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뜻은 용어 자체로 부정적 의미를 가진다. ‘어리석다’는 뜻의 ‘치(痴)’와 ‘미련하다’는 뜻의 ‘매(呆)’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도입된 2017년 치매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매라는 병명을 다른 단어로 변경하는 움직임도 크게 일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나 시민단체 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동참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치매를 인지증, 인지저하증, 인지장애증 등으로 바꾸기 위해 치매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령상 치매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며, 법률 개정안도 2년째 계류의안으로 남아 있다.
치매라는 말이 가진 어감이나 의미로 봤을 때 병명을 변경하는 게 맞을 것 같지만 왜 개명안 추진이 중단됐을까?
결론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치매라는 단어를 대체하기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은 이미 치매를 인지증, 실지증, 뇌퇴화증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 간질의 병명을 뇌전증으로 바꿨으며, 문둥병은 한센병, 정신분열증은 조현병으로 개명했다.
치매 역시 병명을 변경할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을 전제로 복지부도 치매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국민 가운데 병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25% 수준에 불과했다. 치매 병명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과 그대로 사용하든지 바꾸든지 무방하다는 의견,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5.1%로 조사됐다.
또 치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발생한 원인과 관련해 환자를 비하하는 느낌 때문이라는 의견은 7.11%에 불과했으며, 48.2%는 질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병명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질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 인지장애증이나 인지저하증 등으로 병명을 변경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과 불편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개명 단어로 추진됐던 '인지저하증'은 다른 인지기능과 관련된 병명과 혼동될 우려가 있으며, '인지장애증'은 병명에 장애를 붙이는 것은 또 다른 편견을 유발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도 있었다.
복지부는 "국민 대다수가 치매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경우 대체 병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의 목적인 치매로 인한 환자 가족의 고통 경감 등을 위해서는 명칭변경보다는 우선적으로 치매친화적 환경 조성 등 사회적 인식개선이 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치매라는 용어의 부적절한 측면을 홍보해 국민들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적절한 변경 시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치매라는 용어는 간질이나 정신병처럼 사라져야 할 단어 중 하나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병명 변경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다시 한번 형성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