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23
[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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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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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카인의 표적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리니 네가 밭을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가인이 여호와께 아뢰되 내 죄벌이 지기가 너무 무거우니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지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그렇지 아니하다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가인에게 표를 주사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죽임을 면하게 하시니라” 창세기 4: 11-15

창세기에 나오는 카인의 표적(Mark of Cain) 이야기 입니다. 히브리어로 표적은 싸인, 저주, 경고, 혹은 기억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카인이 일찍 죽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적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문장의 맥락으로 보아서는 누구나 보아서 알 수 있는 즉 볼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이 카인을 보호하려고 하였을까요? 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덕분에 카인은 젊은 나이에 다른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험성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기독교도인 저는 궁금한 게 성경에 따르면 이 당시에는 아담, 이브만 있었던 것 같은데 카인을 위협할 다른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있지만 그건 제 전문분야 아니기 때문에 넘어 가겠습니다.

제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인간은 처음 지구상에 나타나 사회를 형성하였을 때부터 사회적 낙인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낙인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과 다른 어떤 특정 특징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을 극단적으로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 서구의 기독교 사회가 팽창할 때 행하여 졌던 노예무역을 들 수가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인종범죄이지만 서구의 기독교 사회는 흑인의 피부색이 바로 카인의 표적이라고 하였으며 그럼으로써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노예제도를 합리화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는 정신의학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크레플린같은 정신과 대가조차 비서구인에게는 정신적 열등이 있다는 낙인을 찍었습니다. 현대 사회에도 과거처럼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암암리에 이러한 낙인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병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문둥병, 지랄병, 귀신들린 병, 노망 등등 어떤 특정 질환에 대한 혐오 및 차별이 있어왔고 지금도 완전히 여기에서 벗어 난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이를 개선하기 병명 자체를 바꾼다든지, 홍보한다든지 하는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낙인과는 별개로 병에 대한 낙인은 의학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병에 대한 치료 의지가 떨어지게 합니다. 카인의 표적은 하나님이 주어진 것이고 그것은 지울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한번 낙인을 찍으면 그게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그러려니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주로 보는 치매 환자의 경우 일단 치매로 진단 받으면 더 이상 이것이 치매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보려 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국가에서 대규모 치매 조기 검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실지로 이 프로그램으로 치매를 조기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다양한 원인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조차 치매로 진단 후 여러 가지 많은 불필요한 약물 투약하고 이로 인해 2차적으로 치매가 오는 경우도 경험합니다. 우리가 맹장 수술 후에는 계속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를 하지만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일단 치매라고 진단해 버리면 대부분 치매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고 평가해보려는 노력을 안 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카인에게 표식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차별이나 혐오하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차이점을 인식하고 인정하라고 한 것이 아닌가, 라고 전혀 기독교에 문외한인 제가 생각해 보았습니다(신학적 해석이 아니고 순전히 제 생각이니 태클 걸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치매와 같은 질환을 다른 질환과 다른 무엇인가 부모가 잘못하였거나 심지어는 조상이 잘못해서 생기는 질환으로 인식하고 피하고 감추고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병들과 똑같이 인정하고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완치가 안 된다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가는 것이 고령화 사회, 민주 사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다" (데미안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치매가 생기면 이를 낙인찍으려고 한다, 이것도 그 사람의 긴 여정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제 어록 중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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