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잘 못 맡으면 치매 위험 높아
냄새 잘 못 맡으면 치매 위험 높아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6.29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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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19 감염자 인지기능 검사…3명 중 2명 기능 손상

일반적인 냄새 구분 곤란 … 5년 내 치매 발생 가능성 높아
전도성 장애는 치료받으면 바로 회복되지만 신경성 장애는 후각이 영구적으로 손실될 수 있어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도성 장애는 치료받으면 바로 회복되지만 신경성 장애는 후각이 영구적으로 손실될 수 있어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냄새가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장미향을 맡은 사람들은 달콤하고 좋은 꿈을 꿨지만, 썩은 달걀 냄새를 맡은 사람들은 악몽을 꾸는 경향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의 후각이 더 발달됐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후각장애는 두 가지로 나뉜다. 축농증, 비염 등 부비동질환처럼 자극 물질이 냄새의 길을 막는 전도성 장애.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가 후각신경을 파괴하여 생기는 신경성 장애 등이 있다. 

전도성 장애는 치료받으면 바로 회복되지만 신경성 장애는 후각이 영구적으로 손실되는 경우가 많다. 각 신경세포가 기억 담당 기관과 연결되어 있어, 후각에 이상이 있으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경성 후각장애는 치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대 이비인후과 연구팀은 코로나로 후각 상실을 경험한 55∼95세의 성인 76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후 1년에 걸쳐 인지 기능을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3명 중 2명이 인지 기능이 손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의 절반은 손상 정도가 심각했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염증으로 후각을 잃으면 젊은 나이에도 치매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시카고 대학교 연구팀이 2017년 미국 노인의학회지에 발표한 장기 연구에서 일반적인 냄새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5년 내 치매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후각이 뇌와 연관이 깊은 이유는 후각 신경세포가 기억 담당 기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각 신경세포는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편도체, 기억 저장소라 불리는 해마와도 연결되어 있다. 특정 향기를 맡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각기능이 높을수록 치매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후각 기능이 약 10% 떨어질 때마다 치매 위험이 약 19%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각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인지 장애보다 먼저 발견되므로 후각 기능 이상이 치매를 알리는 조기 신호이다. 

미국 콜로라도 의과대학 신경과 앤드루 부바크 교수 연구팀은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염증과 후각 시스템의 신경세포 수초화 조절 장애가 해마 기능을 교란해 30∼40대 가족성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노화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 축적이 후각구와 후각 피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 이 모 교수는 “코 점막 등을 통해 감염된 바이러스가 후각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끼쳐 가족성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가속화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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