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22
[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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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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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이브, 오르페우스, 그리고 우리 동네 바바리맨
 
   
Scene 1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나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나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나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창세기 2:5-9)

Scene 2
오르페우스는 님프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우리디케는 산책을 나갔다가 자신에게 치근대는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를 피해 급히 도망치다 뱀에게 물려 죽었다. 오르페우스가 슬퍼 그녀를 애도하는 곡을 부르자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마침내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이승으로 다시 데려오겠다고 결심하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하데스(지옥의 신) “좋다, 너의 정성과 노래에 감복하였다. 너의 아내를 데리고 가도 좋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지옥을 다 빠져나가 지상으로 나갈 때 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앞장서 가던 오르페우스는 지상의 빛이 보이자 뒤에 있는 에우리디케가 궁금해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갔고 이후 그는 다시는 그녀를 볼 수가 없었다.(그리스 로마 신화)

Scene 3
저희 집근처에 제가 다니는 여고가 있어요. 그 여고 근처에 골목길이 음산한데요. 제가 저녁마다 매일 그쪽으로 온단 말예요. 근데 어느 날 그길로 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벽에서 남자가 툭 튀어나오더니 제 앞에서 바바리를 훌렁 벗어제끼더니 "헤헤 여기보고가요~ 이거보고가요” 해서 놀라서 집으로 도망 왔어요(어느 카페에 올라온 바바리맨 경험담).
 
“Incontinence(실금;失禁)”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떤 상황을 막거나 참지 못하는 것 2.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 3. 대소변을 못 가리는 것. Continence 는 반대의 의미이겠지요(저는 개인적으로 설사가 있을 때 continence 하는 것이 가장 괴롭습니다).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는 incontinence 하다가 태어나면서 점차 continence 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대소변 가리기 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소변 가리기가 단지 문화적이고 학습적인 것은 아닙니다. 즉 아무리 체계적인 학습과정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적정한 나이가 되어야만 대소변 가리기가 되지요. 너무 어린 나이에 강압적인 대소변 가리기는 결국 마음에 어떤 그늘을 남길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이외에 우리가 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서 어느 정도 시기까지는 성인에게 보이지 않는 많은 발달 반사반응(developing reflex, 혹은 전두엽반사)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손에 쥐면 무엇이든 움켜잡으려는 반사(grasp reflex), 무엇인가 빨려는 반사(sucking reflex) 등 등 수도 없는 발달반사가 보이다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서 하나 둘씩 나이에 따라서 시간 간격을 두고 없어집니다. 그러면 이렇게 눈에 안 보이는 것만 발달반사가 있을까요? 다른 발달반사와 같이 2-5세 까지의 아동에게서 대부분 성적인 행동이 나타나지요. 자신의 성기에 관심을 가지거나 드러내거나 혹은 만지는 등 다양한 행동이 관찰됩니다. 행동이나 감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백화점 가면 원하는 것을 안 사준다고 바닥에서 떼쓰는 아이들(분노발작; temper tantrum), 부모에게서 떨어질 때 나타나는 공격성, 두려움, 소리침 등등 의 행동 들이 비정상적이거나 병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물론 정상에 대한 정의를 정확하게 해야 하겠지만). 하지만 일정 나이가 지나서도 지속되면 그것은 정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행동이나 감정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관찰되지 않을 뿐 이지요. 흔히 이러한 행동, 감정 등이 절제되는 것이 사회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아무리 사회화 하려고 하여도 적정 나이를 경과하지 않으면 즉 뇌가 어느 정도 발달되기 전에는 이루어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위의 주제로 다시 돌아와 이브, 오르페우스, 그리고 바바리맨 세 장면의 공통점은 무엇일가요? 바로 incontinence 즉 실금失禁 입니다. 이 경우에는 한자가 더 진실에 가깝네요. 금하는 것을 지키지 못한다. 즉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브는 먹고 싶은 욕망, 오르페우스는 보고 싶은 욕망, 그리고 바바리맨은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억제는 습관적인 행동 또는 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자동화된 반응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입니다. 이것은 곧 충동성(impulsivity)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치매 환자는 단지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 장애로 입원하기보다는 이러한 탈억제(disinhibition)가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continence 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과일을 넣지 않고 입을 닫아야 하는, 돌아서서 보고 싶은데 돌아보지 않아야 하는, 바바리를 내리고 싶은데 그 손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continence 가 괴롭습니다. 마치 옛날 과부들이 허벅지에 송곳을 찌르면서 "참아야 하느니라"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비교적 잘 견디어 냅니다. 이러한 continence 는 다양한 감정에서도 나타납니다. 앞에 상사가 너무 밉지만 웃으면서 칭찬해주어야 하고, 너무 먹고 싶은 것이 앞에 있어도 때로는 발을 돌려야 하고, 너무 예쁜 여자가 있어서 남자로서 무엇인가 해보고 싶어도 좋은 날을 기다리면서 돌아서야하는 continence 가 필요하지요. 이 과정은 단지 내가 내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서 존경받고, 공부 많이 하셨지만 치매로 저의 병원에서 입원하신 목사님이 젊은 간호사 앞에서 갑자기 팬티를 내릴 때 그 목사님이 공부를 덜 하였거나 인격이 떨어져서 그럴거라고 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즉 목사님의 뇌는 이미 많은 병리학적 변화가 생겨서, 대소변을 참을 수 있는, 분노를 안으로 삭힐 수 있는, 젊고 예쁜 여자가 와도 그냥 아름답게 봐 줄 수 있는 뇌의 억제회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부학적으로는 전두엽 특히 안와전두엽(orbitofrontal) 부분이 이러한 감정이나 욕망의 억제와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강화해주는 마이엘린(myelin) 이라는 부위의 손상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위가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는 점차 손상이 오게 되고 따라서 억제를 하지 못하는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탈억제는 너무나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고 당혹하게 하는 증상이기 때문에 집에서의 간병을 포기하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환자를 보내게 하는 중요한 증상입니다. 또한 이곳에 와도 많은 간병인과 치료진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신체강박이나 약물 등과 같이 강압적인 방법이 동원될 소지가 많은 증상입니다. 탈억제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가 있기 때문에 그 특정한 증상에 따라서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등 다양한 약물이 사용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러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1살 된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였다고 해서 소리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본인의 부모가 실수를 하시면 왜 그렇게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부모님을 다그치나요. 그런 자식의 모습에 더 불안하고 이제는 안하던 고함도 치게 되고, 점점 더 그 간극은 넓어집니다.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증상을 그 단계의 병(혹은 그 존재)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려하고 그것을 없애려고 갈등하지 말고 인정하거나 방향을 바꾸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도 자식에게 쏟았던 노력을 부모에게는 하지 않으려는 것이 치매 가정의 비극일 수가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탈억제는 환자의 지위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 증상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환자의 치매 단계에서는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이던, 건강한 우리이든 continence는 off-continence (휴금;休禁)해야 의미가 있다, 비록 incontinence (실금;失禁)가 아니더라도. 자 휴가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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