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요양시설 수가 평균 2.92% 올렸지만 경영난 해소 도움 안 돼
내년 요양시설 수가 평균 2.92% 올렸지만 경영난 해소 도움 안 돼
  • 박원빈 기자
  • 승인 2023.11.02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가가 고정된 상태 처우개선 불가능...정부차원 제도개선 돼야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 노인장기요양기관 현장을 방문해 현장의견을 청취 /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내년 요양시설이 받는 장기요양 수가를 평균 2.92% 올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및 요양시설의 경영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내년에 장기요양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는 노인요양시설(3.04%), 방문요양(2.72%), 방문목욕(3.06%), 단기보호(11.46%), 공동생활가정(3.24%) 등이다. 

수가 인상에 따라 요양시설 이용 시 하루 비용은 장기요양 1등급자 기준 8만 1750원에서 8만 4240원으로 2490원 늘어난다.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정규태 서울지부장은 “이번 정부발표가 요양기관 경영 개선을 위해 수가를 올린다고 했지만 전혀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최저 수준으로 수가를 찔끔 인상했는데 전혀 경영상태는 개선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장기요양위원회 자체가 공급자 보다는 가입자 단체들 구성 비율이 높아 요양기관 보다는 편협적인 부분으로 수가가 결정됐다”며 “돈이 있어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계속 최저 수준으로 인상하면 장기요양제도가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인건비 상승과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최저 수준으로 올리는 수가는 보여주기식이라는 것이 정규태 지부장의 설명이다.

정 지부장은 “다른 단체와 시설경영자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대다수 기관들이 희생을 감수 하며 운영하는데 수가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교육 및 처우개선 불가능해 제도개선이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가인상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특히 기관을 운영하는 시설장의 처우개선은 전혀 되지 않았다”며 “수익이 어느정도 안정적이어야 교육도 하고 투자를 하는데 현재의 수가로 경영개선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저로 수가를 올리는 것만이 아닌 정부차원의 지원과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재정 블랙홀로 떠오른 ‘장기요양보험’ 앞으로 유지 상태도 문제
급격한 고령화로 지출이 급증하면서 그간 숨겨져 있던 장기요양보험이 ‘재정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어 앞으로 재정유지 상태도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현행 재정수지 흑자 기조는 2025년부터 적자 전환되고 3조 4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준비금은 2031년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전체 수입은 2023년 15조 1000억원에서 2032년 32조 4000억원으로 연평균 8.89%씩 증가할 전망이지만, 지출은 14조 6000억원에서 34조 8000억원으로 연평균 10.14%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수지는 2023년 4873억원 흑자에서 점차 줄어들어 2026년 1345억원 적자로 전환되고, 2032년 2조 3299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박선아 추계세제분석관은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수입 확충 방안이나 지출의 효율화 등을 포함하는 재정 안정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실제론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화시대에 노인돌봄을 위한 가족과 정부의 역할분담’ 보고서에서 실질 인건비 상승과 가족 등을 통한 비공식 돌봄 감소 추세를 반영하면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34%였던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2060년 1.86%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GDP의 2%대 초·중반 수준인 국방비 지출과 맞먹는 규모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영욱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비공식 돌봄이 현재의 노인돌봄 관련 재정 부담을 절감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비공식 돌봄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올해보다 1.09%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 2018년 이후로 최저 수준이다. 가입자 세대당 월 평균 보험료는 1만 6860원으로 올해보다 182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