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배회하는 치매 어른을 만나면...
길에서 배회하는 치매 어른을 만나면...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3.12.2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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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시 대처 요령 및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 기억하기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지난 11일 오전 8시부터 온종일 옷을 얇게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거리를 배회하는 80대 치매 여성을 40대 유제품 배달원이 발견해 경찰에 인계했다고 채널A가 보도했다.

당시 오전 기온이 4도인 데다 비가 내린 추운 날이었다. 이른 시간부터 종일 옷을 얇게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배회하는 노인을 발견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을 테지만, 그 모습을 눈여겨본 이는 고 씨였다.

집 앞에 잠깐 산책 나온 노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모습이 이상함을 감지한 고 씨는 오후 5시까지 배회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얼굴의 한쪽에는 멍이 들어 있고, 몸을 덜덜 떨고 있고, 발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할머니에게 고 씨는 집이 어디신지 여쭸더니 이름과 주소에는 아무 대답도 못 하셨다. 할머니는 광주에서 아들과 버스 타고 왔는데 짐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고 씨는 할머니를 모시고 카페에 가서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치매를 앓는 노인임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은 연신 "애기 엄마, 고마워"라는 말을 반복하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고 씨 덕분에 노인은 가족에게 무사히 돌아갔다.


길에서 배회하는 치매 어르신을 보면 차림이 멀쩡해 치매를 앓는 분인 줄 모를 수 있다. 위의 기사처럼 문제가 있어 보여도 고 씨처럼 관심을 가지고 다가서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가족 중에 치매 어르신이 계신 경우가 아니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치매 노인 중에는 거주지에서 상당히 먼 거리까지 나와 배회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같은 치매 실종은 우리 가족에게 언젠가 일어날 일이지만 여전히 남의 일로 여긴다.

일본은 초등학교 교육에 거리에서 치매 어르신으로 보이는 노인을 만나면 어떻게 도울지를 가르친다. 한국 치매안심센터는 일본의 30분의 1 수준이며 서비스의 질적 차이도 크다. 일본의 치매안심센터인 지역포괄지원센터는 배회 증상이 보이면 임시 위원회를 꾸려 특별 관리한다. 치료가 필요한지, 돌봄이 필요한지 우선 판단한 뒤 간호사, 사회복지사, 케어 매니저, 환자 가족을 중심으로 꾸린 위원회에서 병원으로 보낼지 시설로 보낼지 결정한다. 우리는 이런 치매 어른의 안전을 돕는 케어 매니저와 같은 역할이 사실상 없다.

양국의 치매환자 수를 고려하면, 일본은 센터 1곳에서 851명, 한국은 3,632명을 관리하는 셈이며, 한국은 초기 치매환자 선별에 거의 모든 에너지가 투입되며 팔로우업을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치매환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돌봄 정책은 미비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책 《엄마의 공책》(이성희, 유경 지음)의 7장 ‘치매, 아는 만큼 보인다(치매환자와 더불어 살기)’를 보면, 우리나라는 과연 치매환자가 마음 놓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일까,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 우리 동네, 우리 아파트 단지, 우리 집은 어떨까. 작은 동네에서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다 알고 서로 격의 없이 오가며 살던 시절에는 치매 어르신이 집을 못 찾으면 이웃 누군가가 댁에 모셔다 드렸다. 마을 단위의 거주로 공동체성이 끈끈한 과거에는 치매환자를 보는 눈이 아무래도 많으니 유사시에 빠른 연락과 대처가 가능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활환경이 달라지고 사는 방법이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정책이나 제도의 힘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우리 개개인이 치매에 대해 알아야 하는 때가 늦고 있다.

치매환자는 비록 뇌의 ‘병’으로 인해 여러 가지 기능의 저하를 겪고 있지만, 엄연히 한 사람으로, 감정을 가진 인격체로 그리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유지되도록 세심하게 돌보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야 한다.

배회하는 어르신의 대한 대처법으로 중앙치매센터에서 제공하는 <실종시 대처요령>을 주지하고, 거리에서 마주하는 치매 어른에 관심을 가지는 ‘기억친구’(치매를 이해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가고 지원하는 사람)로서 자원해 돕는 것이 필요하다.

 

실종치매노인찾기 배너 이미지 / 디멘시아뉴스
실종치매노인찾기 배너 / 디멘시아뉴스(이미지 클릭)

 


실종시 대처요령

1. 실종 후 즉시 신고: 경찰청(국번없이 112) /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2.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 또는 치매체크 앱에서 실종치매노인과 유사한 무연고노인 찾기 서비스 확인하기

경찰청에 실종 신고접수된 실종치매노인과 보호시설에 입소 등록된 무연고노인의 정보를 자동 비교(성별, 신장, 몸무게 등)해 실종치매노인과 유사한 무연고노인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3.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 또는 치매체크 앱에서 실종노인 무료 홍보물 제작 신청하기

경찰청에 실종 신고 시 접수된 실종발생일로부터 1주일이 경과한 실종치매노인의 가족 중 신청자에 한해 무료로 홍보물 제작 지원합니다.

4. 경찰서에 유전자 검사 요청하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등록된 보호시설 및 정신의료기관의 무연고치매노인 유전정보와 실종치매노인 가족의 유전정보 대조하여 실종치매노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편, 디멘시아뉴스의 우측 배너 <실종! 치매 어르신을 가족의 품으로>(클릭)를 통해 중앙치매센터의 실종노인 찾기 상세 페이지로 들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치매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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