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애브비 "파킨슨병 피하주사제 신청" 잰걸음
선택과 집중 애브비 "파킨슨병 피하주사제 신청" 잰걸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5.25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카비도파/포스레보도파 복합제 신청서 제출, 연내 글로벌 허가 확대

다국적제약기업 애브비가 파킨슨병 신약 개발을 놓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기약 없이 진행되는 혁신신약(퍼스트인클래스) 개발과정에 모험보다는 당장의 시장성을 고려해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잇따라 나온다. 

애브비는 앞서 4월 파킨슨병의 주요 병인으로 알려진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 응집체 표적 항체 신약의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 새로운 대체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파킨슨병 신약 신청에 돌입하는 노선 변경 전략을 단행한 것이다. 

무엇보다 해당 신약 성분의 경우 파킨슨병 분야 현행 1차 약물 선택지로 분류되는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 계열약(피하주사제)을 기반으로 했다는 데 높은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브비는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에 운동 동요(motor fluctuations) 증상 치료제 'ABBV-951(실험물질명)'의 신약 허가신청서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카비도파(foscarbidopa)'와 '포스레보도파(foslevodopa)'를 섞은 고정용량복합제 신약은,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개선을 위해 24시간 지속적으로 약물투여가 가능한 피하주사제로 개발이 진행됐다는 게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번 신약 신청작업은 ABBV-951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3상임상 'M15-736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피하주사제 개발, 부작용 보고 개선…애브비 "연내 글로벌 허가신청 확대"  

통상 학계에서는 파킨슨병 환자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치료 옵션으로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 '레보도파(Levodopa)'를 1차 선택지로 올리고 있으나, 장기간 사용시 이상운동증(dyskinesia) 등과 같은 운동신경 합병증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애브비가 개발한 해당 신약의 포지셔닝이 주목을 받는 이유기도 했다. 신청자료의 토대가 되는 무작위대조군연구는, ABBV-951 피하주사제 치료군과 경구용 '듀오도파(카비도파/레보도파 복합제)' 복용군 사이에서의 증세 개선효과 및 안전성을 저울질한 결과였다. 

일단, 분석 결과 ABBV-951 피하주사제 치료군에서는 대조군과 비교해 운동 동요 증상 개선효과에 우월성이 보고됐다. 기존 치료제로도 충분한 증상 조절효과를 얻지 못한 130여 명의 성인 파킨슨병 환자에서 약효 발현시간 개선과 함께 레보도파 성분을 장기간 사용했을 시 관찰되는 운동신경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적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관건이었던 안전성 프로파일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ABBV-951 피하주사제 치료군의 경우, 이상반응 대부분이 경증이거나 중등증 수준으로 관찰된 것. 실제 투약 환자의 10% 이상에서는 홍반 및 통증, 부종 등을 주소로 한 주사부위 이상반응이 가장 흔한 빈도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구용 카비도파 및 레보도파 복합제를 복용한 대조군에서는 약물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 1명이 사망한 반면, ABBV-951 피하주사제 치료군에서는 사망 사례가 없었다. 이에 회사는 "이번 허가신청에는 ABBV-951의 장기간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52주간 진행하는 3상임상 'M15-741 연구'의 일부 데이터도 포함됐다"면서 "연내 글로벌 허가신청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임상, 유효성 확인에도 '급제동'…자금 지원 담당 애브비 비판 일어 

한편 애브비는 지난 4월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기대감을 키웠던 스웨덴 소재 신경 전문개발사인 '바이오아크틱'과의 6년 유대관계에 종지부를 찍으며 잡음을 만들기도 했다.

두 회사가 공동개발을 담당했던 신약 후보물질의 내약성과 안전성은 초기 임상평가를 통해 합격점을 받아들며 잠재적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순항하는 듯 보였던 이들의 협력관계도 애브비의 일방적 결렬 통보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애브비와 바이오아크틱의 관계는 2016년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연구협정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애브비는 바이오아크틱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알파-시뉴클레인 항체 신약의 공동개발 및 상업화 단계까지의 지속적 투자를 약속했다. 다시 말해,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개발 관리 및 자금 지원이 애브비가 맡은 주요 역할이었다는 대목이다.

공동협력 이후 'ABBV-0805(실험물질명, 이전 BAN0805 명명)'로 이름붙은 후보물질의 개발 행보에는 청사진이 그려졌다. 2019년 1상임상을 시작해 2년 뒤 국제 파킨슨병학회에선 주요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결과를 보면 2상임상 진입을 놓고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1월 공개된 1상임상 업데이트에 의하면, 가용성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ABBV-0805 후보물질의 유효성만큼은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미국FDA는 해당 후보물질의 신약임상신청(Investigational New Drug, 이하 IND)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로의 귀결점은 달랐다. 애브비는 2020년 3월 특발성 및 경도~중등도 파킨슨병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상임상에 돌연 제동을 걸었다.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1상임상 진행과정에서 "전략적 판단을 고려했다"며 연구를 중단한 것이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조치를 놓고 "이유가 명확해 보이질 않는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바이오아크틱 Gunilla Osswald 대표는 "애브비의 결정에 실망감이 크다"면서 "지금껏 조사된 ABBV-0805 임상자료를 보면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에 높은 선택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개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