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목련’ 지다…전(前) 미 대통령 부인 로절린 카터 영면
‘강철 목련’ 지다…전(前) 미 대통령 부인 로절린 카터 영면
  • 양인덕 기자
  • 승인 2023.11.22 09: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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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질병 퇴치, 정신건강 증진에 헌신
치매 깊어져 호스피스 돌봄 이틀 만에 별세
상원의회(1979. 2. 7)에서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를 대표해 증언하는 로절린 카터(사진 출처: Jimmy Carter Presidential & Library)
상원의회(1979. 2. 7)에서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를 대표해 증언하는 로절린 카터(사진 출처: Jimmy Carter Presidential & Library)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가 19일(현지 시각) 타계했다. 강철 목련(Steel Magnolia)으로 불린 로절린 카터(Rosalynn Carter), 향년 96세다.

카터 센터(The Carter Center)는 “전 세계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힘써온 로절린 전 영부인이 오후 2시 10분 별세했다”면서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로절린은 올해 5월 치매 진단 후 이달 17일부터 다른 의학적 조처를 중단한 채 자택에 머물렀다.

뉴욕타임스 등 미(美)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터 부부는 그간 조지아주의 고향이자 작은 마을인 플레인스의 집에서 함께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왔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99세)은 2015년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이어 로절린 여사도 치매 증세가 깊어지면서 부부는 나란히 생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해왔다.

로절린과 지미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서약에 충실한 부부였다. 인구가 채 600명도 안 되는 남부 시골 태생의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간호사인 지미 모친이 1927년 8월 18일 이웃의 출산을 도와 태어난 아이가 로절린이고, 그녀는 자라면서 루스 카터(지미 카터의 여동생)와 절친하게 지냈다.

지미가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여동생 친구인 로절린과 연인이 됐고, 학교 졸업 후 1946년 7월 7일 그들은 고향의 한 교회에서 혼례를 올렸다.

1977년 남편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그녀는 이내 ‘강철 목련’이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 남부지역을 상징하는 꽃인 목련에, 조지아주 땅콩 농장주의 아들인 남편을 주지사와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란 의미에서 ‘강철’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로절린은 영부인 시절(1977~1981년)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카터 행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미도 대통령 재직 당시 "로절린은 내 인생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전의 영부인들과 달리 남편 대신 해외순방을 다니며 각종 현안을 협의했고, 각료회의와 국가안보실 업무보고에 참석해 주요 사안들을 관리하기도 했다.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로절린은 “나는 정부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정신건강과 노인 문제에 관심이 깊었던 그녀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서 상원 소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했으며, 백악관을 떠나서도 의회에 나와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보장성 강화를 역설했다. 또한 남편과 함께 설립한 카터 센터에서 정신건강 관련 연례 심포지엄 의장을 맡아 정신 질환자와 노숙자를 돕기 위한 기금 마련에 힘쓰는 한편, 간병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부로서 77년을 해로한 지미는 그녀가 떠난 날 “로절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반자였다”며 “내게 조언과 격려를 해준 아내와 함께하는 동안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신이 남을 돌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우리 세상은 그로 인해 더 나아질 거예요." 카터 센터는 생전 그녀의 이 말을 전하면서 ‘조화 대신 정신건강 프로그램이나 돌봄 연구소에 기부’해주길 바라는 유족의 뜻을 알렸다.

카터 전 대통령의 96년을 이어온 인연, 최장기 ‘퍼스트 커플’, 이견이 있으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풀 만큼 완벽한 파트너십인 둘의 관계는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 VVIP의 ‘정신건강, 간병, 여성 권리를 위한 사회 활동’을 우리 사회에서도 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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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3-11-27 15:57:13
카터는 물렀지만 부인은 강인했던 기억이 나네요.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