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3
[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3
  • DementiaNews
  • 승인 2017.07.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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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모하노…

젊은이 “어르신 오늘 추석 아닙니까, 가족들 안 내려왔습니까?”
노인 “ 가족 다 필요 없는 것이다, 명절이라고 가족들 다 모이면 모하겠노, 그래 오래 간만에 소고기 사먹겠지, 소고기 사먹으면 모하나, 배도 부른데 화투 한번 치자고 하겠지, 화투치면 모하노, 내가 돈 다 따서 소고기 사 먹겠지, 소고기 사 먹으면 모하노 둘째 아들이 한판 더 치자고 하겠지…………” 
젊은이“어르신이 돈 다따가 소고기 사 먹겠지요”
노인”아니 명절이라고 아들 돈 다 따면 어떡하나 미안해 하면서 소고기 사 먹겠지”

이것은 몇 년 전에 유행하던 개그콘서트의 “어르신” 이라는 코너 입니다. 제가 올해 초 정신과 전문의 연수 강좌에서 기질성 우울증에 대해서 강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신과 선생님은 모두 우울증에 관한 한 저보다 전문가 이시기 때문에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동영상을 보면서 시작 하였습니다.
 
여러분, 증상(symptom)은 무엇이고 징후(sign)는 무엇일까요? 이것이 환자의 질병 진단이나 치료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증상은 환자 자신이 느끼는 것을 말하며 매우 주관적인 것입니다. 반면 징후는 의사를 포함한 제 삼자에 의하여 관찰되는 객관적인 것이지요. 예를 들어 천식 환자가 “숨차다” 라고 하는 것은 증상이며, 의사가 가슴에 청진기를 데고 “천명음”이 들린다고 차트에 기술하는 것은 징후이지요. 신경학적인 의미로는 증상은 병의 특성을 시사하며 징후는 이 병이 해부학적인 위치(뇌의 어느 부분에 병이 존재하는지)를 시사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우측 편마비가 왔다면(징후) 아마도 뇌의 좌측 운동과 관련된 해부학적 위치에 병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지요. 하지만 같은 우측 마비라도 환자가 서서히 진행한다고 느끼면 그 병변은 암과 같은 병일 가능성이 높고 빠르게 진행되었다면 혈관질환에 의한 뇌졸중의 가능성이 높겠지요. 즉 증상과 징후는 어느 한가지를 소홀히 할 수 없는 환자를 볼 때 반드시 필요한 동면의 양면 같은 것 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의사와 환자가 증상과 징후를 공유하며 같이 진단과 치료에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1808년 환자의 가슴이나 복부를 타진(percussion)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이후 청진기술, 방사선 기술, 최근의 최첨단 영상기술까지 발달하면서 새롭고 정확한 징후들이 개발되면서 의사들은 점점 환자와의 대면에서 얻을 수 있는 증상에 대해 시간을 덜 할애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큰 병원 가면 한번쯤 느끼는 것이 의사들이 점점 더 환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의 영상이나 검사를 보며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고백하면 외래에서 환자 얼굴을 보면 누구인지 잘 모르겠는데, 환자의 MRI 사진을 보면 기억이 아주 잘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증상이 환자 진단이나 치료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의사는 첨단 기술에 의한 징후에 더 의존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진단 기계나 기술이 발달해도 진단이나 치료에 증상이 여전히 중요한 의료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정신의학 분야이지요. 이것은 이 병의 특성상 주관적인 것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우울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뇌영상이나 다른 검사를 통하여 우울하냐는 것을 정확하게 관측하기가 어렵지요. 그렇지만 의사들은 객관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징후로 바꾸는 작업을 합니다. 즉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을 정신척도 질문지(psychometry scale)를 이용하여 징후화 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지는 환자에게 직접 본인의 생각을 물어 확인하는 방법과 그 환자를 잘 아는 사람(주로 가족)에게 그 사람의 행동을 질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질문지에 환자가 직접 우울하다, 죽고 싶다 등을  기술할 수도 있고 가족 등 제 삼자에게 질문해 환자가 우울해 보이는지, 죽고 싶다고 말 한적 있는지 등을 기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내용을 점수화 하기도 합니다. 전자를 주관적인 평가 도구라고 하고 후자를 객관적인 평가 도구라고 합니다.  이 두가지 척도는 한가지 현상을 보는 다른 관점인데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전형적인 우울증의 경우에는 주관적인 우울증 척도와 객관적인 우울증 척도가 잘 일치합니다. 우울증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 가장 많이 동반되는 신경심리 증상인데, 흥미롭게 알츠하이머병에서 보이는 우울증의 경우에는 젊은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우울증과 달리 이 둘이 잘 일치하지 않습니다.1 그 둘 사이 일치율은 10- 30%로 매우 낮습니다. 보통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전형적인 우울증의 경우에는 이 두 방법 사이의 일치율이 70-80% 일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환자는 우울하다고 하는데 가족들이 보기에는 얼굴이 밝고, 또 어떤 경우에는 반대로 환자 보호자가 보기에는 바로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이 우울해 보이는데 실지 물어 보면 전혀 우울하지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개그콘서트 어르신 코너에서 노인의 얼굴이나 말을 보면, 감정의 변화나 표정이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울증의 가장 중요한 증상인 매사에 흥미가 없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말의 강약도 일정하고 그 내용도 비약하거나 돌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또한 할아버지의 행동을 관찰하면(징후) 머리에 진전도 보이고 동작도 느린 것으로 보아 파킨슨 병과 같은 운동 장애도 있을 가능성이 있지요. 만약 이 노인이 여기 코너에서 보여주는 증상 외에 다른 부가적인 증상(예를 들어 불면, 성기능 장애 등)이나 징후가 있다면 DSM V  우울증 진단 기준에 따라서 주요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울증과는 다른 것 같지 않나요? 즉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인 우울한 느낌(혹은 슬픔)이라는 감정이 보이지 않지요.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정신과의 주요 우울증 진단 기준에서는 위의 노인이나 방구석에 꼼짝 않고 머리를 숙이고 죽을 상을 하고 있는 젊은 우울증 환자 이 둘을 같은 질환으로 봅니다. 무엇인가 모순이 있어 보이지요.

저는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기 위해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 매고, 그리고 지긋이 거울을 쳐다봅니다. 마치 나르시스가 연못에 자신의 모습을 보듯이, 찬찬히 쳐다보면서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집사람은 빨리 출근하라고 재촉합니다. 저를 밀어 내는 저의 집사람 눈은 TV 에 출연하고 있는 멋진 배우에 꽂혀 있네요. 찬찬히 집사람의 눈을 보니 초점은 그 배우 얼굴에, 눈 바깥쪽에는 간신히 제 얼굴이 걸쳐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이 맞는지 TV 를 보고 있는 집사람의 눈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제  모습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진실은 어느 쪽에 있을까요?

Reference
1. Kwak YT, Yang Y, Pyo SJ, Koo MS. Clinical characteristics according to depression screening tools in patients with Alzheimer's disease: View from self, caregiver-reported and drug-intervention pattern. Geriatr Gerontol Int. 2014 Jul;14(3):660-6an 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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