 그에 합당한 임무 수행과 책임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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