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이 찾아낸 AI 학습 능력 향상의 열쇠
뇌과학이 찾아낸 AI 학습 능력 향상의 열쇠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3.12.0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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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인공지능 연결성에 대한 이해 확장…세계적 AI 학회 NeurIPS에 논문 채택
치매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 제시해 주리라 기대
트랜스포머 모델에서 뇌 NMDA 수용체의 비선형성 활용 / IBS 제공
트랜스포머 모델에서 뇌 NMDA 수용체의 비선형성 활용 / IBS 제공

우리 뇌의 학습 과정은 효율적인 방식으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며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간의 기억 통합 매커니즘을 모방해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nstitute for Basic Science, IBS 원장 노도영)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과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차미영 CI(Chief Investigator·KAIST 전산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모델이 뇌의 기억 통합 커니즘과 유사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뇌의 해마에서 일어나는 기억 통합의 생물학적 특징을 적용해 인공지능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현재와 같은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2017년 구글(Google)에서 개발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에서 시작됐다. 이 모델은 문장 속 단어와 같은 시계열 데이터 내의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한다. 기존 모델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며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처리 모델의 토대가 되는 등 인공지능 분야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것은 우리 뇌 변연계에 있는 해마의 역할이다. 이 기억 통합 과정에서 신경세포에 있는 NMDA 수용체(뇌의 학습, 기억, 공간 인식과 관련된 신경세포 연결 부위인 시냅스후 막에 위치한 특별한 종류의 이온채널 글루탐산 수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수용체는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글루탐산과 결합 시에만 이온이 지나가는 통로가 되어 신경 연결의 강도를 조절하고 기억 형성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특정 조건에서만 통로가 되는 NMDA 수용체의 비선형적 특징에 주목해 이를 모사한 새로운 활성화 함수를 개발해 트랜스포머 모델에 적용했다. 또한, 이 모델의 기억 통합 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해 에이전트(미로의 구조를 인식하고, 출구를 찾기 위해 경로를 계획하고 탐색하는 학습자)가 2차원 격자 위에서 경로 탐색을 하도록 작업을 설계했다. 무작위로 움직이는 에이전트에게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그곳에 놓인 물체가 무엇인지 맞히게 한다. 에이전트가 해당 회차 실험 중 방문한 곳의 물체를 맞히면 단기 기억을, 해당 실험에서 방문하지 않았지만 이전 실험에서 탐색했던 물체를 맞힌다면 장기 기억을 사용한 것이다. 이 테스트를 통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기억 통합 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NMDA 수용체 특징을 모방한 인공지능 모델은 우리 뇌 속 해마의 장소세포처럼 위치를 인지하는 기능을 형성했으며, 기존 모델 대비 기억 통합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트랜스포머 모델에 NMDA 수용체의 비선형성을 도입함으로써 우리 뇌와 유사하게 장기 기억과 공간 표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창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뿐 아니라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간 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뇌의 작동 원리를 더 깊게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미영 CI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향후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 시스템이 나올 것을 기대해본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오는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 AI 학술대회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에 채택됐다.

현재 본 연구의 결과를 확장해 AI 모델의 유연한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물의 빠른 적응력과 유연한 행동 변화를 AI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모델이 하나의 작업에만 특화되지 않고 다양한 작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이며, 본 연구팀도 이 과정을 이해하고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2022년 11월 30일 챗GPT의 초기 베타 버전이 선보인 뒤 전 세계의 일상과 산업 모든 분야가 빠른 속도로 AI 영향권에 들어왔다. 먼 미래의 일로 여긴 AI 대중화가 급속도로 우리 삶에 밀려들었다. 한국빅데이터학회 학회지에 등재된 연구에 의하면, AI 기반 치매 조기 진단 방법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리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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