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학대하는 요양원, 관리 감독 엄격히 해야…“부모님 맡기고 불안해요”
치매 환자 학대하는 요양원, 관리 감독 엄격히 해야…“부모님 맡기고 불안해요”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6.13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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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서 맞아 숨진 80대 치매 환자…다른 입소자에게 지속해서 폭행당해

기저귀 갈다가 ‘퍽’, 피부 괴사·대퇴부 골절시켜...요양보호사, 파티션으로 가리고 주먹질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와 다른 치매환자가 입소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와 다른 치매환자가 입소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오는 15일은 노인학대예방의 날이다. 보호받아야 할 치매 노인이 시설에 입소해서 폭행당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과 노인관련기관에 따르면 시설에서 생활하는 치매 노인을 다른 입소자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노인을 보호해야 할 요양보호사가 치매 환자를 폭행하고 학대하는 행위가 늘고 있다. 더구나 입소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도 지속해서 폭행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가족은 물론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치매를 앓는 80대 노인이 지난 3월 경기 파주시의 한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같은 또래의 다른 노인들로부터 상습 폭행당해 입소 25일만인 지난 4월 급성 뇌출혈로 숨져 충격을 안겨줬다.

전남 광양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 A씨(51)가 80대 치매 환자 B씨의 얼굴 등을 때리고, 다리를 거칠게 젖혀 대퇴부 골절과 피부 괴사로 전치 14주의 진단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B씨의 기저귀를 갈던 중 이 같은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군산의 한 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50대 남성 치매 환자의 성기 부분에 비닐봉지를 씌우는 등 지속해서 학대해 국민의 울분을 샀다. 이 환자는 4년 전 전두측두엽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지난 2월 이 요양원에 입소했다. 

가족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CCTV를 보면서부터, 이 남성이 지내는 4인 생활실에서 옆에 여자 노인 입소자가 보고 있는데도 가림막도 없이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보고 기가 차서 즉시 집으로 모셔 왔다. 

이러한 사례 말고도 요양보호사가 치매 노인을 오랜 시간 동안 침대에 팔을 묶거나 휠체어에 상체를 고정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요양보호사는 파티션 등으로 가리고 치매 환자를 폭행했다. 

고령화 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 환자는 약 84만 명으로,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33%에 달한다. 65세 이상 인구 100명당 10명이 치매로 추정되는 셈이다. 치매 환자는 2025년 100만 명을 넘어선 뒤 2050년에는 300만 명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981년 6월 5일 노인복지법을 제정했다. 제정 이유는 노인의 평균수명이 연장으로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의 진전에 따라 노인 문제가 점차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유지·발전시켜 나가고 노인을 위한 건강 보호와 시설을 제공하여 노인복지시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노인복지법은 노인학대 금지행위로 여섯 가지 규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노인을 폭행 상해를 가하는 행위, 성폭행·성희롱 등의 행위, 노인을 유기하거나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노인을 이용하여 구걸하는 행위, 노인을 위해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하는 행위, 노인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일반 형사사건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지만,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노인을 학대하면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3년전 B(39.성남)씨는 어머니와 상의 끝에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집에서 쉽게 오갈 수 있는 노인복지시설인 C보호센터에 모셨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 몸을 씻겨드리면서 아버지의 왼쪽 엉덩이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피멍을 발견했다. 목에도 여러 차례 긁힌 자국이 있었다. 센터에 물어봤지만 “모르겠다”라는 답변뿐이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B씨는 아버지 몸에 소형 녹음기를 부착하고 센터에 보냈다. 그날 저녁 녹음기에서 끔찍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한테 쥐어 터지고 일주일 만에 왔어. 쥐어 터졌더니 좀 사람이 돼서 왔네."
"좀 순해지긴 한 것 같아.“
A씨의 아버지를 두고, 두명의 센터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도 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센터에 다녀온 후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닥에 누워만 계셨다. 혹시 아버지 몸에 이상이 있을지 몰라 근처 대학병원을 찾아 CT와 MRI 검사를 받있지만 ”뇌에 이상이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다.

녹음된 내용을 들은 B씨는 D경찰서에 이 센터를 고소한 후 센터에 항의했지만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며 “확인하겠다”는 성의 없는 답변만 들었다. 이후 센터는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흥분해 했다.  

당시 한 커뮤니티 공간에 아버지가 당한 사연을 올렸더니 "힘을 내라", "용기를 잃지 말아라" 라는 격려의 글과 함께 "그런 곳은 꼭 처벌 받도록 해야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엄하게 처벌했으면 한다" 라고 센터를 잘타하는 글들이 숱하게 올라왔다고 회상한다. 

B씨는 “지금도 당시 일을 생각하면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며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치매 노인들의 인격을 보호하고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관련기관의 한 관계자는 “요양보호사의 자격 요건과 요양시설의 설립 및 채용요건을 강화하고 상시 감시활동을 통해 인권유린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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