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글리타존' 치매 예방혜택 재조명 "고령·비만 주목"
당뇨약 '글리타존' 치매 예방혜택 재조명 "고령·비만 주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0.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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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 당뇨병 리얼월드 결과 공개, 메트포르민과 비교 "설폰요소제·TZD 혜택 갈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들이 치매 고위험군에서의 예방효과를 놓고 약제 계열별로 엇갈린 성적표를 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대규모 관찰연구 결과,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작용기전을 가진 '치아졸리딘디온(thiazolidinedione, 이하 TZD)' 계열약 '피오글리타존'은 치매 예방혜택이 높았으나 '설폰요소제(sulfonylurea)' 단독요법의 경우 오히려 치매 위험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가 현재 제2형 당뇨병 환자에 1차 치료제로 권고되는 '메트포르민(metformin)' 단독요법과 비교한 결과로, 설폰요소제와 달리 TZD 계열 약제가 가진 예방혜택은 재조명 받을 전망이다.

미국 보훈부(VA)에 등록된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을 비교 분석한 최신 리얼월드(Real-World Data) 결과는 국제학술지 'BMJ Open Diabetes Research & Care' 2022년 10월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해당 의무기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에 비해 TZD 단독요법을 시행한 환자군에서는 치매 위험이 22% 감소했지만 설폰요소제 단독요법 치료군에선 치매 위험이 12% 증가했다.

더욱이 이러한 TZD의 치매 예방혜택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보다 명확하게 관찰됐다는 대목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공중보건대학 Xin Tang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이번 결과는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경증 또는 중등도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강하제 선택을 위한 약물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연구들을 짚었을 때 추적관찰 기간이 3년 미만인 연구들에선 이 같은 연관성이 포착되지는 않았다"며 "추적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연구들에서 예방혜택이 보고됐는데, 해당 결과는 평균 추적관찰 기간이 6.8년으로 치료적 차이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설폰요소제, 치매 역효과…TZD, 1차약 메트포르민에 앞서 "비만 환자 주목"

연구를 살펴보면, 2001년~2017년 기간(보훈부 등록)에 혈당강하제를 최소 1년 이상 처방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55만 9,106명이 평가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60세 이상으로 연구 시작 당시 치매가 없었으며, 백인(76.8%)과 남성(96.9%)의 분포가 높았다. 또한 비만 환자가 63.1%였으며, 평균 당화혈색소(A1c) 수치는 6.8%로 보고됐다.

일단, 분석 결과 총 3만 1,125명의 환자가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로 진행됐다. 전반적인 치매 발병률은 1000인년당(person-years) 8.2건이었으며, 메트포르민 단독요법군에선 1000인년당 6.2건, 설폰요소제와 TZD를 병용한 환자군에선 1000인년당 13.4건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관전 포인트는 약제별 치매 위험도에 확연한 차이가 관찰됐다는 점이다.

출처: BMJ Open Diabetes Research & Care.

먼저 제2형 당뇨병에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에 비해 설폰요소제 단독요법을 시행한 환자군에선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발생 위험도(HR)가 1.12였으며, 혈관성 치매의 경우 위험도가 1.14로 분석된 것이다. 다시 말해, 치매 발생 위험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각각 12%, 14% 높아졌다는 얘기다. 

반면, TZD 치료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에서 치매 예방혜택이 돋보였다. TZD 단독요법의 경우 메트포르민 단독요법과 비교해 알츠하이머병 발생(HR, 0.89) 및 혈관성 치매(HR, 0.43),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HR, 0.78) 위험이 모두 유의하게 낮았다. 알츠하이머병 및 혈관성 치매,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발생 위험도를 각각 11%, 57%, 22% 감소시킨 것이다.

메트포르민과 TZD의 약제 조합 역시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줄였다. 이러한 혜택은 약물 노출기간을 2년으로 연장해도 대부분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TZD가 가진 치매 예방혜택은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과체중 및 비만한 환자에서 두드러졌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과 비교해 TZD 단독요법 및 TZD/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의 경우, 약제 사용 1년 간의 치매 예방혜택과 관련 ▲연령 75세 이상 ▲BMI 25 kg/m2 이상인 환자에서 더욱 유의하게 보고됐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설폰요소제에서의 약물로 인한 치매 위험은 BMI가 높은 환자들에서 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관성 파악에 초점 맞춘 결과"…전문가들 "인과성 판단 위해선 RCT 필요"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의 확대 해석에는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일반 인원이 아닌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제한적인 연구였다는 지적과 함께, 약제 자체의 치매 예방혜택을 평가하기 위해선 대규모 위약대조군연구(RCT)의 선행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신경정신과 Ivan Koychev 교수는 "치매 예방과 관련해 이미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약제의 유용성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측면에서 대규모로 잘 설계된 리얼월드 데이터"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 비교적 나중에 처방권에 진입한 'GLP-1 작용제'나 'SGLT-2 억제제' 등 신규 약제들의 경우 치매 예방혜택이 많이 다뤄지고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글리타존'으로 대표되는 TZD 계열 약제의 혜택은 앞선 문헌들에서도 다양하게 재평가 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Koychev 교수는 "물론 해당 결과에도 제한점은 있다. 연구 초기 2년 동안 임상참가자들이 GLP-1 작용제나 SGLT-2 억제제 등과 같은 기타 다른 당뇨병 약제를 처방받았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TZD의 효과 식별을 교란시킬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더불어 "이는 약물 복용과 치매 발생 위험 사이에 연관성에 주목한 연구로,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결과는 아니었다"며 "제2형 당뇨병은 치매와 인지장애의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해당 약제는 이러한 당뇨병 환자들에만 처방되므로 결과를 일반 인구까지 확대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전했다.

영국 알츠하이머연구센터(Alzheimer's Research UK) James Connell 박사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해당 관찰연구는 TZD 계열 약제를 복용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환자보다 치매 위험이 낮았다는 발견일 뿐"이라며 "인과성을 제시한 자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TZD가 가진 명확한 혜택을 판단하기 위해선 당뇨병이 있거나 없는 일반 인원으로 연구를 확대해 이중맹검 및 RCT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문> Tang X, Brinton RD, Chen Z, et al. Use of oral diabetes medications and the risk of incident dementia in US veterans aged ≥60 years with type 2 diabetes. BMJ Open Diabetes Research and Care 2022;10:e002894. doi: 10.1136/bmjdrc-2022-00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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