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요양서비스사업 진출 규제 완화 전망...독과점·교란 우려
생보사 요양서비스사업 진출 규제 완화 전망...독과점·교란 우려
  • 박원빈 기자
  • 승인 2023.11.0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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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평창 카운티' 거실 전경
'KB 평창 카운티' 거실 전경 / KB라이프

KB라이프가 보험업계 첫 실버타운을 개장한 가운데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도 요양서비스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지만 까다로운 규제가 생보사들의 요양서비스사업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복지부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독과점 우려도 나와 향후 사업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생명보험사가 운영하는 장기요양기관은 지난 9월 기준 서울에 4곳, 경기 지역에 1곳이 있다.

서울 지역에는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정원 101명)와 서초빌리지(정원 68명), 재가시설인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케어센터(정원 21명)와 강동케어센터(정원 49명)가 있다.

경기에는 하나금융공익재단의 하나케어센터(정원 99명)가 있다.

보험사의 요양서비스사업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토지·건물 임차’ 규제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 시설 사업자가 1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 

노인요양시설 난립을 막고 잦은 개·폐업으로 인한 입소 노인의 주거 불안을 막는다는 취지인데, 수도권의 경우 비용 부담이 크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독거·무배우 노인의 요양시설 수요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이용자는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지속해서 증가했다. 

노인요양시설 이용자는 2014년 14만 2382명에서 2022년 23만 4280명으로 10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이용자의 요양 등급을 살펴보면, 3등급이 36.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4등급 32.4% ▲2등급 19.8% ▲1등급 9.2% ▲5등급 2.2% 순으로 나타났다.

송윤아 위원은 "재가급여를 원칙으로 하는 3~4등급이 노인요양시설 이용자의 약 69%를 차지한다"며 "이는 가족 내 돌봄 불가, 열악한 주거환경, 치매 등으로 불가피하게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한 인정자가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요양사업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가 공급부족 지역 등을 중심으로 공립‧민간 요양시설 확충에 나서면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진행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 회의 / 보건복지부
지난 8월 진행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 회의 /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 발표 자리에서 부족한 요양 인프라 개선을 위해 '요양시설의 건물과 토지 소유' 등과 같은 규제 완화, 접근이 용이한 도심 내 시설 공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복지부는 장기요양기관 인프라가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지원하며 공급부족 지역 등을 중심으로 공립·민간요양시설을 확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립 노인요양시설 53개소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도심 등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 대해 시설 진입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빠른 고령화 속도에 따라 장기요양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에 대한 요청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장기요양 대상자의 적정 서비스 이용을 위한 사전·사후 관리 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중앙·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지 이용 규제 등의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보험사의 요양사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내년 4월이 총선이라 규제가 완화될지는 미지수라 추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거 같다”라고 밝혔다.

◇ 사회서비스 대기업 진출 확대...독과점·교란 우려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생명보험사 들이 장기요양 기관을 운영하면서 영세한 민간 복지기관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임차 요양시설 허용은 보험 회사들의 숙원 사업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가 사회서비스 분야에 민간 참여를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는 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에도 있는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이라면서 "복지 분야에 대규모 시장 금융자본을 유입시키겠다는 신호탄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조규홍 장관 /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 보건복지부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민간의 창의와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은 사회서비스 고도화의 수단 중의 하나이다”라며 “임대화와 관련해 필요성도 인정이 되지만 현장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인순 의원은 "임차 요양시설 허용은 보험 회사들의 오래된 숙원"이라면서 "노인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게 된다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단기간에 확대될 것이고,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형성해 독과점 형태로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민간 영세 복지기관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남 의원은 주장했다.

남인순 의원은 “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한 돌봄의 역할을 그간 민간 영역에서 해왔는데, 대자본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기존의 민간 시설들 등 피해가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장관은 “민간이 들어와서 사회서비스 시장을 교란한다면 복지부 장관으로서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국정감사 때 지적한 이후 더욱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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