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타민 대사 억제 통한 항암제 개발에 속도
국내 연구진이 치매, 암, 당뇨 등 중증 노인성 질환을 간편하게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복잡한 측정 과정과 고가의 분석 장비 없이도 글루타민 농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소재연구센터 서문형 박사팀은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박근완 박사팀과 함께 ‘화합물 유도 단백질 조립’ 원리를 통해 복잡한 측정 과정과 고가의 분석 장비 없이도 글루타민 농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글루타민은 혈액 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하거나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아미노산의 하나로 특정 상황에서 수치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특성이 있어 질병의 치료 및 조기 진단에 유용한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이다.
이 때문에 암세포의 영양분이기도 한 글루타민의 대사를 억제하는 암 치료 연구를 비롯해 대사질환 및 퇴행성 질환의 진단을 위한 체내 글루타민 신진대사 연구도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체내 글루타민 농도 측정은 아미노산 분석기와 같은 고가의 전문 분석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데, 살아있는 세포 내 글루타민의 농도 변화는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측정비용이 낮은 연구용 키트의 경우, 생체 시료 내 단백질 제거 등 번거로운 전처리 과정이 필요해 측정 시간이 길고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연구팀은 글루타민 결합 단백질을 2개의 인공 단백질로 분리한 후 시료와 결합해 혈액 내 글루타민의 농도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화합물 유도 단백질 조립’ 원리의 글루타민 측정용 센서 단백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센서 단백질을 글루타민의 기호인 Q와 밝게 빛을 낸다는 뜻인 SHINE을 결합하여 Q-SHINE으로 이름을 붙였다.
Q-SHINE 센서는 글루탐산, D-글루타민과 같은 비슷한 구조의 아미노산에는 반응하지 않는 고선택성을 보였다. 측정할 수 있는 글루타민 최저 농도는 1마이크로몰(µM, 1몰의 100만분의 1)으로, 연구용 키트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효소반응 분석법보다 20배 더 낮은 농도의 글루타민까지 측정할 수 있다. 또 대장균에서 손쉽게 생산할 수 있어 연구용 키트로도 수억 원 상당의 분석 장비와 동일한 수준의 글루타민 농도 분석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Q-SHINE을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의 세포질 및 미토콘드리아 내 글루타민 농도 변화의 실시간 모니터링에도 성공했다. 특히 암세포와 정상세포에서 글루타민 농도 차이를 검증함으로써, 향후 글루타민 대사 억제를 통한 항암제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문형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센서는 손쉬운 글루타민 농도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면서 “글루타민 대사 연구에 활용하면 치매, 암, 당뇨와 같은 중증 노인성 질환의 조기진단과 원인 규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센서와 작용기 B: 화학(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 9월호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