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형, 손목에 착용하고 일일이 충전해서 기피 … 소지형 출시
지난 15일 충북 영동에서 치매를 앓던 60대 남성이 실종된 지 사흘 만에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일대 수색작업을 벌이다가 발견된 것이다. 이 남성은 치매 증세로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실종 사흘 전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6년간 경찰청에 접수된 실종 치매 환자 수는 2017년에 1만308명으로 1만 명대를 넘어선 이후 2019년 1만2,479명, 2022년 1만4,527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인다. 이 중 2019년에 6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으며 2021년 9명, 2022년 12명이 끝내 행방이 묘연하여 아직까지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만약 실종 치매환자들이 배회감지기를 착용하고 있었다면 사정은 어땠을까. 심장마비와 뇌졸중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치매 환자를 찾는데도 골든타임이 있다. 24시간이 경과하면 실종자를 찾을 확률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골든타임 24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실종 치매환자는 각종 사고나 범죄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매환자를 발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또 수색 범위가 넓어지면서 생사도 보장하기 힘든 만큼 골든타임 내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환자 실종 신고 후 발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8시간(708분)인데 비해 배회감지기 착용자는 10분의 1인 1.1시간(66분)에 불과해 치매환자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회감지기 착용이 필수적이다.
중앙치매센터는 실종 위험이 있는 만 60세 이상 치매 환자에게는 옷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인식표를 반드시 채우라고 조언한다. 인식표는 주소지 치매안심센터에서 받은 후 치매환자 옷에 다리미로 다려 부착하면 된다. 또 배회감지기를 채우고 경찰청에 지문등록을 해두면 실종 치매환자를 보다 신속하게 찾을 수 있다.
배회감지기는 손목형 배회감지기가 가장 먼저 출시됐으나 일일이 충전해야 하는 데다 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해야 하는 등 사용이 불편해 호응을 받지 못했다. 소지형 배회감지기는 이 같은 불편을 보완한 제품으로 1년에 한 번만 건전지를 교체해주면 되고 매월 통신비가 부과되는 손목형 배회감지기와 달리 별도의 요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GPS가 탑재된 신발 깔창형 배회감지기가 선보였다. 이 제품은 치매 환자가 실내에 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 시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기존 배회감지기와 달리 장소를 불문하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통신사 KT 망을 사용해 전파가 잘 잡히지 않는 음역 지역이 거의 없으며 자가발전에 따라 별도의 충전이 필요치 않다.
훌륭한 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치매환자 가족들이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배회 증상의 대처방안으로 요양시설에 입소시킨다면 첨단 시스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치매에 대한 인식이 가정에서 국가의 관리 축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치매환자가 요양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치매안심마을이 대안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