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핀 '위장약 PPI' 치매 발생 논란, 6년만에 진화될까? 
불지핀 '위장약 PPI' 치매 발생 논란, 6년만에 진화될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5.3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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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W 2022| 65세 이상 노인 장기간 사용, 치매 연관성 "NO"
출처: DDW 2022 홈페이지.

"고령층 인원에서 위산분비억제제의 장기간 사용과 치매 발생 위험 사이엔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위식도역류질환(GERD)에 가장 널리 처방되는 전문약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에서 치매 발생 논란이 촉발된 지 6년만에 나온 최신 분석 결과였다.

앞서 독일 코호트 연구에서는 고령층 노인이 5년 이상 PPI를 복용할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최대 40% 이상 증가한다는 우려의 의견을 제기했으나, 이번 연구 결과 둘 사이 상관관계를 놓고는 물음표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다만, 해당 결과가 임상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후향적 분석 결과였다는 데 확실한 결론을 매듭짓기 위해선 추가적인 임상평가가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PPI 장기간 사용에 따른 치매 발생의 연결고리를 분석한 최신 연구 결과가 올해 미국소화기학회주간(Digestive Disease Week, 이하 DDW 2022) 석상에서 발표됐다.

책임저자인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Shishir Mehta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PPI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우려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PPI 및 H2 수용체 길항제(H2RA)와 치매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평가를 집중했다"고 밝혔다.

◆독일 연구, PPI 사용 위험성 제기…미국·호주 "연관성 발견되질 않아" 

통상 PPI 사용은 잘못된 식습관이 늘면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작용 문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실제로 골다공증을 비롯한 당뇨병 등 발생 위험이 지적되는 가운데 노인 환자에서는 장기간 PPI 사용에 따른 치매 발생 문제도 빠지지 않는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인 환자에 치매 발생 문제를 지목한 최초의 연구 논문이 2016년 2월 국제학술지 JAMA Neurology에 발표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독일에 거주하는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해당 연구에서는 PPI를 장기간 사용한 경우, 치매 발생과의 상관관계가 시사된 것이다. PPI를 5년간 사용한 노인들에서는 치매 발생 위험이 44%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

특히 해당 연구에서는 PPI가 뇌의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합성을 억제해 치매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이는 현행 치매 치료제들이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하거나, 아세틸콜린 재흡수를 차단하는 기전을 차용하고 있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는 평가.

Mehta 교수는 학회 발표를 통해 "특정 지역에 국한된 의료청구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독일 연구 자료의 경우 다양한 치매 사례를 정의하는 데 부정확하거나 일부 편향이 발생했을 수 있다"며 "병용약물이나 임상참가자들에서의 기저질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결과 해석에 제한이 되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미국과 호주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1만8,846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아스피린(aspirin) 임상인 'ASPREE 연구'를 기반으로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등록된 임상참가자들을 추적관찰한 결과, 총 566명의 인원들이 치매를 진단받았다.

그는 "엄격한 신경인지평가를 시행한 것이 이번 분석 결과에 강점"이라면서 "앞선 연구들에서 지적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원기간 임상참가자들에서 수집된 약물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살펴보면, 임상참가자들의 1, 3, 5, 7년차 인지상태 변화를 집중 평가했다. 신경과 전문의, 신경심리학자, 노인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DSM-IV 기준에 따라 치매 사례를 판정했다. 진단이 불분명할 경우 뇌신경영상검사 등 추가 검사를 의뢰했으며, 의약품 사용을 각각의 인지점수와 매칭시키기 위해 콕스비례위험(Cox proportional hazards) 및 혼합효과모델(mixed effects modeling) 분석을 시행했다.

또한 연령을 비롯한 성별, 체질량지수(BMI), 알코올 사용량, 치매 가족력, 약물 및 기타 합병증 등의 요인들을 보정해 결과를 판정했다. 그렇다면 주요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PPI 투약군과 대조군(비투약군)을 비교한 결과, 치매 발생 위험도는 PPI 투약군에서 0.86으로 오히려 14%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연구의 2차 평가변수였던 PPI 사용과 경도인지장애 발생에서도 유의한 연관성이 포착되지 않았다. PPI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시간 경과에 따른 전반적인 인지평가 점수 변화와도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PPI, H2RA 약물 사용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은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연구가 후향적 분석 결과라는 점에서 교란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추가적인 임상평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산분비억제 영양소 흡수 '제동'…"골다공증, 당뇨병 등 발생 우려도"

한편 한국인의 국민병이라고도 불리는 위식도역류질환은 치료의 제1원칙으로 위산 분비 억제가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과정상 위산 분비가 억제되면서 영양소의 흡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칼슘 흡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PPI 제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칼슘 흡수를 방해해 추후 골절 위험 등 골다공증 발생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별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전한 복용을 유도한다"며 "장기 복용으로 인한 골절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있는 것은 맞지만 약물을 복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효과적인 약물 옵션으로 꼽히는 PPI는 일반적으로 4주~8주간 복용을 권고한다"며 "위산 억제 효과나 안전성, 내성 문제 등에 있어 관련 임상근거들이 충분히 나와있고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안전하게 PPI 제제를 조절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PPI를 장기간 사용했을 때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광저우 중산대 임상연구센터 Jinqiu Yuan 교수팀이 진행한 PPI와 당뇨병 유발 상관성 연구가 국제학술지 BMJ 2020년 10월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것이다(dx.doi.org/10.1136/gutjnl-2020-322557).

해당 분석 결과 PPI를 복용할 경우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PPI 비복용군 대비 24%가 높았다. 또한 PPI를 사용하는 기간 동안 당뇨병의 발병 위험 증가는 지속됐다. 생활습관이나 인구학적 특성 등을 반영한 위험도 분석에서도 2년 이상 PPI 제제를 사용한 인원들의 발병 위험은 26%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PPI의 규칙적인 사용은 제2형 당뇨병의 위험성을 높이고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성이 증가했다"며 "따라서 의료진은 PPI를 장기간 처방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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