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 연쇄반응, 알츠하이머병 촉발 사실일까?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 연쇄반응, 알츠하이머병 촉발 사실일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8.18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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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ZV 감염 HSV-1 재활성화 촉발 "뇌 독성 단백 축적 늘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이하 VZV)'의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연쇄반응에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실험실적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바이러스의 감염이 휴면기에 있는 '단순포진 바이러스-1형(herpes simplex virus-1, 이하 HSV-1)'을 활성화시켜 뇌에 신경 염증반응과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 축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아직은 실험실적 연구단계로 임상근거 마련에 첫 걸음마를 뗀 셈이지만, HSV 감염과 알츠하이머 발병 사이엔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전문가 의견이 속속 제기되는 상황인 터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터프츠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공동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8월 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연구명: Potential Involvement of Varicella Zoster Virus in Alzheimer’s Disease via Reactivation of Quiescent Herpes Simplex Virus Type 1).

책임저자인 터프츠대학 생명공학부 Dana Cairns 교수는 "VZV 감염이 HSV의 재활성화를 유도하고 뇌에 염증반응 및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또 다른 질병 발생경로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VZV 감염, HSV-1 재활성화 "원투 펀치 역할"…"바이러스 감염 연관성 확인 첫 단추"

앞서 진행된 연구들에서도 구순형(입술 헤르페스) 바이러스 유형인 HSV-1과 VZV 감염, 알츠하이머 발병 사이에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바이러스에 순차적인 감염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을 어떻게 촉발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공동저자인 터프츠대학 생명공학부 David Kaplan 교수는 "본 연구에 참여한 영국 옥스퍼드대학 Ruth Itzhaki 교수는 HSV 감염과 알츠하이머병 발생 사이의 관련성을 최초로 언급한 인물 중 한 명"이라며 "분석 결과 이러한 질문에 답을 내릴 임상적 근거를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실적 연구를 살펴보면, 배양된 인간유도신경줄기세포(human-induced neural stem cells, 이하 hiNSCs)와 3D 뇌조직 모델에는 HSV-1 및 VZV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그 결과, hiNSCs의 HSV-1 감염은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주요 바이오마커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과 인산화된 타우(P-tau) 단백의 신경섬유 엉킴현상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배양된 hiNSC에서 VZV 감염은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의 축적을 직접적으로 일으키지 않았으나, 신경 아교세포의 증식(gliosis) 및 전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s)의 수치를 증가시켰다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HSV-1에 먼저 감염된 세포에 VZV 감염은 HSV-1의 재활성화를 일으켜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의 축적을 포함한 알츠하이머병 발생과 유사한 변화 양상을 나타냈다"고 보고했다.

결국 VZV 감염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지만, HSV-1의 재활성화를 유도해 질병 발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3D 인간 뇌조직 모델을 사용한 실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매우 흔한 두 가지 바이러스의 감염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원투 펀치(one-two punch)'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연구에서도 VZV에 대한 예방접종이 치매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며 "백신이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비롯한 염증반응, 신경손상을 멈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에 알츠하이머협회 Heather M. Snyder 부회장은 논평을 달았다. 그는 "그동안 실험실 평가나 개인을 대상으로 연관성을 평가하는 작업엔 여러 이유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해당 결과는 관련성을 더 명확히 평가하기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제 첫 단계를 밟았지만 후속 임상연구를 통해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사태는 여러 바이러스 감염과 알츠하이머 및 기타 치매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며 "이번 결과는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 Cairns, Dana M., Itzhaki, Ruth F., and Kaplan, David L. 'Potential Involvement of Varicella Zoster Virus in Alzheimer’s Disease via Reactivation of Quiescent Herpes Simplex Virus Type 1'. 1 Jan. 2022 : 1189 –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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