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치매 치료제 시장...“2026년 이후 상업적 가치 확보할 것”
갈 길 먼 치매 치료제 시장...“2026년 이후 상업적 가치 확보할 것”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3.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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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네맙, 연간 약가 2만 1,600달러...진단 비용 등 경제적 부담 커
도나네맙, FDA 승인 지연...2026년 이후 상업성 높아질 전망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가 시장에서 상업적 가치를 확보할 시점이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응집을 억제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중 임상 2상 이후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제약사는 바이오젠·에자이(레카네맙 Lecanemab, 상품명 레켐비 Leqembi)와 일라이 릴리(도나네맙 Donanemab)다.

지난달 바이오젠은 2021년 FDA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 성분명 아두헬름 Aduhelm)의 임상 및 판매를 전격 중단하고 레켐비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나네맙을 개발한 제약사, 일라이릴리 로고 / lilly.com
도나네맙을 개발한 제약사, 일라이 릴리 로고 / lilly.com

권 연구원은 시장 형성이 늦춰지는 이유를 “이미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인지 저하 속도를 지연시킨다는 임상 결과에 현실적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반면 높은 약가와 진단 비용 등을 감안 시 치료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의 경우 연간 2만 1,600달러(한화 약 2,830만원) 규모의 약가를 비롯해 베타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진단, 뇌척수액(CSF)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진 등 미국에서 진단·치료 전반에 들어가는 연간 비용만 8만 5,600달러(한화 약 1억 1,214만원) 수준에 이를 정도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환자 선별이나 진단·치료 과정도 복잡해 치매 치료제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권 연구원은 “에자이는 레켐비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혈액 기반의 바이오마커(BBBM, Blood Based BioMarker)를 기반으로 환자 선별, 진단·치료에 있어서 1차 의료기관에서 대응 가능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투여 편의성을 높인 SC(피하주사) 제형의 상업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해 관련된 전략들을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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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네맙은 지난해 1월 가속 승인 프로그램(Accelerated Approval Pathway)을 통해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뒤 7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후 일본(12월)과 중국(2024년 1월)에서 각각 보건당국의 승인을 얻었다.

권 연구원은 레카네맙에 관해 “올해 1월까지 투여 환자 수가 2,000명으로 에자이의 목표 1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레카네맙 매출액이 100억원으로 목표 매출액에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에자이에 따르면, 레카네맙의 예상 매출액은 2026년 20억 달러(한화 약 2조 6,200억원), 2032년 88억 달러(한화 약 11조 5,28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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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은 당초 이달 중 FDA로부터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갑작스럽게 결정이 미뤄지면서 악재를 맞았다.

FDA는 도나네맙의 안전성과 효능을 논의하는 외부 자문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FDA 승인이 임박한 단계에서 자문위원회를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도나네맙의 상업성이 높아지는 시기를 예상 요법에 대한 임상 결과가 나오는 2026년 이후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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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권 연구원은 에자이의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기준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이는 세계 인구를 1억 8,000만명으로 추정하고, 2032년까지 2억 4,000만명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2026년 기준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으로 인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대상이 되는 인구수는 0.2%(39만 8,000명) 수준이며,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 시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빅파마뿐 아니라 아리바이오, 젬백스, 이수앱지스 등 국내 업체들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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