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연구팀, ‘뇌 갑상선 기능 저하증-알츠하이머병’ 관계 최초 규명
서울의대 연구팀, ‘뇌 갑상선 기능 저하증-알츠하이머병’ 관계 최초 규명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3.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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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갑상선 호르몬 결핍이 미세아교세포 면역 반응 억제...병변 가속화
묵인희 교수 "갑상선 호르몬 보충을 통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가능성 제시"
(왼쪽부터) 서울대 치매융합연구센터 묵인희 교수(센터장), 김동규 박사후연구원, 최현정 박사후연구원 / 서울의대
(왼쪽부터) 서울대 치매융합연구센터 묵인희 교수(센터장), 김동규 박사후연구원, 최현정 박사후연구원 / 서울의대

 

국내 연구팀이 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학교는 치매융합연구센터 센터장인 묵인희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갑상선 기능 저하증, 특히 뇌 속 갑상선 호르몬 결핍 간 상호 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안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과도하게 축적돼 신경세포 손상과 지속적인 신경염증성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갑상선 호르몬’(Thyroid hormones)은 신진대사 활동과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근본적인 결정 요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불균형은 뇌에 문제를 일으키고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진행에 위험 요인이다.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hypothyroidism)은 인지 능력 저하나 뇌 안개와 같은 알츠하이머병 증상과 상당히 유사하다.

앞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이나 뇌척수액, 사후 뇌 조직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 변화가 보고됐지만, 뇌 속 갑상선 호르몬 대사 과정의 변화와 갑상선 호르몬 결핍이 병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명확한 기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치매 쥐의 뇌 속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해마 영역에서 수치가 질병 초기 단계부터 줄었고, 이는 혈중 갑상선 호르몬 수치 감소보다 더 빠르게 일어난다는 결과를 밝혀냈다.

먼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병리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기 전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매 쥐의 혈액과 뇌 조직 내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 변화를 확인했다.

이를 위해 생후 4개월된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매 쥐의 혈액과 뇌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혈액 내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치매 쥐와 정상 쥐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해마 영역에서는 정상 쥐보다 치매 쥐에서 활성형 갑상선 호르몬인 ‘트리요오드타이로닌’(Triiodothyronine, T3)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매 쥐의 해마 영역에서 비활성형의 전구 호르몬 ‘티록신’(Thyroxine, T4)을 T3로 전환하는 ‘제2형 탈요오드화 효소’(Type 2 deiodinases, DIO2)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DIO2는 뇌에서 갑상선 호르몬의 대사와 항상성 유지에 관여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뇌 오가노이드 모델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도 병변 정도에 따라 DIO2 단백질 발현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다. DIO2 발현 감소는 T4에서 T3로 전환을 줄여 뇌세포의 갑상선 호르몬 이용을 낮춘다.

그림.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의 뇌에서 병변에 의한 갑상선 호르몬 대사 장애로 인하여 갑상선 호르몬 저하가 일어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에서 갑상선 호르몬 결핍은 미세아교세포의 식세포 작용을 감소시켜 베타아밀로이드와 인산화된 타우의 축적과 인지적 행동 장애를 악화시킨다. / 서울의대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의 뇌에서 병변에 의한 갑상선 호르몬 대사 장애로 인하여 갑상선 호르몬 저하가 일어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에서 갑상선 호르몬 결핍은 미세아교세포의 식세포 작용을 감소시켜 베타아밀로이드와 인산화된 타우의 축적과 인지적 행동 장애를 악화시킨다. / 서울의대

 

뇌 조직을 이용한 단일 세포 분석에서는 갑상선 호르몬 결핍이 뇌에 거주하는 선천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나왔다.

미세아교세포는 평소 뇌 속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손상된 신경세포나 이물질, 감염원으로부터 뇌세포 보호를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교세포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감지하면 활성화돼 포식·분해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속적인 아밀로이드 베타 자극으로 면역기능을 상실하면 병의 진행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10주 동안 요오드 결핍 사료를 먹여 갑상선 호르몬이 완전히 고갈된 치매 쥐의 해마에서는 단일 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뇌세포 유형 중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만이 요오드 결핍 사료에 의해 상당한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갑상선 호르몬이 결핍된 쥐의 미세아교세포는 자발적인 염증 반응 활성화로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식세포 작용이 매우 감소했다. 이에 갑상선 결핍 치매 쥐의 해마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증가와 함께 인지 저하가 가속화됐다.

1차 미세아교세포를 T3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은 환경에서 배양해 확인한 결과, T3 결핍으로 발현이 가장 크게 줄어든 단백질은 ‘엑토-5'-뉴클레오티다아제’(Ecto-5’-nucleotidase, CD73)다. CD73는 미세아교세포의 정상적인 면역기능 조절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분자적 매개자다.

CD73은 아데노신(Adenosine) 대사로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부터 면역 억제를 유도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면역 관문 단백질이다. 미세아교세포는 T3를 통한 CD73의 발현으로 알츠하이머병 병변을 포함한 지속적인 염증성 자극에 대한 적절한 면역 반응과 정상적인 식세포 작용을 유지한다.

해마 내 갑상선 호르몬 저하를 보이는 치매 쥐에 활성형 T3를 다시 보충하면 미세아교세포의 면역 반응이 회복돼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감소와 함께 인지기능이 회복됐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뇌 속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에 T3를 투여한 결과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되고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과도한 축적이 감소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부터 감소된 갑상선 호르몬 대사 과정이 미세아교세포의 선천적 면역 반응을 억제해 알츠하이머병 병변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연구 결과를 통해 검증했다.

또한 혈중 갑상선 호르몬과 별개로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 뇌와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뇌 오가노이드에서 갑상선 호르몬 대사 과정 및 하위 신호전달 반응이 감소돼 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는 혈중 갑상선 호르몬은 정상 범위일 수 있으나, 뇌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갑상선 호르몬 결핍과 기능 저하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묵인희 교수는 “갑상선 호르몬이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미세아교세포의 면역 반응을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다”며 “갑상선 호르몬 보충을 통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달 16일(현재시간)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Brain hypothyroidism silences the immune response of microglia in Alzheimer’s disease animal model>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Korea Dementia Research Center, KDRC)의 지원을 받았다.

Primary Source

Kim et al. Brain hypothyroidism silences the immune response of microglia in Alzheimer’s disease animal model. Science Advances. Published 15 March 2024. doi:10.1126/sciadv.adi1863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i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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